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마켓, 버거킹, 삼성화재, KT 등 다수 광고 화제
성공 비법 "유치한 생각으로 쉽게 풀어야"
"광고계 입문자들, 체력과 끈기 있어야"
[뉴스핌=심지혜 기자] '덥다, 덥다, 덥다', '풍성, 풍성, 풍성', '하드캐리, 하드캐리....'
연예인 김희철씨와 설현이 무표정한 얼굴에 독특한 춤을 가미해 같은 단어를 계속 반복하는 G마켓 광고, 한번쯤 들어봤을 광고다. 한번 들으면 귓가에서 맴도는 후크송이 지난 여름 국내 광고업계를 강타했다.
만든 사람은 이채훈 제일기획 CD(Creative Director)다. 이 CD의 손을 거친 광고는 G마켓 뿐 아니라 많은 이들에게 인상을 남긴 화제작들이다. 지난해 배우 이정재씨가 출연해 ‘새우라고’를 외친 버거킹 통새우와퍼 광고는 제품을 조기 품절시킬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공효진씨가 외친 "모봐~일로 바로"를 외친 '삼성화재 애니카 다이렉트'를, 국악소녀 송소희씨가 부른 "아니라오~아니라오~" 노래는 KT의 LTE 통신기술을 알리는데 톡톡한 역할을 했다.
이채훈 제일기획 CD <사진=뉴스핌 DB> |
다수의 광고를 잇따라 흥행시킬 수 있었던 비결을 알고 싶어 최근 이 CD를 찾았다. 특히 '하드캐리'나 '아니라오~'처럼 각 광고마다 기억에 남는 카피라이트가 한 마디씩 있다는 점에도 주목했다.
첫 질문은 ‘주목받는 광고 제작 비법’이었다. 그는 망설임 없이 "초딩(초등학생)같다는 말을 들을 수 있는 감성이다. 유치한 감성이 재미있는 광고를 만드는데 많은 영향을 준 것 같다"고 말했다.
G마켓 광고에서 예쁜 외모의 설현이 무표정한 얼굴로 독특한 춤을 반복적으로 춘 반전처럼, 단정한 옷차림에 차분한 외모를 가진 그에게서 나온 의외의 대답이었다.
이 CD는 "초딩같다는 말은 기분 나쁘기 보다 오히려 좋게 생각한다"며 "고지식한 사고를 갖고 광고를 만들면 재미 없을 것이 뻔하고 억지로 재미있게 하려는 것 역시 별로"라며 웃었다.
이어 "무엇보다 초딩 같이 순수한 생각을 갖고 어려운 문제를 쉽게 풀어 내는 것이 중요하다"며 "광고 의뢰가 들어왔을 때 창의적이면서도 이해하기 쉽게 해석해 내면 사람들이 감탄한다"고 말했다.
다수의 히트 광고를 만든 그도 어렸을적부터 광고를 꿈꾼 것은 아니었다. 대학생 때 우연히 도전한 광고 공모전에서 수상한 것이 계기가 돼 본격 광고업계에 뛰어들었다.
이 CD는 “일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을 광고와 연관시키려고 한다”며 ‘수많은 고민과 노력’을 비법이라고 밝혔다. 그는 하루 종일 광고에 대해 생각하지만, 자신을 워커홀릭이라고 생각지는 않는다고 한다. 단순히 ‘일을 즐길 뿐’이라고 했다.
그는 "책을 보다가도 영화를 보다가도 광고를 생각한다. 그러다 보니 사람들에게 일정 타율을 유지하는 야구선수 이치로(일본 출신 메이저리거) 같다는 칭찬을 듣는다"며 "최근 만든 광고 중 묻힌 광고는 거의 없는 것 같다"고 자신했다.
스트레스 해소 방법 역시 모범생 처럼 '책읽기' 란다. 꽂힌 작가가 쓴 소설책을 다 찾아 보거나, 조선왕조 실록이나 일본·중국 역사책 등을 보며 스트레스를 푼다고 한다.
이 CD는 광고계 입문을 꿈꾸는 이들에게 '체력과 끈기'를 가질 것을 당부했다. 특히 신체적 건강뿐만 아니라 강한 멘탈(mental)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 CD는 "요즘 친구들은 너무 빨리 그만 두는 경향이 있다. '아니면 말고'라는 생각이 팽배한 것 같아 아쉽다"며 "생각의 체력을 갖고 몇 년 동안은 열심히 뛰어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광고 제작에 '창의력'은 정말 중요한 요소지만 '선천적 영향'보다 '후천적 노력'이 더 큰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한다"며 "갑자기 '유레카'를 외치면서 떠오르는 것이 아니라 '일만시간의 법칙'이 창의력을 만들어 낸다"고 덧붙였다.
[뉴스핌 Newspim] 심지혜 기자 (sj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