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정책 기조, 규제→산업 지원 의미, 업계 기대 ↑
가상자산 특성 맞춘 법안 없어, "할 수 있는 것 없어 투자도 씨 말라"
2차 가상자산법에 업계 기대 "할 수 있는 것 명확히 해달라"
[서울=뉴스핌] 채송무 기자 = 금융당국이 가상자산업계의 숙원이던 법인 투자를 단계적으로 허용하면서 업계는 다음으로 업권법 성격의 법안 제정에 기대를 모으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13일 제3차 가상자산위원회를 열고 법인의 가상자산 실명계좌를 단계적으로 허용하기로 했다. 우선 상반기에 정부와 공공기관, 대학 등 비영리법인과 가상자산거래소에 일정 규모의 가상자산 매도를 허용하고, 하반기에는 약 3500여개의 투자사에 가상자산 매매를 허용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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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등 암호화폐 [사진=블룸버그] |
법인의 실명계좌 허용은 가상자산 시장의 파이를 키울 것으로 분석된다. 개인에 비해 규모가 큰 법인이 가상자산에 투자하면 관련 사업이 발전할 수 있다.
무엇보다 이번 법인의 실명계좌 허용은 그동안 이용자 보호를 이유로 규제를 위주로 했던 금융당국의 정책 기조가 산업 지원으로 이동한 의미를 갖는다. 물론 금융위원회가 신중한 접근을 천명하면서 시간이 걸릴 가능성이 크지만, 대기업·금융기관의 가상자산 투자 가능성이 열렸②다.
더욱이 금융위원회는 향후 전문투자자 시범 허용의 결과를 보면서 향후 스테이블코인 규율체계 등을 포함한 2단계 가상자산법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 법은 그동안 업계의 또 다른 숙원 사업으로 꼽혔던 가상자산 특성을 규정한 업권법적 성격을 가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업비트, 빗썸 등 가상자산업계에서는 2024년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 국내법 최초로 가상자산에 대해 정의했지만, 이용자 보호나 규제 위주의 법으로 가상자산의 특성에 맞춘 체계적 법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많았다.
실제로 현장에서는 이 같은 업권법의 부재로 가상자산 사업에 대한 규정이 되지 않아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블록체인 기술의 발전에도 법 규정의 미비로 초기 자본을 모을 수 있는 ICO(초기 코인 공개) 등도 불가능하다.
한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미국과 달리 우리는 법에서 할 수 있는 것을 규정하고 그 외에는 할 수 없는 구조"라며 "현재 사업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이 하나도 없다고 보는 것이 맞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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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이길동 기자 =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지난 13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제3차 가상자산위원회 회의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2025.02.13. gdlee@newspim.com |
이 관계자는 "업계에서는 불안정성이 나쁜 규제보다 더 나쁘다는 말이 있을 정도"라며 "그래서 사업을 기다리는 분들이 많이 해외로 나갔고, 한국시장이 유의미하게 성장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 국내 및 해외 투자자들도 포기해 투자의 씨가 마르고 있다"고 말했다.
관계자는 "기술기업들은 새로운 시도도 해보고 이 과정에서 다양한 이니셔티브를 잡아 이것이 통하는지 확인하는 장인데 한국에서는 신선하거나 최첨단 시도를 해보는 것이 불가능하다"라며 "이러니 향후 기술 주도권을 잡는 것도 불가능하다"고 토로했다.
업계에서는 향후 가상자산의 특성이 반영된 법안에는 코인 발행, 공시 등에 따른 가이드라인과 자율규제기구 설립, 일반 법인의 가상자산 참여를 위한 외환이나 세제 정비 등이 이뤄져야 한다고 보고 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업계에서는 코인 발행 허용도 아니라 되는 것만 명확히 해달라는 입장도 많다"라며 "되는 것을 명확히 해야만 안정성을 갖고 시작하고, 이를 토대로 해외 투자를 요청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은 새로운 기술에 대한 수용력이 뛰어나 잠재력이 크다. 산업적으로 약동하면 엄청난 폭발력을 가질 수도 있다"라며 "법인계좌의 단계적 허용도 됐으니 가능한 것이 조금이라도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다"고 언급했다.
dedanhi@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