경북 안동에서 이육사 시인을 생각한다
단풍이 절정으로 물든 계절이다. 이번 주에는 가을비가 내려 발걸음에 낙엽이 쌓인다. 그래서 계절이 흘러간다. 이 가을 황금 들판과 단풍 여행지로 경북 안동을 최고로 추천한다. 안동은 전통과 정신의 고장이기도 하다. 안동 단풍 구경 여행 길에 안동 시내 버버리 떡집에 들러 맛있는 떡도 먹고, 월명교 위를 걸어도 좋다. 그리고 그 옆 헛제사밥 식사도 재미있다.
김정호 카이스트 교수 |
더해서 낙동강 근처 고택에서 하룻밤 자는 것도 좋다. 아침 일찍 일어나 낙동강 상류 물 위에 반사된 햇빛 물결을 감상해도 좋다. 안동에서 조금 더 들어가 봉화 청량사 산행을 추가해서 가을 냄새를 맡아 앉아 산사를 본다. 또 가을에는 청량사 산사 음악 축제가 있다.
더 깊이 들어가 영주 부석사도 들르고, 가는 길에 풍기역 앞에서 불고기를 먹어도 금상첨화이다. 이래서 안동, 봉화, 영주, 풍기 지역은 깊은 가을을 느끼기에 참 감동적이다. 필자가 즐기는 여행 코스이다.
그런데 안동 여행 중에 만났던, 오래 기억이 남는 여행지가 바로 이육사 문학관이다. 이육사 문학관은 경상북도 안동시 도산면 백운로 525 번지에, 낙동강 옆 넓은 들판에 고즈넉이 앉아있다.
문학관 창문을 열면 창 밖으로 넓은 금빛 황금 들판이 보인다. 그곳에서 자라난 이육사 시인의 삶과 실천을 생각하면 더욱 뜻 깊은 여행이 된다. 풍경과 냄새, 사람과 가을 빛깔, 그리고 역사와 인물이 합쳐지면 여행이 최고다.
경북 봉화 낙동강 상류지역의 청량사에 가을 단풍이 물들어 있다. [출처:티스토리(Tistory)] |
이육사의 본명은 이원록으로 퇴계 이황의 14대 손으로 안동 도산면에서 1904년 5월 18일 태어난 시인이자 독립운동가이다.
육사는 아호로 대구형무소 수감 생활 중 수감번호인 ‘264’를 후일 아호호 쓴 것이다. 1925년 초반에 가족이 대구로 이사한 뒤 형제들과 함께 의열단에 가입하였고, 1927년 10월 18일 일어난 조선은행 대구지점 폭파사건에 연루된 혐의로 큰형인 원기, 동생 원일과 함께 투옥되었다. 이후 중국에서 조선인 항일 군사학교에 1932년 9월 입학하여 보병 육성과 특수 부대원 훈련을 받고 이듬해 4월에 졸업하였다.
1943년 어머니와 큰형의 소상을 위해 잠시 귀국했다가 체포되어 베이징으로 압송되었고, 다음해인 1944년 1월 16일 광복을 보지 못하고 베이징 주재 일본 총영사관 감옥에서 41세의 나이로 사망했다.
이육사 문학관에서 가슴이 저려오는 감동을 얻는다. 무엇보다도 울림이 있는 것은 이육사의 시, 사상, 신념이 일생 동안 일정하게 관통했다는 사실이다. 더욱이 그의 일관된 신념은 시에도 똑같이 반영되었고, 그의 행동과 실천에 일정하게 나타나 있다. 말과 생각과 행동이 일치했다. 그래서 이육사의 시가 더욱 감동적이고 이 가을 단풍과 일치한다. 가을은 매년 같은 색깔과 냄새와 풍경으로 변함없이 되돌아온다.
이육사 시인. [출처:한국민족문학 대백과 사전] |
내 고향 7월은 청포도가 익어가는 계절
그 이육사의 시 중에 필자가 가장 좋아하는 시가 ‘청포도’이다. 학교 대학원 수업시간에 프린트해서 학생들 앞에서 같이 읽은 적도 있다. 읽을 때 마다 목이 메인다. 그리고 이육사 문학관 앞의 낙동강 강물과 청량사 맑은 공기도 함께 몰려 온다. ‘청포도’ 시는 다음과 같다.
내 고장 칠월은
청포도가 익어 가는 시절.
이 마을 전설이 주저리 주저리 열리고
먼 데 하늘이 꿈꾸며 알알이 들어와 박혀,
하늘 밑 푸른 바다가 가슴을 열고
흰 돛 단 배가 곱게 밀려서 오면,
내가 바라는 손님은 고달픈 몸으로
청포(靑袍)를 입고 찾아온다고 했으니,
내 그를 맞아 이 포도를 따 먹으면
두 손은 함뿍 적셔도 좋으련,
아이야, 우리 식탁엔 은쟁반에
하이얀 모시 수건을 마련해 두렴.
시를 읽으면 4차 산업혁명 보인다
4차 산업혁명을 성공하기 위해서는 ‘시를 읽어야 한다.’ 시는 은유, 직유, 연상과 화음을 통해서 상상력을 선물하고, 다른 사물과 기억을 연결시킨다. 그래서 상상력과, 통찰력을 선물한다. 이러한 은유, 직유, 연상과 화음은 창조력의 원천이 된다. 4차 산업혁명은 남들이 가지 않은 상상의 세계의 구현이다.
공학을 하면서도 핵심 개념을 잡기 위해서는 ‘시’적 접근이 필요하다. 아무리 복잡한 이론과 수식도 그 개념을 관통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개념을 단순화할 필요가 있다. 그러한 작업을 ‘모델링”이라고 한다. 공학 현상과 원리를 단순화하고, 본능과 일상 생활의 경험에 연관해서 이해하려 한다. 이러한 단순화와 개념화 과정에서 이론을 직유, 은유, 연상 기법으로 설명할 수 있다.
그러면 그 개념을 통찰하고 미래에 대한 통찰력을 갖게 된다. 여러 기술과 산업을 융합할 수 있는 발상의 힘이 생긴다. 그래서 명 연사의 강의는 누가 들어도 이해하기 쉽게 된다. 이러한 훈련에 ‘시’가 최고 이다. 그래서 4 차 산업혁명을 위해서는 공학자, 기업가들은 시를 읽어야 한다. 그리고 책을 읽어야 한다. 그래서 인문학이 상상력의 지평을 열어준다.
4차 산업혁명이 무르익어 경제도 성장하고, 새로운 일자리도 생겨나면 좋겠다. 내가 ‘바라는 손님’ 은 경제가 발전하고, 많은 사람들이 공평하게 기회를 얻고, 행복하게 사는 모습이다. ‘청포도’ 가 4차 산업혁명 ‘일자리’로 보인다. 그러기 위해서는 ‘은쟁반에 하이얀 모시 수건’을 준비하듯이 4차 산업혁명 준비를 해야겠다. 이제 ‘내 고향 칠월” 도 지나고 11월이 되었으니, 결실을 맺어야 하는 시간이 점점 다가온다.
주렁주렁 매달린 풍성한 청포도. [출처: 태평농장] |
joungho@kaist.ac.kr
[김정호 카이스트 전기 및 전자공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