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도준 회장 장남 인호씨, 과장 입사 3년만에 임원 승진
동화약품 최대주주사 대표도 겸직.."재벌 승계 편법" 지적
동화약품 최대주주 비상장사 대표이사로 선임
까스활명수 병 납품..지난해 내부거래율 49.4%
[뉴스핌=박미리 기자] 국내 최장수 제약사인 동화약품그룹이 오너 4세로의 경영승계를 가시화하고 있다. 윤도준 회장의 장남인 윤인호 이사(33)가 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이자 동화약품 최대주주인 비상장 계열사의 대표를 맡아 경영승계 수순을 밟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12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윤인호 동화약품 이사가 동화지앤피 대표이사를 겸직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윤도준 동화약품 회장<사진=동화약품> |
동화약품 오너 4세인 윤 이사는 미국 위스콘신-메디슨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한 직후인 2013년 동화약품에 과장(재경·IT실)으로 입사했다. 이후 차장(2014년·CNS팀), 부장(2015년·전략기획실), 이사(2016년·전략기획실 생활건강사업부) 등 매년 한 단계씩 직급이 올라가는 초고속 승진을 해 왔다.
지난해 4월에는 동화지앤피 등기임원에 선임됐으며, 1년여만에 대표이사까지 올랐다.
윤 이사가 대표이사를 겸직하고 있는 동화지앤피는 동화약품의 최대주주(지분율 15.22%)로 까스활명수, 판콜 등의 유리용기를 동화약품에 납품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 238억원 중 49.4%(118억원)이 동화약품과의 거래에서 나왔다. 영업이익률 14%, 부채비율 7%의 알짜회사이기도 하다.
주요주주(2016년 말 기준)는 동화개발(지분율 19.81%), 테스(11.6%), 가송재단(10%), 동화약품(9.91%), 윤도준 회장(8.86%) 등이다. 윤 이사의 동화지앤피 지분 보유 유무는 확인되지 않았다.
동화약품 관계자는 겸직에 대해 “동화지앤피는 자회사로 큰 의미가 없다”며 “동화약품 임원들이 정기적으로 돌아가면서 (대표이사를) 맡는다”고 말했다.
동화약품은 '윤 회장→동화지앤피→동화약품→동화개발→동화지앤피'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지배구조다. 계열 공익재단 가송재단이 동화지앤피 10%, 동화약품 6.03% 지분을 보유하며 윤 회장 지배력을 보완해주고 있다. 동화지앤피가 사실상 동화약품그룹의 지주회사인 셈이다.
이에 업계 안팎에서는 동화지앤피가 향후 윤 회장에서 윤 이사로 경영권을 승계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관측해왔다. 상장사 동화약품보다 비상장사 동화지앤피 지분을 매입해 지배력을 키우는 것이 비용 측면에서 유리해서다. 윤 이사의 동화약품 지분은 0.88%에 불과하다.
지배구조 평가기관 관계자는 “총수일가 아들이 상장사 위의 비상장사 대표이사라는 것은 결국 그 회사를 아들의 개인회사라고 볼 수도 있다는 것”이라며 “여기에다 일감몰아주기로 회사 가치까지 키워오고 있다. 대기업들이 상속할 때 많이 써왔던 편법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뉴스핌 Newspim] 박미리 기자 (milpar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