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銀, 우리銀 참여 확정된 한국소호은행 합류 검토 중
순이익 1위 신한銀 저울질 중인 더존뱅크와 '자본력 2강'
[서울=뉴스핌] 송주원 기자 = 3주 앞으로 다가온 제4인터넷전문은행(제4인뱅) 예비인가 신청을 앞두고 우리은행, 신한은행에 이어 NH농협은행도 눈독을 들이면서 각 제4인뱅 컨소시엄은 물론 은행권에서도 막판 경쟁이 과열되는 분위기다. 일각에서는 막강한 자본력과 풍부한 금융 노하우를 겸비한 시중은행의 참여로 어느 정도 윤곽이 드러났다는 전망이 나오지만, 인터넷은행의 존재 이유인 혁신성에 대한 주목도가 벌써부터 떨어지고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NH농협은행은 최근 한국신용데이터(KCD)를 주축으로 하는 제4인뱅 컨소시엄 한국소호은행 합류 관련 안건을 지주사와 농협중앙회에 보고한 상태다. KCD는 소상공인 최신 매출 흐름 데이터를 가진 캐시노트를 운영하는 벤처기업이다. NH농협은행 관계자는 "합류 검토 단계로 조만간 공식 발표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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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인터넷전문은행 주요 컨소시엄들의 은행 참여 현황. [사진=뉴스핌] |
한국소호은행은 제4인뱅 컨소시엄 가운데 가장 몸집이 큰 곳으로 꼽힌다. 이미 4대 시중은행 중 한 곳인 우리은행이 참여를 확정 지었고, 우리카드와 유진투자증권도 참여 의사를 밝혔다. 시중은행의 참여가 확정된 컨소시엄은 한국소호은행이 유일하다. 증권사가 참여 의사를 밝힌 것 역시 처음이다.
시중은행의 참여에도 한국소호은행이 지금까지 그만큼 주목받지 못한 건 지난해 우리은행의 지주사 우리금융그룹에서 대규모 금융사고가 터지는 악재를 만나서였다. 금융당국에서 우리금융 금융사고와 관련해 경영진까지 예의주시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금융 자회사가 참여한 컨소시엄에 인가를 내주겠냐는 의문이다. 우리은행이 이미 케이뱅크의 지분을 12.58%(지난해 상반기 기준) 보유한 2대 주주인 것도 복병이었다.
하지만 올해 들어 NH농협은행이 합류를 긍정적으로 검토 중인데 이어 지방자치단체까지 참여하면서 세력을 키웠다. 특히 대전시와의 협력은 당국이 포용성 항목에서 지역사회 자금 공급을 새롭게 요구한 것과 관련해 경쟁력을 갖췄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전시 등 충청권에는 별도의 지역은행이 없기 때문에 한국소호은행과 서로 수요가 맞다. 한국소호은행은 정식 출범 시 대전시에 본사를 둘 계획이다. NH농협은행 역시 제4인뱅 참여를 통해 오프라인 시중은행으로서 비교적 약했던 디지털 금융과 개인사업자대출 강화를 구상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참여 확정 단계는 아니지만 은행권에서 '리딩뱅크'를 다투고 있는 신한은행이 합류를 검토 중인 더존뱅크도 만만치 않은 후보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당기순이익 3조7000억원으로 시중은행 중 가장 규모가 큰 KB국민은행(3조3000억원)을 앞질렀다. 더존뱅크 컨소시엄에는 손해보험업권에서 '톱 2'를 다투고 있는 DB손해보험도 참여를 검토 중이다. 이밖에도 유뱅크는 국책은행인 IBK기업은행이 참여를 긍정적으로 검토 중이다.
이에 따라 제4인뱅 컨소시엄 지형도가 우리·NH농협은행의 한국소호은행과 신한은행의 더존뱅크 2강 구도로 굳혀진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당국은 이번 예비인가 평가항목에서 '자본금 및 자본조달방안'을 기존 100점에서 150점으로 늘렸다. 함께 배점이 50점 늘어난 포용성의 토대도 자본력이라는 점에서 이번 예비인가 심사에서 컨소시엄의 자본력은 주요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현 인터넷은행 3사의 출범 초기 자본금은 평균 2700억원 수준이었다.
하지만 자본력만을 기준으로 승자를 확신하기는 어렵다. 지난해부터 카카오·케이·토스뱅크 등 '선배 인뱅'들이 출범 초기 내세웠던 혁신성을 등지고 가계대출을 중심으로 '이자장사'를 하고 있다는 비판론이 커진 상황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제4인뱅 컨소시엄들의 공략도 자본력과 사업자 대출에 치우쳐 있어, 은행을 굳이 한 곳 이상 더 만들어야 하냐는 무용론도 조심스레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하나금융연구소가 수도권 소재 만 20~69세 제조업 및 도소매업, 음식업,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개인사업자 소상공인 800명에 대해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제4인뱅에 대해 '들어본 적 있다'는 응답은 절반도 안 되는 46%에 그쳤다. 제4인뱅에 대한 기대나 관심이 있다는 응답은 33.4%에 불과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제4인뱅 출범 시 인터넷은행업권 규모가 커져 아직은 시중은행에 비해 부족하다는 인식이 있는 경쟁력과 안정성, 고객 신뢰 제고에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도 "인터넷은행 도입 이유는 애초 최신 IT 기술 기반의 혁신적인 금융서비스였는데, 혁신성이 없다면 제4인뱅만의 특장점이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금융당국의 평가항목 중에서도 '사업계획(혁신성)' 배점이 350점으로 가장 크다. 안창국 금융위원회 금융산업국장은 관련 브리핑에서 "은행들은 어차피 지분율 10%를 초과해 들어오긴 어렵고 은행들이 주주로 들어오는 것 자체를 가점 요인으로 볼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금융위는 3주 뒤인 25~26일 제4인뱅 인가 신청을 받으며, 요건 불충족 시 한 곳도 선정하지 않을 방침이다.
jane9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