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대통령 연속 탄핵이라는 초유의 사태
안정적 관리자 평가 '한덕수 대망론' 불거져
헌법재판관 후보자 지명으로 대통령 권한 행사
관가 내부에선 한 대행의 '안정적 리더십' 기대
[세종=뉴스핌] 양가희 기자 =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의 대선 입후보 가능성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조만간 본격적인 정치 행보를 시작하는 거 아니냐는 분석도 심심치 않게 들린다.
다만, 안정적 국정 운영 책임이 있는 한덕수 대행이 대선 후보로 나서면 보수 진영 대통령이 연속으로 두 번 탄핵된 헌정사상 초유의 사태가 진정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한 대행의 대선 후보 차출론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가 장래 정치 지도자 선호도 1위로 연일 손꼽히는 가운데 보수 진영의 마땅한 대항마가 부족한 상황에서 확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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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가희 경제부 기자 |
한국갤럽 장래 정치 지도자 선호도 조사 결과를 보면, 여권 후보 선호도 1위로 꼽힌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도 이 전 대표의 3분의 1 수준에 그친다. 김 전 장관은 지난 2월 2주차 12%로 최고 선호도를 기록했지만, 가장 최근 조사 시점인 4월 1주차에는 9%로 떨어졌다. 같은 시점 이 전 대표는 34%를 기록했다.
일명 '꽃가마' 설은 한 대행이 지난 8일 이완규 법제처장과 함상훈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를 임기 만료를 앞둔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직무대행과 이미선 헌법재판관의 후임으로 지명하면서 더욱 불거졌다. 헌법재판관 후보자 지명으로 적극적인 대통령 권한 행사를 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기 때문이다.
당시 한 대행은 "사심 없이 오로지 나라를 위해 슬기로운 결정을 내리고자 최선을 다했으며, 제 결정의 책임은 오롯이 저에게 있음을 말씀드린다"며 이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번 한 대행의 적극적 권한 행사를 놓고 다양한 우려 섞인 시각이 제기된다. 국정 운영의 책임이 있는 한 대행이 대선 후보로 나서는 것이 과연 국익에 부합하는 것인지, 대통령이 아닌 권한대행이 대통령의 적극적 권한을 행사하는 게 과연 맞는 것인지 해석이 분분한 것이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이미 한 대행의 헌법재판관 후보자 지명이 권한대행의 권한 범위를 넘어선 위헌·위법으로 해석된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알려졌다.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결정으로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던 여론이 한 대행의 대통령 몫 헌법재판관 후보자 지명이라는 적극적 권한 행사로 다시 불붙고 있다. 헌법재판관 후보자 지명으로 표출된 적극적 권한 행사가 현재 공석인 국방부·행정안전부·고용노동부·여성가족부 장관 지명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조심스레 나온다.
관료 출신으로 50여년간 공직 생활을 해 온 한덕수 대행이 진보·보수 정부를 막론하고 '러브콜'을 받은 배경에는 그가 적극적 리더가 아닌 안정적 관리자의 역할을 수행해 왔기에 가능했다. 한 대행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이후 "국가 안위와 국민 일상이 흔들리지 않도록 철저하게 헌법과 법률에 따라 안정된 국정운영에 만전을 기하겠다"며 "긴 공직생활의 마지막 소임이자 가장 중대한 임무라 믿고 있다"는 입장을 반복 강조했다.
최근 한 대행은 미국 언론 CNN과 인터뷰에서 미국 정부의 상호관세를 언급하면서 "게임 이론에서 보듯, 개별 플레이어들이 각자 행동하는 것은 상황을 개선시키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발언한 바 있다.
게임 이론의 일종인 '죄수의 딜레마'는 각 플레이어가 자신만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내린 결정이 전체 공동체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
관가 내부에서는 한 대행이 그동안 보여준 안정적인 리더십에 기대를 모으는 분위기다. 소통과 협력, 장기적이고 거시적인 안목이 얼마나 중요한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한 대행이 정치적 상황에 '좌고우면'하지 말고 공직 생활의 마지막 소임을 다해야 한다는 관가의 목소리를 새겨들어야 한다.
sheep@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