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뉴스핌] 조용성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상호 관세로 인해 글로벌 공급망에 거대한 충격이 가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상호 관세가 전세계를 대상으로 하고 있는 만큼 공급망 쓰나미를 피할 곳이 마땅치 않으며, 전 세계 제조업이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일 시장의 전망을 뛰어넘는 상호 관세를 부과한 이후 주요국 증시가 집단적으로 폭락했다. 이는 향후 글로벌 경기에 대한 압도적인 비관 전망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지난 7일 보고서를 통해 12개월 안에 미국 경제가 침체(리세션)에 빠질 확률을 기존의 35%에서 45%로 상향 조정했다. 골드만삭스는 지난달 미국 경제 리세션 확률을 20%에서 35%로 올린 바 있다. 이에 따르면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질 확률이 50%에 근접한 것이다.
JP모건 역시 지난 2일 미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의 1.3%에서 -0.3%로 대폭 하향 조정했다. 올해 미국을 비롯한 세계 경제 침체 확률을 40%에서 60%로 높였다. JP모건은 미국의 상호 관세 영향으로 전 세계가 경기 침체에 빠질 것이라는 예상을 내놓은 셈이다.
UBS 역시 상호 관세 여파로 미국 경제가 2분기 연속 역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고, 바클레이스는 올해 미국 경제 성장률이 -0.1%를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미국의 경제 침체가 예상되면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가 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시장에서는 올해 연준이 기준금리를 0.25%p(포인트)씩 5차례 인하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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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 뉴스핌] |
글로벌 제조업이 불황에 빠질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을 배경으로 국제 원자재 가격도 급락하고 있다. 브렌트유 가격은 배럴당 75달러에서 66달러로 떨어졌고 석유와 마찬가지로 경기의 선행 지표로 주목되는 구리도 급락세를 면치 못했다.
새로운 가치 저장 수단으로 불리는 비트코인 등 가상 화폐도 경기 침체에 대한 투자자들의 공포 속에 급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상호 관세 부과로 인해 미국내 제조기지를 운영중인 제조업체들은 원자재 및 중간재 공급망을 변화시켜야 한다. 자동차 업체나 전자 제품 제조업체는 다양한 국가에서 부품을 수입하는 만큼 큰 영향을 받게 된다.
가장 좋은 방법은 미국 내에서 대체 공급망을 찾는 것이지만, 이 경우 비용 부담이 높아지고, 불가피하게 제품 출고 가격이 인상되게 된다.
미국 이외의 지역에서 제품을 생산하고 있는 미국의 업체들은 관세 충격을 고스란히 받게 된다. 애플 아이폰의 경우 미국의 상호 관세로 인해 최대 350달러(약 51만원)의 가격 인상 요인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들 업체는 관세 회피를 위한 새로운 제조기지를 찾아 나설 것으로 예상되며, 제조기지 이전에는 상당한 비용이 소요되는 만큼 이 역시 제품 가격 인상으로 이어지게 된다.
제품 가격 인상은 미국 내 수요 감소를 불러일으키게 된다. 수요 감소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기업들은 설비 투자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게 된다. 골드만삭스는 금융 여건의 급격한 긴축과 정책 불확실성의 증가 등을 원인으로 기업들의 설비 투자가 당초 예상보다 더 위축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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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미시간주 레이크오리온에 있는 제네럴모터스(GM)의 자동차 공장 [사진= 로이터 뉴스핌] |
미국에 제품을 수출하는 제조업체의 경우 관세의 영향으로 인해 미국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이 낮아지게 된다. 가격 경쟁력 저하를 상쇄시키기 위해 납품 가격을 낮추거나 출혈 판매를 하는 경우가 속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시장에 수출하던 업체들의 경우 최악에는 수출길이 막히는 결과를 맞이할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기업들은 생산량을 줄이거나 고용을 축소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상하이 주재 미국 상공회의소의 에릭 정 회장은 "기업들이 미국에 대한 판매를 줄이거나 미국 시장에서 완전히 철수할 수 있다"며 "관세로 인해 미국 소비자의 선택지는 줄고 가격은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상호 관세율이 그대로 유지될 경우 멕시코, 브라질, 인도 등 상대적으로 낮은 세율이 책정된 국가들이 승자로 부상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베트남, 태국, 캄보디아 등 고율 관세가 책정된 아시아 지역의 생산기지가 이들 국가로 이전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노동 집약적 제품의 생산 공장이 미국으로 이전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미국에 숙련 노동자와 공급망 체계가 부족한 데다 인건비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전미제조업협회는 미국 제조업 노동자의 2023년 평균 급여는 복지 혜택을 포함해 10만 3천 달러(1억 5천만 원)에 달한다고 집계했다. 이는 중국의 평균 임금보다 4배 높은 수준이라고 WSJ은 전했다.
미국의 싱크탱크 글로벌개발센터(CGD)의 찰스 케니 연구원은 "중국의 공장들은 이미 베트남으로 이전했고, 다음 장소는 관세가 상대적으로 낮은 인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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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수출 항구 자료사진[신화사=뉴스핌 특약] |
우리나라 역시 미국 상호 관세의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예상된다. 부품을 중국 업체에 납품하는 우리나라 기업들은 판매 감소가 예상되며, 동남아 등지에서 제조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우리나라 기업들 역시 수요 감소가 불가피하다.
아시아개발은행(ADB)은 우리나라의 올해 성장률 예측치를 기존의 2.0%에서 1.5%로 하향 조정했다. ADB는 지난해 9월까지 올해 성장률 전망을 2.3%로 유지하다가 지난해 12월 2.0%로 낮췄다가 이번에 0.5%p를 추가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ADB는 미국·중국과의 수출 경쟁 심화, 무역 불확실성 등은 대외 하방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한 고금리, 가계부채, 정치적 불확실성 등에 기인한 민간 소비 약화와 건설업 부진을 한국의 내부적인 하방 요인으로 꼽았다.
ys174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