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비업계 "입체공원 아닌 평면공원, 지금과 다를 바 없다"
서울시 "토지 기부채납 없는 것이 혜택…주민시설 지하화시 주택 공급 늘 것"
[서울=뉴스핌] 이동훈 선임기자 = 서울시가 재건축·재개발 정비사업 때 공원 기부채납 규제를 개선하기 위해 도입한 입체공원에 대해 정비업계의 반응이 미지근하다.
건물 내부나 옥상에 공원을 조성하는 것이 아니라 지상에 공원을 지어야 해 과거와 달라질 게 없다는 이야기다. 약 10%에 달하는 토지를 떼서 서울시에 기부채납하지 않아도 되는 장점이 있지만 '입체'가 아닌 '평면' 공원을 조성해야 하는 만큼 주택을 더 짓거나 할 수가 없어서다.
공원이 단지 내부에 있기 때문에 공원과 인접한 곳에 주거동을 지을 수 있지만 외부인이 규제 없이 들어올 수 있는 만큼 단지 프라이버시가 손상되는 점도 우려되고 있다. 이는 택배 차량의 단지 진입도 금지하는 프라이버시 중시의 현 주거 트렌드에 역행한다는 주장이다. 정비업계는 서울시도 입체공원에 대해 명확한 대안을 제시하지 않은 만큼 입체공원 1호 미아동 재개발을 지켜본 후 받아들일지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9일 서울시내 정비업계는 서울시가 규제철폐를 위해 도입한 입체공원 제도에 대해 지금과 달라진 것은 소유권을 유지한다는 것밖에 없다며 실망스러워하는 분위기가 나오고 있다. 다만 설계와 조성 과정을 지켜본 후 수용 여부를 결정할 것이란 입장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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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아동130 재개발단지 입체공원 예시도 [자료=서울시] |
한 강남권 재건축 조합 관계자는 "우리 소유의 토지를 서울시에 기부채납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은 달라지지만 입체공원으로 인해 아파트를 더 지을 수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사업성 개선효과가 불투명한 데다 단지 내부에 외부인이 제한 없이 들어올 수 있다는 점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업계가 입체공원에 대해 실망스러워하고 있는 점은 공원이 건물 내부를 활용해 만드는 옥내 공원이 아니라는 점 때문이다. 공원 전체가 햇빛을 받을 수 있는 옥외공원이어야 한다. 전체 넓이의 20%는 지표에 있어야하며 나머지 80%에는 지하에 단지 주민공동시설을 지을 수 있다. 지하 공동시설은 주차장이나 주민공동시설 단지내 상가 등으로 사용할 수 있다.
'입체'라고 명명된 까닭은 공원이 건물 내부에 있어서가 아니라 공원 밑 지하 2미터 하부에 건물을 지을 수 있어서다. 또 입체공원 1호인 미아동 130 재개발사업의 경우 경사를 활용해 공원을 짓고 구릉지 지하 부분에 주민공동시설을 지을 예정이다. 이 경우처럼 단차가 있어 평면 공원 조성이 어려운 곳에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는 게 서울시의 방침이다.
공원 상부에 데크를 설치해 인공지반을 만들고 여기에 상가 등을 구성하는 방식에 대해서는 서울시가 허용치 않는다는 방침이다. 공원은 햇빛을 받을 수 있는 지상에 있어야한다는 원칙에 따라서다.
이렇게 되면 약 10%에 해당하는 단지내 토지를 기부채납하지 않고 소유권을 지킬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조성 후 입체 공원의 소유권은 단지에 있으며 서울시는 구분 지상권을 설정해 공원의 관리주체가 되는 것이다. 지금까지 기부채납해야하는 단지내 토지를 지킬 수 있는 만큼 향후 '재재건축'에 들어갈 때도 유리해진다는 게 서울시의 설명이다.
다만 외부인이 이용하는 공원이 명목상 단지 소유가 되는 것일 뿐 지금과 달라지게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공원이 단지내 주거 동과 가까워지게 되는데 이렇게 되면 외부인이 방문하는 공원 바로 옆의 주거 동은 프라이버시(사생활) 침해가 극심해질 수 있다. 결국 현행 기부채납 방식과 똑같이 공원과 일정 거리를 띄워놓고 아파트를 지어야하기 때문에 지금과 딱히 달라질 것이 없다는 게 업계의 이야기다. 토지를 기부채납하지 않음으로써 주택을 더 지을 수가 없어서다.
이에 따라 입체공원 도입 발표 당시 서울시는 기부채납을 줄여 사업성 개선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란 입장을 내놨지만 주택을 더 지어 분양 가구수를 늘릴 수가 없는 만큼 사업성이 과거와 달라질 것은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입체공원이 어떤 형태인지 아직도 자세히 알 순 없지만 지난 1월 처음 서울시가 정책을 공개했을 땐 건물내부에 공원을 설치하는 것으로 알았다"면서 "업계에서는 단지내 공동시설과 상가 기능을 하는 건물을 지어 공원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구상했는데 이렇게 되면 평면 공원의 소유권만 단지에 있게 돼 주민들은 토지관련 세금만 더 내게 된 셈"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공원과 가까운 곳에 임대 동을 설치하는 방법도 고려하고 있지만 분양 가구와 임대 가구를 섞어 넣는 '쇼셜믹스'로 인해 이도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입체공원을 도입함으로써 단지내 토지를 떼 내 기부채납해야하는 규제가 사라지게 됐으며 지하에 반드시 지어야 하는 주민공동시설을 지을 수 있는 만큼 주택도 늘릴 수 있을 것"이라며 "어느 쪽을 선택할지는 조합과 정비업계의 판단이겠지만 주민들이 토지를 지켜 낼 수 있는 입체공원이란 선택지를 늘려준 것"이라고 말했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단지 내 상가 활용도 어려울 것인 만큼 지금으로선 딱히 입체공원을 선택해야 할 이유를 찾지 못하겠다"면서도 "서울시도 입체공원에 대해 지침을 마련했다지만 청사진만 있을 뿐인 만큼 1호 사업인 미아동 재개발사업을 지켜본 후 수용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dongle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