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로봇 "수집 데이터 판매 배제하지 않아"
"사생활 침해 통제할 수 없는 상황 이를 수도"
[뉴스핌= 이홍규 기자] 가정용 스마트 기기에 대한 개인정보보호 문제가 계속 제기되고 있다. 2년 전 스마트TV의 사용자 목소리 수집과 정보 공유가 문제시 된 데 이어 이번엔 미국 업체의 로봇 청소기가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 15일 자 파이낸셜타임스(FT)는 과거 사생활 침해 우려로 삼성전자가 개인정보보호정책의 약관 문구를 갱신하도록 압박을 받은 지 2년이 지난 시점에서, 미국 인공지능(AI) 진공 청소기 제조업체 아이로봇(iRobot)이 고객 데이터를 공유하고 다른 회사에 잠재적으로 판매할 것이라고 말하면서 개인정보보호에 대한 우려가 되살아났다고 보도했다.
아이로봇 룸바 <사진=블룸버그통신> |
지난 달 아이로봇 측은 고객 데이터를 절대 판매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면서 기존과 상반된 입장을 내놨다. 하지만 크리스챤 세르다 최고운영책임자(COO)는 FT에 AI 진공 청소기인 "룸바(Roomba)에 의해 수집된 (방)바닥 지도 등 데이터 판매를 배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회사가 보다 창조적인 방법으로 데이터를 사용할 3년짜리 계획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세르다 COO는 "빈 방에 조명이 켜져 있으면 스마트 홈 보조 장치에 이를 알릴 수 있고, 와이파이 연결 상태가 좋지 않으면 제공 업체에 이를 알릴 수 있다"고 말했다.
또 그는 "매우 스마트한 진공 로봇은 가정 내 배치 상황에 대해 알 수 있다. 집안 지도를 사용해 나머지 스마트 홈 (기기들)과 상호 작용할 수 있다"며 이럴 경우 아마존과 아이로봇 사이에서 데이터 교환 등이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를 통해 부가가치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을 배제하지 않을 것"이라며 다만 소비자 신뢰를 깨드리지 않는 방법은 제품 개발을 진행하면서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부연했다.
신문은 다른 기술 집단 간에 데이터 공유로 사생활 침해가 통제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를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기술의 진보가 법과 규제의 발전 속도를 훨씬 능가하는 만큼 기업의 사적 정보를 활용한 사업 기회와 정부의 감시 기회가 더 늘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아마존과 구글의 스마트 보조 장치와 연결된 아이로봇의 룸바 진공 청소기는 사용자의 음성 명령을 통해 작동이 가능하다. 전 세계에서 약 1800만대가 팔렸다. 아직 데이터를 판매하지 않고 있지만 회사 계획대로라면 데이터 판매를 통해 막대한 매출을 올릴 수 있다.
그러나 유럽 정치권은 아이로봇의 고객 데이터 처리 방침에 대해 반대한다는 입장이다. 아이로봇은 유럽에서 매출을 늘리길 원하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
앞서 EU는 고강도 개인정보 보호 규정을 담은 유럽개인정보보호법(GDPR)을 발표했다. 내년 5월부터 시행되는 이 법안은 국민들에게 개인 데이터의 통제권을 돌려주는 것이 주요 골자다.
99개 조항에 걸쳐 개인정보 관리, 이동, 청구, 침해대응 등 준수사항을 규정하고 있는데, EU에 사업장을 두지 않더라도 EU 거주자를 상대로 재화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모든 기업이 이를 지켜야 한다. 위반 시 기업에 연 글로벌 매출의 4%와 1700만파운드(약 250억원) 중 더 큰 금액이 과징금으로 매겨진다.
기술 기업들은 이 법안의 규정에 따라 사용자의 개인 정보 취득 동의 약관을 이해하기 쉽게 적시해야 한다. 또 사용자는 기업에게 자신의 개인정보 삭제를 요청하거나 정보 수집 동의를 거부할 수 있다. 때문에 제 3자와 데이터 공유를 원하는 기업들의 계획이 복잡해질 수 있다고 신문은 설명했다.
법안 검토 작업에 참여한 유럽연합(EU)의 시민자유위원회 소속인 소피 인트펠 유럽의회 네덜란드 의원은 "데이터를 사용하는 진공 청소기 제조업체들에 대해 개인적으로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이홍규 기자 (bernard020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