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자 공식 입장 없이 입닫아…도덕성 논란 가중
[뉴스핌=최유리 기자] 넥슨과 네이버가 진경준 검사장의 주식 부정 매입 논란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슈의 성격이나 시기 등을 이유로 한 달 가까이 기본적인 입장조차 내놓지 않는 것.
기업 가치와 직결된 문제를 외면하면서 도덕성 논란은 가중되고 있다. 최고경영자(CEO)의 윤리적 이슈에 대해 소통해야 할 기업의 책임을 다하고 있지 않다는 지적이다.
지난 25일 김상헌 네이버 대표는 간담회에 참석해 소상공인 및 창작자 지원 프로젝트를 소개했지만 넥슨 주식 매입 논란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김 대표는 해당 논란에 대한 입장을 묻자 "넥슨 주식 매입은 개인적인 문제"라며 "회사의 방향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밝히기 어렵다"고 답했다.
김상헌 네이버 대표(좌)/김정주 NXC 회장(우) <사진=뉴스핌DB> |
앞서 진 검사장은 2005년 넥슨의 비상장 주식 1만주 가량을 주당 4만원에 매입했다. 넥슨이 일본 증시에 상장한 이후 해당 주식을 되팔아 120억원의 차익을 남겼다. 진 검사장은 김정주 NXC(넥슨 지주회사) 회장과 서울대 동문으로 주식 매매 과정에서 특혜가 있었는지에 대해 의혹을 샀다.
진 검사장의 사법 연수원 선배인 김 대표 역시 비슷한 시기에 넥슨 주식을 매입해 논란은 확산됐다. 이에 공직자윤리위원회는 관련 의혹에 대한 조사에 착수한 상황이다.
네이버 관계자는 "회사의 공식적인 입장은 정해진 바 없다"면서 "개인적인 주식 매입이기 때문에 회사 차원에서 입장 정리를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입을 닫은 것은 넥슨도 마찬가지다. 당초 논란에 대한 공식 입장을 내놓을 방침이었지만 고민이 길어지는 중이다.
넥슨 관계자는 "윤리위 조사에 성실히 임하는 것이 최우선이라고 판단했다"며 "조사 결과가 나오면 공식적인 입장을 검토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입장 발표를 미루거나 개인적인 이슈로 선을 그으면서 일각에선 논란을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의사결정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인물과 관련된 이슈에 대해 회사가 함구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주장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업계 관계자는 "김범수 카카오 의장의 도박설이 제기됐을 때 회사 주가가 떨어졌듯이 CEO 이슈는 회사 가치와 뗄 수 없는 얘기"라며 "투자자 입장에선 오너 리스크에 대응하는 것도 회사의 의무"라고 말했다.
네이버와 넥슨이 국내 IT 산업의 얼굴인 만큼 기업의 사회적인 책임에 기민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기업 구성원들의 법적, 윤리적 문제가 사회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이에 대해 적극적으로 소통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대 교수는 "CEO의 윤리적, 법적 이슈는 기업의 사회적인 책임에 당연히 포함되는 영역"이라며 "개인적인 문제라도 기업 가치와 직결될 수 있는 만큼 사회와 적극적으로 커뮤니케이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뉴스핌 Newspim] 최유리 기자 (yrchoi@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