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공학 및 내진설계 전문가 최재순 서경대 도시환경시스템공학과 교수
[세종=뉴스핌 이고은 기자] 포항에서 규모 5.4의 지진이 일어난 후 내진 설계 없이 지어진 건축물에 대한 시민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1층이 벽 없이 기둥으로만 이루어진 '필로티' 구조 건물은 붕괴 위험이 높아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전문가들은 필로티 구조 건축물에 대한 기둥 보강이 무엇보다 가장 시급하며, 단층 연구를 통해 지진 위험성이 높은 지역에는 그에 맞는 내진 설계를 도입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지진공학 및 내진설계 전문가인 최재순 서경대 도시환경시스템공학과 교수는 16일 "필로티 건물의 1층 기둥이 무너지는 문제가 가장 심각하며, 정사각형 건물이 아닌 비정형성일 경우는 더 피해가 심각할 수 있다"면서 "기둥 보강을 해서 지진을 이겨낼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말했다.
도심 주택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필로티 건물은 지난 2002년 주택의 주차기준이 강화되면서 우후죽순 생겨났다. 소비자들이 기피하는 1층을 주차장으로 활용할 수 있어 건물주들에게 경제성 측면에서 주목을 많이 받았다. 그러나 벽 없이 기둥만으로 건축물의 하중을 떠받치는 구조기 때문에 지진에 매우 취약하다.
포항 지진 이후 무너진 필로티 건물 1층 기둥 <사진=뉴시스> |
최 교수는 "필로티 건물은 기둥보강을 하면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내진설계를) 할 수 있으나, 준공연도가 오래돼 내진설계가 안된 아파트 같은 경우는 내진보강비가 많이 들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의 원룸, 투룸, 4층 연립주택 등은 내진설계 전문가 없이 설계를 한 경우가 대부분"이라면서 "내진설계에 대한 전문가적 교육이 안되고 있고 지진공학에 관심있는 사람도 적어 문제가 많다"고 말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전국에 있는 건축물 중 내진설계가 된 건물은 6.8%에 불과하다. 현행 건축법 시행령에 따른 내진설계 대상인 건축물도 33%만이 내진 확보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서울에서는 내진 대상 건물 중 내진 설계가 확보된 건물 비중이 18.3%에 불과했다.
최 교수는 이에 대해 "2000년대 이후부터는 내진설계 기준안이 나왔는데 그 이전 건축물들이 문제가 된다"면서 "경주지진 이전까지 우리나라에 지진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지진에 대한 관심과 연구가 많이 부족했다"고 말했다.
이어 "지질학 쪽에서 단층에 대한 조사가 발주된 상태"라면서 "모든 지역의 건물에 내진설계를 강화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으니 지진 위험성이 높은 곳을 지질학적으로 연구를 해서 찾고 해당 지역의 내진설계를 7.0으로 높이는 등의 조치를 취해야한다"고 말했다.
이번 포항 지진에서 외벽이 무너지는 피해 사례가 많았단 것에 대해서 그는 "내진설계를 하면 외벽이 무너지는 일이 덜 일어나며, 전담 내력벽을 설치하는 방법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보강 비용을 국가가 모두 부담할 수는 없으니 민간에서 자발적으로 보강할 수 있도록 유인책이 있어야한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이고은 기자 (goe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