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패션, 베트남 생산 비중 높아 직격탄…상황 예의주시
K뷰티, 가격 경쟁력 유지 전략 모색…ODM은 반사이익
정치 리스크 대응 위해 글로벌 공급망 재정비 필요성 부각
[서울=뉴스핌] 조민교 기자 =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관세 부과 여파로 K패션과 K뷰티의 글로벌 확산에 차질이 생기고 있다. 패션 업계에서는 동남아시아에 생산기지를 두고 미국 수출 비중이 높은 기업들이, 뷰티 업계에서는 미국 내 생산시설이 없는 기업들이 큰 타격을 받고 있다. 업계는 가격 인상에 따른 소비자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한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8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미국의 관세 정책으로 인해 국내 패션·뷰티 업계에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협상 가능성을 열어두고는 있으나, 임기 중에는 관세 영향이 지속될 가능성이 커 업계는 장기적인 대비책을 마련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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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현지시간)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국가별 상호관세율 패널 들어 보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모습. [사진=로이터 뉴스핌] |
◆ K패션, 베트남 생산→美 수출 시 50달러 제품 73달러로
패션 업계에서는 한세실업의 위기가 대두된다. 한세실업은 관세 46%를 부과받은 베트남에 생산 기지의 절반 가량이 위치해있다. 또 미국에 수출을 가장 많이 하는 곳이다.
영원무역, 세아상역 등 다른 의류 수출 기업도 안심할 수 없다. 이들 역시 방글라데시,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및 중남미에 생산공장을 두고 미국 시장에 30% 이상 수출하고 있어 관세 영향을 피하기 어렵다.
NH투자증권 정지윤 연구위원은 "OEM 업체로부터 50달러에 매입한 제품에 46% 관세가 붙으면, 브랜드사는 이를 73달러에 사와야 한다"며 "관세 인상분을 상쇄하려면 판매가를 최소 23달러 인상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관세 부과 상황을 당분간은 지켜봐야 한다는 분위기다. 미국은 의류의 대부분을 수입으로 충당하고 있기 때문에 높은 관세가 부과될 경우 결국 미국 소비자들이 가격 부담을 떠안을 수 있다. 게다가 의류, 신발 등은 미국과 경쟁구도인 산업이 아니기 때문에 협상이 지속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우선 별다른 변동 없이 지속하면서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며 "다만 관세 위기론은 지속적으로 제기될 수 있는 만큼 그간 해왔던 생산국 다변화 등을 가속화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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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세실업 C&T 3공장. [사진=한세실업 제공] |
◆ K뷰티, "아마존 1위" 자랑했는데...가격 상승 어쩌나
뷰티 업계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K뷰티는 글로벌 인기에 힘입어 중국, 미국, 일본 등에서 활발히 사업을 펼치고 있으며, 특히 미국은 중국 규제와 경기 침체 이후 유망 시장으로 부상했다. 미국 아마존에서 1위를 기록한 코스알엑스는 아모레퍼시픽의 대표 브랜드로 매출을 견인하기도 했다.
다만 뷰티업계는 패션업계보다는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다. 코스맥스, 한국콜마와 같이 ODM·OEM 업체들은 미국 공장에서 제품을 직접 생산 중이기 때문에 관세 부과로부터 자유로운데다 경쟁사들이 관세 부과로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면 반사이익을 누릴 수도 있다.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처럼 자체 브랜드를 운영하는 국내 기업들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들 기업은 미국에 원가 기준으로 제품을 수출하고 있어, 중간 유통 과정에서 마진을 조정하거나 B2B 방식으로 비용을 일부 흡수하는 방식으로 대응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설령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더라도 화장품의 절대 단가가 낮아 소비자 체감 부담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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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화수가 입점 한 미국 세포라 매장. [사진=아모레퍼시픽] |
아모레퍼시픽은 "미국 시장에 화장품을 수출하는 주요 국가에도 비슷하게 관세가 적용될 것이라 경쟁 환경에도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예상하며, 오히려 품질이 좋고 혁신적인 제품군의 소비가 늘어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고, LG생활건강 또한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 적용 품목 및 세율의 조정 여지를 남겨둔 만큼 국내외 사업 동향을 면밀히 주시하며 대처해 나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뷰티 업계도 장기적으로는 시장 다변화 전략을 이어갈 방침이다. 정치적 리스크에 민감하게 반응하기보다는, 일본·홍콩 등 다른 국가로의 수출 채널을 강화해 특정 국가 의존도를 줄이겠다는 전략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관세가 소비재 전반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고 보지만, 특정 국가에 의존하지 않는 유통망 구축이 중요한 시점"이라며 "매출이 부진한 국가가 있어도 다른 지역에서 보완할 수 있는 시스템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mky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