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구용 교육연수원장 "사유는 안하고 계산만 있다"
한덕수 탄핵·카톡 검열논란에 나온 자성론 무색
[서울=뉴스핌] 이재창 정치전문기자 = 더불어민주당의 악재가 끊이지 않는다. 이번엔 '2030 고립' 발언이 불거졌다. 박구용 민주당 교육연수원장이 서울 서부지법 폭력사태를 옹호한 일부 2030세대에 대해 "사유(思惟)는 안 하고 계산만 있다"면서 "그들 스스로 말라 비틀어지게 만들고 고립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자성론까지 나온 상황에서 터진 설화다. 박 원장은 12일 이 발언에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박 원장은 지난 8일 유튜브 채널 '정치오락실'에 출연해 "자아가 충돌해야 사유가 일어나는데 (폭력사태를 옹호한 2030 세대는) 올바른 게 뭐냐를 사실 완전히 포섭돼 버렸다"며 "충돌하는 자아가 있어야 건강한 자아인데 이건 고쳐지지 않는다. 희망을 갖지 말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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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2025.02.10 pangbin@newspim.com |
박 원장은 민주당이 2030 세대의 지지율을 흡수할 방법에 대해서 "저들을 어떻게 민주당이 끌어들일 것인가는 굉장히 잘못된 것"이라며 "그들을 우리 편으로 끌어올 것인가가 아니라 그들을 어떻게 소수로 만들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들 스스로 말라 비틀어지게 만들고 고립시켜야 한다"고 했다.
그렇지 않아도 카톡 검열 논란 등으로 2030 세대의 지지율이 하락하는 상황에서 터진 악재다. 젊은 세대의 지지율은 최근 민주당 우위에서 국민의힘 우위로 역전됐다. 이러한 여론 흐름에 기름을 부은 셈이다.
비상계엄 이후 민주당의 악재가 계속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 때까지만 해도 탄핵 바람을 타고 민주당의 지지율이 50%에 육박할 정도로 치솟았다. 국민의힘의 두 배였다. 사실상 민주당 독주 체제였다. 거침이 없었다. 이런 기세는 한동안 계속될 것 같은 분위기였다.
여기서 무리수가 나왔다. 국회의 압도적 의석을 앞세운 민주당이 윤 대통령 탄핵에 이어 한덕수 대행의 탄핵까지 밀어붙였다. 국민적 공감대와 명분이 약했다. 국정을 마비시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자아내면서 "이건 아니다"라는 여론이 조성됐다. 거센 역풍을 불렀다.
이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곧이어 내란죄 삭제 파동이 터졌다. 탄핵 추진단 측에서 내란죄를 탄핵 사유에서 삭제하기로 한 것이다. 윤 대통령을 탄핵한 것이 내란죄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다수의 국민은 의아해했다. 법리적으로는 문제가 없을 수 있지만 여론은 감성이 좌우한다는 점에서 전혀 다르다. 악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어 카톡 검열 논란이 불거졌다. 민주당이 서둘러 수습했으면 파문은 최소화할 수 있었다. 이재명 대표는 수습 대신 정면돌파를 택했다. 이 대표가 "카톡이 성역이냐"며 가짜뉴스 척결 방침을 거듭 확인한 것이다. 여기에 민감한 20대와 30대의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다.
이 대표가 은행장들을 부른 것도 논란을 불렀다. 야당 대표의 은행장 간담회는 이례적이다. 일각에서는 "벌써 집권한 것 같다"는 얘기가 나왔다.
상황이 이쯤 되자 당내에서 자성의 목소리가 나왔다. "너무 서두른다"는 지적과 함께 "점령군같이 행세해서는 안 된다"는 일부 고문의 충고로까지 이어졌다.
이 대표는 과감한 우클릭을 통해 각종 아젠다를 선점하면서 경제와 민생 행보에 올인했다. 경제 성장과 한미동맹 강화, 국민연금 모수 개혁안 처리 등 보수 아젠다까지 치고 나가 지지율에도 긍정적 효과를 내는 상황이었다. 여기에 찬물을 끼얹은 셈이다.
당장 국민의힘은 "2030을 바라보는 비뚤어진 민주당의 시각을 드러낸 것"이라며 공세를 폈다.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은 페이스북에 2030 세대가 등을 돌리는 이유에 대해 "왜곡된 시각으로 청년 세대를 바라보고 조롱하는 민주당 운동권식 선민의식에 너무나 질렸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leejc@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