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스튜어드십 코드 강화방안 마련 중
기관투자자 지분율 높진 않지만...캐스팅 보트
스튜어드쉽 대상 기업은 '주주가치 외면' 평가
[서울=뉴스핌] 이석훈 기자 = 금융당국이 스튜어드십 코드 이행력을 높이기 위한 개선 작업에 착수하면서 기업들의 긴장도 높아지고 있다. 소수의 지분을 가진 기관투자자가 기업 의사결정에 더 많은 영향력을 미칠 것이란 우려에서다. 국내 기업 오너들의 낮은 주식비중과 회사가치 저평가로 스튜어드십 코드로 행사하는 지분 1~2%의 찬반에 의해 회사의 방향이 결정될 수 있다.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한국ESG기준원은 금융위원회와 함께 스튜어드십 코드 발전 방향 세미나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서비스 제고기관 관련 원칙 마련, 비재무정보 구체화, 이행보고서 최소 연 1회 발간 의무 부과 등 다양한 방안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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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이석훈 기자 = 2025.02.07 stpoemseok@newspim.com |
이 중 가장 핵심적인 내용은 적용 대상 자산군의 확대였다. 현재 기관투자자들은 전문 인력 문제 등으로 상장 주식에 국한해 스튜어드십 코드를 적용하고 있는데, 이를 비상장 주식과 채권 등으로 확대하자는 의미다. 금융위원회는 이 같은 방향으로 스튜어드십 코드 개선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만약 인력 충원 방안과 적용 자산 확대가 계획대로 이뤄진다면 기관투자자들이 기업 의사결정에 미칠 영향이 커질 전망이다. 상장사 주주총회(주총) 뿐만 아니라 비상장사 주총, 채권단협의회 등에서도 적극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어서다.
이에 일부 기업을 중심으로 스튜어드십 코드 이행 여부에 민감해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후 기관투자자들이 기업 의사결정에 반대표를 던지는 경우가 많아져서다.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이전인 2016년 3월 국내 민간기관투자자의 반대 의결권 행사 비율은 1.84%였다. 스튜어드십 코드가 도입된 후 해당 수치는 ▲2017년(1.93%) ▲2018년(3.34%) ▲2019년(3.75%) ▲2020년(4.26%) 등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국민연금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지난 2021년 국민연금은 총 549건의 반대 의결권을 행사했다. 총의결권 행사 건수(3378건)의 16.3%를 차지한다.
2년이 지난 2023년에 국민연금의 반대 의결권 행사 비율은 21.8%로 5.5%포인트(p) 늘었다. 동 기간 반대의결권 행사 건수도 26.04%(143건) 늘어난 692건을 기록했다.
◆ 지분 10%로 CEO 연임 막을 수 있어...기업은 '주주가치 훼손' 이미지 걱정
적은 지분을 가진 기관투자자, 연기금 등이 의사결정에 핵심 역할을 하는 캐스팅보트 사례도 기업의 고민을 늘린다.
지난 2023년 국민연금은 KT 정기주주총회에서 구현모 전 대표이사의 연임을 저지한 바 있다. 국민연금은 2022년 말 이사회가 구 전 대표를 차기 대표로 결정한 직후 반대 의사를 밝혔다. 경선의 기본 원칙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이유였다. 당시 국민연금의 KT 지분율은 10.35%에 불과했지만, 국민연금의 반대 선언 이후 구 대표는 연임을 포기했다.
또한 대한항공의 故 조양호 회장이 2019년 경영복귀를 시도할 때 국민연금이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하며, 조 회장의 복귀를 무산시켰다. 당시 조 회장 연임에 찬성표로 지분 2.5%가 부족했는데, 국민연금은 11.56%를 쥐고, 반대표를 던졌다.
게다가 스튜어드십 코드 이행으로 기업 의사결정을 꺾는 사례가 흔하지 않기 때문에, 일반 대중의 뇌리에 쉽게 각인된다는 점도 우려 사항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연기금이나 기관투자자의 스튜어드십 코드 이행으로 이슈가 된 기업은 자칫 주주가치를 훼손한 기업으로 낙인 찍힐 수 있다"며 "기업들은 스튜어드십 코드 적용 범위 확대 등을 달갑게 받아들이진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stpoemseo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