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용 전기 판매단가 대비 산업용 낮아
[뉴스핌=방글 기자] 현대제철과 삼성전자, 포스코 등 전력 사용이 많은 대기업 15곳에 가정용 전기요금을 적용하면 매년 2조5000억원의 요금을 추가로 지불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표=한국전력공사> |
25일 한국전력공사에 따르면 현대제철 등 15개 기업은 지난해 총 7만4871GWh의 전기를 사용하고 7조1700억원을 지불했다. 산업용 전기요금 체계에 따라 1kWh당 95.8원의 요금이 적용됐기 때문이다.
같은 기간 가정용 전력에는 1kWh 당 123.7원이 적용됐다. 15개 기업이 사용하는 전기에 가정용 전기요금이 적용됐다면 지난해만 2조원이 넘는 돈을 추가로 지불했어야 하는 셈이다.
현재 한국의 전기요금 체계는 가정용 전력 보다 산업용 전력이 저렴하게 보급되고, 누진제 역시 가정용에 대해서만 적용하고 있다.
제조업의 생산단가를 낮춰주기 위해 산업용 전기를 값싸게 보급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최근 5년간 15개 대기업이 얻어간 전기요금 혜택은 연 평균 2조5000억원 수준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이들 대기업의 전력 소비량이 국내 전력 소비의 15.5%를 차지하고 있다는 데 있다. 저렴하게 제공되는 산업용 전기요금 탓에 에너지 과소비형 산업구조가 진행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현대제철과 삼성전자, 포스코, LG화학, OCI, GS칼텍스, 동국제강 등 15개 대기업이 국내 전체 가정의 전력 소비량(6만3794GWh)보다도 1만1077GWh 많은 전력을 사용하고 있다. 특히 현대제철의 경우, 국내 전체 소비량의 2.5%에 해당되는 1만2025GWh를 소비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포스코도 각각 1만42GWh, 9391GWh를 사용하고 있다. 전력 소비가 많은 상위 3개 기업에서만 국내 전체 전력 소비량의 절반을 쓰고 있는 셈이다.
OECD 국가와 비교해서도 한국의 산업용 전력 소비는 월등히 높다.
더미래연구소에 따르면 OECD 국가들이 소비하는 전력 중 산업용의 비율은 32%에 불과하다.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산업용이 55.4%에 달한다.
가정용 전력의 반대 상황이 나타나고 있다. OECD 국가들의 가정용 전력 소비량은 31%에 달하는 반면 한국은 13%로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이와 관련 김기식 더미래연구소장은 “전력 과소비의 주원인은 가정이 아니라 산업”이라며 “일부 대기업의 소비량이 5000만 가정 보다 많은 전력을 사용하는 것은 기형적인 전기요금 구조 탓”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저렴한 산업용 전기요금을 유지하는 것은 현대제철과 삼성전자 등 일부 대기업의 가격 경쟁력을 유지해주기 위한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산업용 전기요금을 올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방글 기자 (bsmil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