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R담당자, 애널 리포트 진화 불구 논란 확산
[뉴스핌=우수연 기자] 하나투어가 자사 주가 전망치를 낮춘 애널리스트에게 '탐방 금지령'을 내리면서 여의도가 떠들썩하다. IR 담당자가 일부 애널리스트들에게 해명자료를 내면서 진화에 나섰지만 논란이 확산되는 양상이다.
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30일 하나투어 IR 담당자는 해당 회사의 주가 전망치를 하향 조정한 교보증권 A 애널리스트에게 기업탐방을 금지하겠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앞서 같은 날 A 애널리스트는 전망보고서를 통해 하나투어 투자 의견을 매수(buy)에서 단기매수(trading buy)로, 주가 전망치를 기존의 20만원에서 11만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시내 면세점 사업이 당초 계획보다 늦춰졌고, 회사 측에서도 이 같은 우려를 반영해 실적 추정치를 낮췄다는 것을 근거로 제시했다.
이 애널리스트는 "신규 면세점 사업 실적이 계획 수준만 가능하다면 최근의 주가 낙폭을 충분히 만회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며 "하지만 기존 계획대로라면 연초에 오픈했어야 하는 시내 면세점 개장이 4월말까지 미뤄진 상태"라고 언급했다.
해당 보고서가 발표된 30일, 하나투어 주가는 전일대비 5.08% 하락한 8만6000원으로 하락했다. 현재(1일)는 추가하락해 8만3000원대에 머물고 있다.
이에 대해 회사 측은 A 애널리스트의 기업탐방을 금지하겠다며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며 여의도 증권가에선 하나투어를 비난하는 움직임이 일었다. 그러자 해당 IR담당자가 일부 애널리스트들에게 본인의 입장을 담은 해명 자료를 발송하기도 했다.
해당 IR 담당자는 A애널리스트가 면세점 실적 추정치를 언급하는 과정에서 총매출과 순매출을 혼용하며 시장에 논란을 불러일으켰다고 주장했다. 또한 A 애널리스트가 제시한 올해 영업익 전망치(450억원)가 실제 규모와는 오차가 크다고 말했다.
또한 해당 애널리스트와 통화 내용을 조목조목 언급하며 "이렇게 회사 내용을 잘 파악하지 못한다면 더 이상 정보를 드리는게 무의미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며 "공시자료까지 엉터리라고 얘기하는 애널리스트를 팀장 자격으로 판단해 앞으로는 탐방을 거부하겠다고 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금융투자 및 IR업계에서는 분석이나 전망을 두고 논쟁이 있을 수는 있지만 기업탐방 금지는 과도한 기업의 월권 행위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애널리스트는 자신의 분석을 보고서 통해 전달하는 역할이지 기업의 모든 세부 사항이나 수치를 암기할 순 없지 않냐는 입장이다. 애널리스트가 본인의 소신대로 '매도' 혹은 '주가전망 하향' 의견을 담은 보고서를 내기 위해선 기업들의 태도가 바뀌어야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말 기준 각 증권사별 '매도' 리포트 비중은 1~3%에 그쳤다. 그나마 개혁을 추진했던 한화투자증권 정도가 7% 중반을 나타냈다. 그중에서는 매도 리포트를 아예 내지 않은 증권사가 전체 32곳 중 20곳에 달했다.
한 기업의 IR 담당자는 "애널리스트가 해당기업의 주가를 추정하는 것은 당연한 권리이고, 애널리스트의 자질을 평가하는 것은 시장이 할 일이지 IR담당자의 영역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한 애널리스트가 많게는 20개 가까운 종목을 평가하는 현실의 여건 상 애널리스트가 모든 사항을 일일이 외울 수는 없다"며 "의견 조율과정에서 서로 감정이 상할 수는 있지만, IR담당자가 애널리스트를 평가해 탐방 여부까지 결정하는 것은 적절치 않은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한편, 논란의 대상이 된 A 애널리스트는 이번 이슈에 대해 따로 언급할 내용이 없다고 답했다.
[뉴스핌 Newspim] 우수연 기자 (yes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