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하방 리스크 커지면 관망하지 않을 것"
[뉴스핌=허정인 기자]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19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정책 공조가 있어야 통화정책도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현 경기 부진의 원인이 '구조'에 있기 때문에 정부 주도의 재정정책이나 구조개혁이 선행돼야만 금리정책 또한 효과가 있을 것이란 발언이었다. 이를 놓고 채권시장 전문가들은 "한국은행이 공을 정부로 돌린 것 같다"고 평했다.
마침 같은 날 유일호 경제부총리도 취임 100일 맞이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20일 오후 1시 공개된 기자간담회 내용에 따르면 유 부총리는 "2분기 재정조기집행 목표를 상향 조정할 필요가 있다"며 "하반기에는 공기업을 활용한 재정보강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추경은 현재로써는 고려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유 부총리는 또 "우리 경제에 심각한 하방 위험이 있다면 추경뿐 아니라 다른 수단도 동원해야 한다"며 "극단적인 경우라면 여러 방안을 생각해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시장의 해석을 엇갈리게 하는 대목이다. 앞으로 추경이 힘들 것 같다는 분석과 2분기 하방 리스크가 심화되면 정부가 메스를 들지 않겠냐는 판단이 대립됐다.
지난 1월 15일 유일호 신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비공개 간담회를 가졌다. <사진=김학선 사진기자> |
채권시장도 이를 주목하고 있다. 총재가 말했던 '타이밍', 즉 한은과 정부의 공조 시기가 다가올 것인지 아니면 이대로 올해가 지나갈 것인지. 공이 정부 측으로 넘어간 것은 분명해 보인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최적의 금리인하 타이밍을 찾기 위해선 기재부의 정책 스탠스가 중요해 보인다"면서 "이날 기재부 측이 하방리스크 확대에 대한 정부 스탠스를 보여줬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기재부가 얼마나 적극적으로 나서느냐에 따라 한은도 금리정책에 나설 것이란 분석이다.
강 연구원은 "아직 원론적인 얘기를 하고 있어 추경 시기를 전망하기 어렵지만 결국 하반기 재정 역할이 상당히 떨어질 것"이라며 "그렇다면 하방리스크가 커진 상태에서 기재부나 한은이 마냥 관망하지만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다만 '타이밍'을 이미 놓쳤다는 분석도 있다. 1월부터 3월까지 주요국들이 통화완화정책을 취할 때 금리인하에 동참했어야 했는데 현재 정부의 선행을 강조한 상태에선 그 시기를 찾기 어려울 것이란 의미다.
서향미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1분기 경제심리 지수 하락하고 또한 주요국이 완화책을 도입할 때 금리인하가 적절해 보였는데 앞으로는 그 인하 시기를 찾기 어려울 것"이라며 "정부 입장에서 추경을 강하게 주장하기도 어렵고 미 금리인상이나 외자유출 우려 불거지면 적절한 인하 시기는 점점 더 찾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뉴스핌 Newspim] 허정인 기자 (jeongi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