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유럽 주요국 정상들은 17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휴전이 평화협정 없이 진행돼선 안 되며, 유럽의 우크라이나 안전보장은 미국의 지원 수준에 따라 제공될 것이라는 데 동의했다고 익명을 요구한 유럽 당국자가 전했다.
이날 프랑스 파리 엘리제궁에 모인 유럽 주요국 정상들은 우크라이나 휴전은 평화협정 체결과 동시에 진행되지 않을시 위험하며, 유럽은 "미국의 지원 수준에 따라" 우크라이나에 안전보장을 제공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데 동의했다.
이는 미국도 우크라이나에 적정 수준의 안전보장을 제공해야 유럽도 제공할 수 있다는 조건을 단 것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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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현지시간) 유럽 주요국 정상들 간 회동 후 포토 타임 갖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중),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우), 안토니우 코스타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의 모습. [사진=로이터 뉴스핌] |
이날 회동은 18일 사우디 리야드에서 열리는 미-러 고위급 회담 소식에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긴급 소집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우크라이나 종전 협상 논의에서 당사국인 우크라이나와 유럽을 '패싱'(passing·배제)하고 러시아의 요구사항만 반영한, 이른바 '더티 딜'(dirty deal)을 할 수 있단 우려가 제기되는 가운데, 유럽 주요국이 자체 목소리를 내기 위해 이날 정상회의에 나선 것이다.
회의에 참석한 정상은 주최자인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을 비롯해 영국, 독일, 이탈리아, 폴란드, 스페인, 네덜란드, 덴마크 등 8개국 정상과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안토니우 코스타 EU 정상회의 상임의장, 마르크 뤼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 등이 참석했다.
유럽 정상들은 이날 3시간 넘게 진행된 회동에서 유럽의 방위비 증액 필요성에는 동의했지만, 우크라이나에 대한 안전보장 장치로 유럽이 평화유지군을 파병하는 구상에 대해선 의견이 충돌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가 취재한 유럽 당국자 말에 따르면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가 우크라이나에 자국군을 파병할 의향을 밝혔는데, 대신 "반드시 미국의 후방지원이 있어야 한다. 미국의 안전보장이 러시아가 다시는 우크라이나를 공격하지 않게 억제할 유일하고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종전 후 우크라이나에 그어질 휴전선 안에 병력 배치는 반대한다며, 대신 휴전선 후방에 배치해 우크라이나를 안심시키는, 이른바 "안심군"(reassurance force) 구상을 제안했다. 우크라이나에 유럽군을 직접 주둔시키는 것은 아무래도 위험하단 의견이다.
오는 23일 조기 총선을 앞둔 독일의 올라프 숄츠 총리는 전쟁이 아직 진행 중인데 군사 배치를 논의하는 것은 시기상조이고 "매우 부적절하다"란 반대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도 여러 옵션 중 군사 파병이 "가장 비효율적이고 복잡한 옵션이 될 것"이라면서 파병 구상에 회의적이었단 전언이다.
이날 회동 전 마크롱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각각 전화 통화를 했다. 그는 이들 정상에게 이날 열릴 유럽 주요국 회동에서 논의될 안건을 브리핑한 것으로 여겨진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다음 주 미국을 방문,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날 정상회의에서 나온 의견들을 종합해 전달하는 메신저 역할을 할 전망이다.
wonjc6@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