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선 2017년부터 오프라인 쇠퇴…국내선 2020년 본격화
코로나 닥치며 위기 가속…기회 올라탄 쿠팡 고속 성장
대형마트 업계 직격타…"노력에도 뚜렷한 성과 못 이뤄"
온라인으로 넘어간 유통 환경…"되돌리기 어려운 흐름"
[서울=뉴스핌] 조민교 기자 = 대형마트 업계에서는 홈플러스 사태가 남일 같지 않다. 홈플러스가 변화에 신속히 대응하지 못한 것은 사실이지만, 다른 경쟁사들도 크게 다르지 않은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대형마트의 위기가 코로나19 이후 본격화됐으며, 미국에서 오프라인 소매업의 침체가 시작된 2017년 이후 3년간의 골든타임을 놓쳤다고 지적한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에서 오프라인 유통업계 위기가 본격화된 것은 2020년이다. 미국에서는 이미 2017년부터 오프라인 소매업이 쇠퇴하기 시작했기 때문에 이는 한국에서도 예견된 미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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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가 닥치며 위기는 가속화됐다. 코로나로 밖을 나갈 수 없는 시민들은 자연스럽게 이커머스를 경험하게 됐고, 그 편리함에 익숙해졌다.
소비 패턴은 기존의 고정소비에서 유동소비로 변화했다. 과거에는 주말에 가족이 함께 마트를 방문하는 문화가 일반적이었지만, 이제는 필요한 물건이 있을 때마다 스마트폰 앱을 이용해 간편하게 주문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변화 속에서 쿠팡은 고속 성장을 거듭했다. 2019년 7조 원 수준이던 쿠팡의 매출은 2020년과 2021년을 거쳐 2022년 26조 원에 달했다. 지난해에는 40조 원을 돌파하며 유통업계에서 독보적인 격차를 벌렸다.
이종우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는 "2010년대 초반, 이커머스가 등장할 때만 해도 위기감이라곤 없었는데 쿠팡의 로켓배송이 자리잡고 코로나가 터지면서 위기가 본격화됐다. 그때가 가장 큰 전환점"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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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라인 유통업계 중에서도 대형마트가 받은 타격은 더욱 컸다. 쿠팡과 판매하는 상품군이 직접적으로 겹쳤기 때문이다. 백화점과 편의점은 차별화를 통해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백화점은 쿠팡에서 팔지 않는 상품을 취급하거나 체험형 팝업스토어와 유명 맛집을 유치하며 경쟁력을 유지했다. 편의점은 근거리 소비에 집중해 차별화를 꾀했다. 그러나 대형마트는 이런 차별화 전략이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대형마트가 3년의 골든타임을 놓친 이유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대형마트가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동시에 성장시키려다 보니 쿠팡만큼의 투자를 하지 못한 점과 쿠팡의 급격한 성장을 예상하지 못한 점을 주요 원인으로 꼽는다. 황용식 세종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대형마트 업계는 쿠팡과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온라인 확장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였지만,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며 "최근에는 다시 오프라인으로 회귀해 온라인이 갖지 못한 요소를 강조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대형마트들은 변화 모색에 나서고 있다. 이마트 죽전점이 대표적이다. 이마트는 죽전점을 '스타필드 마켓'으로 리뉴얼해 그로서리 강화형 매장과 대형 쇼핑 테마파크 스타필드의 기획력을 결합하는 실험을 진행 중이다. 쿠팡이 할 수 없는 오프라인만의 강점을 다시 모색하고 나선 것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주요 쇼핑환경이 온라인으로 변화된 것을 다시 오프라인 중심으로 되돌리기는 어렵다고 전망한다. 서용구 교수는 "대형마트는 이미 쇠퇴하고 있으며, 이는 되돌릴 수 없는 흐름"이라며 "홈플러스의 경우 리뉴얼 혁신도 없이 부동산 유동화 전략에 집중하다 보니 이번 사태가 벌어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mky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