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유업, 한앤코號 1년 새출발했지만...'집토끼' 발효유 1위 놓쳐
30여년 선두 달리던 주력 사업...'불가리스 사태' 이후 타격
발효유 시장 1위 빙그레로...매일·풀무원·서울·동원 등 경쟁 치열
[서울=뉴스핌] 전미옥 기자 = 30년 넘게 발효유 시장 선두를 달렸던 남양유업이 지난해 빙그레에 1위 자리를 넘겨줬다.
이른바 '불가리스 사태'에도 발효유 시장 1위를 지켰던 남양유업이 한앤컴퍼니를 새 주인으로 맞은 지 1년 만에 결국 선두 자리를 뺏기게 된 것이다. 수년째 지속된 경영권 분쟁으로 인한 이미지 하락과 경쟁사들의 발효유 시장 공세로 경쟁력이 떨어진 것이 주 요인으로 관측된다.
10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식품산업통계정보에 따르면 지난해 빙그레의 소매점(POS) 기준 발효유 매출액은 1580억원으로 시장 점유율 1위에 올랐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3.87% 감소한 수치지만 기존 1위인 남양유업을 제쳤다. 남양유업의 발효유 매출 하락폭이 더 컸기 때문이다. 남양유업은 지난해 소매점 기준 발효유 매출액으로 전년 동기 대비 5.01% 감소한 1567억원을 기록했다.
발효유는 남양유업이 30년 넘게 선두를 달리던 주력 사업이다. 1991년 선보인 발효유 브랜드 '불가리스'를 앞세워 시장점유율 1위를 지켰지만 2021년 이후 경영권 분쟁 등 오너리스크로 인한 이미지 훼손과 경쟁사들의 공세로 매출 하락 지속됐다.
![]() |
위쎈, 불가리스 등 발효유 제품. [사진 =남양유업] |
남양유업의 소매점 기준 발효유 매출액은 ▲2020년 2138억원 ▲2021년 1910억원 ▲2022년 1698억원 등으로 꾸준히 줄었다. 2023년에는 1644억원으로 소폭 올랐으나 지난해 다시 감소세로 돌아선 것이다.
특히 이른바 '불가리스 사태'가 논란이 된 2021년 이후 경쟁사 빙그레와의 격차가 크게 좁혀졌다. 빙그레의 소매점 기준 발효유 매출액은 ▲2020년 1805억원 ▲2021년 1740억원 ▲2022년 1611억원 ▲2023년 1644억원 등이다.
발효유 시장 1위가 남양유업에서 빙그레로 재편됐지만 지난해 실질적으로 시장을 주도한 것은 매일유업, 풀무원다논, 서울우유 등의 하위 업체들이다. 지난해 소매점 기준 발효유 매출액이 9763억원으로 전년 대비 0.27% 소폭 상승한 가운데 이들 세 업체들은 나란히 매출 성장에 성공했다.
시장 3위인 매일유업은 소매점 기준 매출이 전년 대비 7.08% 신장한 1355억원, 4위 풀무원 다논은 8.93% 신장한 1214억원, 5위 서울우유는 6.07% 오른 1197억원을 기록했다.
관련해 매일유업은 지난해 얼려먹는 엔요, 매일바이오 제로·프로틴 등 신제품을 선보였고 풀무원다논은 지난해 자사 발효유 브랜드를 '풀무원요거트'로 통합 리뉴얼해 운영을 시작했다. 서울우유도 같은 해 요구르트 라인업을 확대했고 동원F&B는 프리미엄 발효유 브랜드 '덴마크 하이'를 론칭하는 등 발효유 사업 확대에 힘을 줬다.
발효유 시장 경쟁은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2018년 1조8015억원이었던 국내 발효유 시장 규모는 2022년 2조원대로 성장, 오는 2026년 약 2조3000억원으로 추정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남양유업의 경우 그간 일련의 사건으로 발효유 시장 입지가 꾸준히 줄어드는 흐름이었다"며 "다만 일반 우유 대비 발효유 시장 규모는 커지고 있어 업체 간 경쟁이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 |
|
홍원식 남양유업 전 회장은 2021년 5월 4일 오전 서울 강남구 남양유업 본사에서 '불가리스 사태'와 관련 대국민 사과를 하고 경영에서 손을 떼겠다고 발표했다. 사진은 당시 홍원식 전 회장의 모습. [사진=뉴스핌DB] |
한편 불가리스 사태는 남양유업이 심포지엄에서 2021년 4월 자사 발효유 불가리스가 코로나19 바이러스 억제에 77.78%의 저감 효과가 있다고 발표한 것을 놓고 식품표시광고법 위반으로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제재를 받은 사건이다.
당시 여론이 크게 악화하자 홍원식 전 회장은 대국민사과와 함께 한앤컴퍼니(한앤코)와 경영권 매각 계약을 체결했고 이후 4년간 홍 전 회장 등 오너일가와 한앤코 간 경영권 분쟁이 이어지면서 남양유업 실적이 지속 하락했다.
남양유업은 지난해 1월 홍 전 회장의 퇴장으로 오너경영을 마치고 한앤코 체재로 새출발했다. 한앤코 체제로 재편된 남양유업은 수익성이 부진한 일부 외식사업을 정리하고 건강기능식품, 위탁생산(OEM) 등 새 먹거리 찾기에 골몰했다.
다만 정작 발효유 등 집토끼 단속엔 아쉬웠던 것으로 평가된다. 최근까지도 지속되고 있는 홍 전 회장 일가와의 법적 분쟁도 남양유업의 약점으로 지목된다. 현재 홍 회장일가 관련 횡령·배임 금액은 총 256억원이다.
romeo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