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 지난해 영업이익 63% '뚝'...롯데·한화도 대규모 적자
업체간 자율 구조조정 한계...정부·채권단 주도 개편 서둘러야
[서울=뉴스핌] 정탁윤 기자 = LG화학 등 국내 석유화학 업체들이 잇따라 부진한 실적을 발표하며 '보릿고개'가 길어지는 것 아니냔 우려가 나온다.
현재 국내 석유화학산업은 에틸렌 등 기초석유화학 제품 생산공장 가동률이 70% 이하로 떨어진 상태다. 중국산 저가 제품 공세에 수출길이 막혔기 때문이다. '공장을 돌릴수록 손해'란 말이 나오는 것도 그래서다.
장기 불황의 늪에 빠진 국내 석유화학 기업을 살리기 위해 정부와 채권단 주도의 구조 개편이 시급하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 LG화학, 지난해 영업이익 63% '뚝'...롯데·한화도 대규모 적자
5일 석유화학업계에 따르면, LG화학은 지난해 매출이 48조 9161억원, 영업이익은 9168억원을 기록했다. 전년대비 매출은 11.46%, 영업이익은 63%나 줄어든 실적이다.
특히 지난해 4분기는 매출 12조 3366억원, 영업손실 2520억 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6.1% 감소했으며, 영업 이익은 적자 전환했다.
LG화학 여수 공장 전경 [사진=LG화학] |
금호석유화학은 지난해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2728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전년 대비 24%나 감소한 수치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13.2% 늘어 7조1550억원으로 파악됐다. 다만, 순이익은 3485억원으로 전년과 비교해 22% 줄었다.
이번 주 실적 발표 예정인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8000억원이 넘는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한화솔루션도 3000~4000억원대의 영업손실을 기록, 적자 전환한 것으로 추정된다.
문제는 올해 업황도 불투명해 실적 반전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공장 매각과 통폐합 등 구조조정과 사업재편을 통한 재무구조 개선이 시급한 상황이다.
◆ 업체간 자율 구조조정 한계...정부·채권단 주도 개편 서둘러야
국내 업체들간 공장 통폐합 등 구조조정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해 초부터 여수와 울산, 대산 등 석유화학단지 내 일부 공장 통폐합 얘기가 흘러나왔지만, 업체들간 '눈치보기'로 구조조정이 지연되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가 여전히 구조조정은 업계 자율에 맡겨야 한다는 기본 입장을 유지하고 있어 통폐합 작업에 속도가 나지 않고 있다.
LG화학 관계자는 지난 3일 실적 컨퍼런스콜을 통해 "지난해 말 정부에서 발표한 석유화학 경쟁력 강화 발표에 따르면 기업 간의 자발적인 구조조정을 할 때 인센티브를 지원하거나 신성장·고부가 R&D에 대해서는 세제 혜택 등을 실시한다고 해 일부 기대 가능한 영역은 존재한다"면서도 "대부분 대기업은 수혜 대상에서 제외되거나 손익 관점에서 보면 영향이 미미한 항목들이 많아 당장 가시적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석유화학 구조조정은 채권금융기관이 나서서 주도하고 독립적인 전문 경영인을 선임하여 경영을 맡기는 형태가 바람직해 보인다"며 "기업 자율에만 맡길 경우 골든타임을 놓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구체적으로 막대한 규모의 취득세와 양도차익에 따른 법인세 유예 또는 면제, 저금리의 정책자금 제공, 통폐합에 따른 독과점 문제 예외 적용 등이 필요하다"라고 덧붙였다.
tac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