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고인원 기자= 지난달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완화했지만, 시장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에 따른 여파가 완전히 반영되지 않은 결과로 여전히 물가 상승 리스크가 크다고 판단했다.
미국 노동통계국은 10일(현지시간) 3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월 대비 0.1% 내리며, 전년 대비 2.4% 상승했다고 밝혔다.
이는 2월(0.2%, 2.8% 상승)보다 둔화된 것이고 월가 전망치(0.1%, 2.5%)도 하회한 것이다.
변동성이 높은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CPI도 지난달 전월 대비 0.1% 오르며 1년 전에 비해 2.8% 상승했는데, 역시 2월(0.2%, 3.1%) 수치나 시장 예상치(0.3%, 3.0%)보다 둔화했다. 3월 근원 CPI 연간 상승률은 지난 2021년 3월 이후 가장 작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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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여성이 생활용품점 '달러트리'에서 식료품을 구입하고 있다. 2018.08.30 [사진=블룸버그] |
기대보다 완화한 인플레이션 지표에도 불구하고 미 주가 지수 선물은 전날 급등에 따른 차익 실현 움직임을 이어가며 큰 변동이 없는 모습을 보였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전날 기본 관세 10%는 유지했으나 중국을 제외한 무역 상대국에 대한 상호 관세는 90일 적용을 유예하는 등 관세 정책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3월 CPI 지표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 관세가 부과되기 전 마지막 CPI 지표다. 케이 헤이그 골드만 삭스 자산 운용의 글로벌 채권·유동성 솔루션 공동 대표는 "이날 CPI는 최근 며칠간의 관세 정책 변화를 감안할 때 과거를 반영한 결과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연준은 관세로 인한 가격 상승이 물가 데이터에 반영되기 시작하고 경제 활동이 여전히 약한 상황에서 어려운 선택을 해야 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CPI 발표 후 시장 참가자들 사이에서 연내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에는 큰 변화가 없는 상황이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를 보면 금리 선물 시장 참가자들은 6월을 시작으로 올해 총 4번의 금리 인하를 기대하고 있다. 최근 시장 참가자들 사이 연내 금리 인하 전망은 3~4번을 오고 가고 있다.
관세의 영향이 본격적으로 반영되면서 인플레이션에 다시 속도가 붙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캐피털 이코노믹스는 인플레이션이 약 4%로 정점을 찍을 것으로 예상하며, 이는 연준의 2% 목표치의 두 배에 달한다.
앞서 9일 공개된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18~19일) 의사록에 따르면 연준 정책 결정자들 역시 트럼프 관세 정책에 따른 인플레이션 가능성을 우려한 것으로 확인됐다.
의사록은 "지난달 회의에서 '거의 모든(almost all)' 참가자가 인플레이션 위험은 상방으로 기울어 있는 반면, 고용 위험은 하방으로 기울어 있는 것으로 평가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9일 발효된 상호 관세 부과를 90일간 유예하고 10%의 관세만 부과하기로 했다. 다만 90일 후 다시 상호 관세가 발효될 수 있으며, 10%의 기본 관세는 여전히 부과되는 점 등으로 인해 향후 인플레이션의 상방 리스크는 여전한 상황이다.
로이터 통신은 3월 CPI 상승률이 예상보다 둔화한 것은 에너지 가격 하락과 연초 가격 인상의 효과가 약화한 결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다만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부과로 인플레이션 리스크는 여전히 상방으로 기울어져 있다고 덧붙였다.
koinwo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