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윤택 제약산업전략연구원장 인터뷰
의약품 별도 관세 예고에 업계 '예의주시'
[서울=뉴스핌] 김신영 기자 = "미국이 의약품 관세를 무역 협상의 카드로 사용하려는 의도가 아닐까 싶습니다. 불확실성 속에서 기회를 모색하고 이른바 '방어 아젠다' 전략을 잘 펼쳐야 할 때라고 봅니다."
정윤택 제약산업전략연구원장(연세대 약학대학 겸임교수)는 8일 뉴스핌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의약품 관세 예고에 대해 "미국도 타국에 대한 의약품 의존도가 높아 강도 높은 관세 부과에 나서기엔 한계가 있을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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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김신영 기자 = 정윤택 제약산업전략연구원장 [사진=제약산업전략연구원] 2025.04.08 sykim@newspim.com |
의약품은 미국이 부과하는 25%의 상호 관세 부과 대상에서 제외됐으나, 백악관이 조만간 반도체와 의약품에 대해 별도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해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는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미국에 의약품을 수출하는 일부 기업들은 미국 현지 위탁생산(CMO) 업체와 협력하거나, 현지 생산시설 마련을 검토하고 있다.
정 원장은 미국으로의 생산시설 이전은 한계가 있다고 봤다. 미국 제약산업의 대외 의존도가 높은 데다 글로벌 공급망이 복잡하게 얽혀 있어서다.
그는 "화이자와 일라이릴리 등 글로벌 제약사들이 해외에 있는 제조시설을 미국으로 이전하겠다고 밝혔지만, 결국에는 단기간에 이뤄내기 어렵고 시간이 많이 필요하다"며 "트럼프 임기 4년 동안 가능할까 말까 한 문제라, 무조건 미국으로 생산시설을 옮겨오도록 고집하기엔 한계가 있어 의약품을 상호관세 부과에서도 제외한 게 아닐까 싶다"고 분석했다.
다만 "트럼프가 신약 허가를 대폭 늘려주겠다고 밝힌 이상 국내 기업들은 신약개발 역량 강화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며 "기술수요가 증가하고, 오픈이노베이션 기회가 더 늘어날 것"이라고 봤다.
그러면서 "한국에만 생산시설을 갖추기보단 중장기적으로 자국 생산 유도 움직임에 대응하며, 미국 현지에 교차 생산 설비를 구축하는 방안도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의약품 관세 정책이 트럼프 1기 행정부 기조와 비슷하게 흘러갈 것이란 의견도 내놨다.
정 원장은 "특히 저가 의약품에 관세를 부과하면 미국 내에서 큰 부담이 되기 때문에, 미국 병원과 의약품 단체 등이 극구 반대를 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 제네릭(복제 의약품)과 바이오시밀러를 관세 부과 대상에서 제외했기에 비슷한 기조로 갈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이어 "미국에 본사를 둔 글로벌 제약사들과 중국 내 기업들의 기술이전과 협약이 굉장히 강화되는 추세"라며 "이러한 분위기를 고려할 때 미국이 딜을 통해 타협할 가능성이 있다"고 관측했다.
정 원장은 한국의 경우 미국의 의약품 분야 수출입은 10% 내외 무역적자로 영향이 제한적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이에 상호주의에 입각해 국내의 어려운 사정을 전달하고, 미국 현지 단체들 또한 의약품 관세 부과에 반대하는 부분을 강조하며 협상에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미국이 역으로 자국 생산 의약품이 한국에서 저렴한 가격에 판매돼 혜택을 받고 있다고 주장하며, 가격 인상을 요구할 가능성도 있다고 봤다.
정 원장은 "우리 신약으로 다른 국가가 혜택을 보고 있다는 게 미국의 기본적인 입장"이라며 "가격을 높여 혁신의 가치를 인정해달라고 주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관세 정책이 제약·바이오 산업에 미칠 영향은 아직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서도 "불확실성 속에서도 기회를 모색하며, 신약 허가 기회가 늘어날 것에 대비해 오픈이노베이션 등을 통해 R&D에 주력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sy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