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명계 겨냥 "그땐 추측했지만 나중에 확신" 결탁설 제기
꽃게밥·한국판 엔비디아 발언에 국힘 "사고에 문제"비판
[서울=뉴스핌] 이재창 정치전문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크고 작은 설화에 시달리고 있다. 이 대표는 비명(비이재명)계를 겨냥한 '검찰과의 결탁설'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켰다. '연평도 꽃게밥'과 '한국판 엔비디아' 발언은 여당의 반발을 샀다. 앞서 카톡 검열 논란에 "카톡이 가짜뉴스 성역이냐"고 말해 논란을 키우기도 했다.
민주당은 여당을 공격하며 이 대표 엄호에 나섰으나 일각에서는 "상속세 완화 등 중도 행보로 벌어놓은 점수를 잃을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이 대표의 최근 통합행보의 진정성도 의심받게 됐다.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공개 행보가 되레 지지율 하락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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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5.03.05 pangbin@newspim.com |
이 대표는 지난 5일 야권 성향 유튜브 채널 '매불쇼'에 출연해 2년 전 자신에 대한 체포동의안 사태를 거론하며 "(그해) 6월에 민주당에서 유력한 사람을 만났는데 그분이 저한테 사법처리가 될 테니까 언제까지 그만두라고 시한까지 줬다"며 "근데 나중에 보니 그게 영장 청구 시점과 거의 맞아떨어졌다"고 말했다.
검찰의 기소 일정과 당내 유력 인사의 권유 시점 등을 따져보면 양측의 결탁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 대표는 "그때는 추측만 했지만 나중에 거의 확신하게 됐다"고 했다.
이에 비명계 인사들의 모임인 초일회는 입장문을 내고 "앞에서 웃고 뒤에서 칼 꽂는 격", "통합 행보는 쇼였느냐"고 직격탄을 날리며 사과를 요구했다. 이들은 "이 대표가 아무 근거 없이 검찰과 국민의힘과 내통했다는 것은 동료에 대한 인격모독이자 심각한 명예훼손"이라며 "당내 통합을 얘기하면서 분열주의적 발언을 한 것에 대해 경악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이에 친명(친이재명)계 정청래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표 체포동의안 때의 검찰 부역자들과 통합하자고 말하기 전에, 그들에게 사과반성부터 하라고,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보이라고 말하는 게 진정한 통합 행보 아닌가"라고 적었다. 사과할 주체는 이 대표가 아니라 비명계라고 지원사격에 나선 것이다.
이 대표는 "아직도 비명계 그런 게 있나요?"라며 "이미 다 지난 일이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어쨌든 당에 있는 모든 역량을 다 모아서 이 혼란 상황을 극복하는 것"이라고 강조하며 수습에 나섰지만 갈등기류는 계속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김두관 전 의원은 6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국민통합을 시대정신으로 제시해 놓고 국민통합은커녕 당내 분열부터 조장하는 이재명 대표의 본모습은 무엇이냐"며 "매불쇼 발언 기사를 접하고 21대 민주당 국회의원 중 한 사람으로서 충격을 금할 수 없었다"고 했다.
그는 "이 대표가 민주당 대선주자와 릴레이 회동을 하면서 말한 통합이 거짓말이고, 쇼라는 것"이라며 "저 역시 지금도 말없이 민주당에 있는 내부의 비판세력을 겨냥한 분열의 발언이라고 생각한다"고 비판하며 사과를 촉구했다.
당내에서는 이 대표의 통합행보에 차질이 빚어질까 우려하고 있다. 이 대표는 최근 김부겸 전 총리와 김동연 경기지사, 김경수 전 경남지사 등 비명계 대선 주자를 잇따라 만나며 통합행보를 벌여왔다.
이 대표의 꽃게밥 발언을 둘러싼 논란도 이어지고 있다. 이 대표는 지난 1일 '내란종식·민주헌정수호를 위한 윤석열 파면 촉구 범국민대회'에서 "국민과 국가를 배반한 무도한 자들이 국민이 맡긴 국가의 무력인 경찰과 군대를 동원해서 국민을 위협한 역사적 반동"이라고 계엄을 비난하면서 "아마도 12월 3일 내란의 밤이 계속됐더라면 연평도 가는 그 깊은 바닷속 어딘가쯤에서 꽃게 밥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반발했다. 연평도가 있는 인천 중구·강화군·옹진군을 지역구로 둔 배준영 의원은 2일 성명을 내고 "연평도를 치안, 안보 사각 지역으로 폄훼하는 이 대표 발언은 서해5도를 평소에 어떻게 무시하는지 여실히 보여준다. 또한 꽃게잡이를 주요 생업으로 하는 연평도 주민들을 안중에 두지 않는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과거 연평도에서 실족한 해양수산부 공무원의 소훼사건을 묻어버린 민주당 정부의 과거 행태와 겹쳐 보인다"며 "이 대표는 지금이라도 발언을 취소하고, 지금도 안보 위협 속에서 묵묵히 생업을 이어가는 옹진군 주민들과 연평도를 굳건히 지키는 해경 및 해병대 장병들에게 즉시 사과하라"고 했다.
김은혜 의원도 페이스북에 "도대체 어떤 사고를 가진 사람이기에 숭고한 넋을 기리는 날 입에 담기도 어려운 참담한 모략을 위해 나라의 슬픈 바다를 감히 끌어 쓸 수 있을까"라고 비판했다.
이 대표의 'K엔비디아' 발언도 논란을 불렀다. 이 대표는 지난 2일 민주연구원 유튜브에 출연해 한국에 엔비디아 같은 회사가 있다고 가정하면서 "70%는 민간이 가지고 30%는 국민 모두가 나누면 굳이 세금에 의존하지 않아도 되는 사회가 오지 않겠나"고 말했다.
이에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도둑한테 문을 열어주고 어떻게 나라의 재산을 지키겠느냐"며 "망상 가득한 국부 펀드 소리는 그만하고 이미 있는 국부부터 먼저 지켜야 새로운 국부도 창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은 공산당식 접근이자 반기업적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역공을 했다. 이 대표는 5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미래 첨단산업 분야는 과거와 달리 엄청난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다"며 "이런 대규모 투자를 민간기업이 감당할 수 없기 때문에 국제 경쟁에서 문제가 될 경우에는 국부펀드나 새로 만들어질 수 있는 국민펀드 형태로 온 국민이 함께 투자하고 그 성과를 나눌 수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 대표는 "이걸 가지고 국민의힘에서 사회주의, 공산당을 운운하는데 이런 정도의 경제 인식으로는 험난한 첨단산업시대의 파고를 넘어갈 수가 없다"며 "괜히 뒤에서 자꾸 흉을 보지 말고 한자리에 모여서 논쟁을 한번 하면 좋겠다"고 토론을 제의했다. 이에 국민의힘이 환영입장을 밝히면서 토론의 장이 마련될 지 주목된다.
앞서 이 대표는 카톡 검열 논란에 "카톡이 가짜뉴스 성역이냐"며 정면돌파에 나서 논란을 키웠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 발언 등의 영향으로 20대와 30대의 지지율이 하락세를 보였다.
당내에서는 이 대표가 최근 중도층을 겨냥한 정책 행보로 벌어놓은 점수를 잃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 대표는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와 추가경정예산안 편성 요구, 상속세 완화, 소득세 보완 등 정책 이슈를 선점하면서 중도층 공략에 전념하고 있다. 박스권을 벗어나지 못했던 지지율이 상승 조짐을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한 관계자는 "문제될 게 없는 이 대표의 발언을 여당이 정쟁화하는 것이 안타깝다"면서도 "불필요한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키는 것은 지양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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