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대한 투자 대비 수익 미미..일부기업 마케팅 축소 가닥
[뉴스핌=김선엽 기자] 핀테크 시장 진출을 선언한 20여개 업체가 지난해 주도권 확보를 위해 투자를 확대했지만 너나 할 것 없이 대부분 큰 손실을 기록한 채 뚜렷한 성과를 얻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구나 핀테크 시장은 당분간 치킨게임 양상이 지속될 것으로 보여 이 사업에 발을 담근 기업들 입장에서는 부담이 지속될 전망이다. 이에 일부 사업자는 명맥을 유지하는 선에서 투자를 줄이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핀테크 출범 2년차인 지난해 카카오와 네이버 그리고 삼성전자까지 서비스업과 제조업을 가리지 않고 여러 업체가 간편결제 사업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치열한 경쟁 탓에 마케팅 비용이 꾸준하게 증가하는 반면 실제 수익은 미미한 수준이다.
지난해 7월 SSG페이 서비스를 시작한 신세계I&C는 3분기 SSG페이 수수료가 2억7600만원에 그치면서 플랫폼 사업부 전체가 총 44억4100만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신세계I&C는 4분기에도 60억원의 투자를 이어가면서 회사 전체적으로 5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전년도 4분기 40억원의 흑자를 기록했던 것과 대조적이다.
<자료:각 사> |
NHN엔터테인먼트 역시 페이코(PAYCO)로 힘든 한 해를 겪었다. 작년 8월 서비스를 출시한 NHN엔터테인먼트는 작년 하반기에만 500억원을 쏟아 부으면서 4분기 97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NHN엔터테인먼트는 올해도 약 700억원의 자금을 페이코 마케팅 사업에 쏟아 부을 예정이다. 하지만 결제 회원이 당초 기대처럼 늘고 있지 않는 점이 투자 확대를 망설이게 하는 대목이다.
오동환 삼성증권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시장에 나와 있는 다양한 간편결제 및 삼성페이와의 경쟁으로 성공을 담보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다만, 기존의 확장적 마케팅 정책를 수정하여 연간 페이코 관련 마케팅 비용이 하향 조정되었다는 점은 흑자 전환의 시기를 앞당길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네이버 또한 네이버페이에 많은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 지난해 6월 서비스 시작 이후 네이버는 네이버페이 사용으로 적립되는 포인트를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도록 해, 마케팅 비용으로 처리하고 있는데 이 금액이 작년 4분기에만 190억원에 달했다. 회사 측은 이 금액이 올해 500억~600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 삼성페이도 적지 않은 투자금이 들어갔다. 삼성전자는 NFC(비접촉식 근거리 무선통신) 외에 MST(마그네틱 보안시스템)에서도 결제가 가능하도록 지난해 2월 미국 루프페이를 인수했다. 업계는 인수금액을 2억5000만달러 선으로 보고 있다.
삼성페이 누적결제액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지만 삼성이 삼성페이로부터 수수료를 걷지 않는 구조를 택한 만큼, 단말기 마케팅 효과 외에 다른 이익은 사실상 없다.
이 밖에 SK플래닛이 운영 중인 시럽페이나 옐로페이 등도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을 거둔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는 핀테크 사업에서 실제 흑자 구조를 갖추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일부 사업자는 이미 탈출 기회를 엿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동희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페이코 등 모바일결제 서비스의 정상궤도 진입이 기대보다 더딘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대대적인 마케팅을 펼쳤던 일부 업체의 경우 관련 투자를 줄이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김선엽 기자 (sunup@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