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캐나다·멕시코 25% 관세 발표..."보복 관세" 반발
기아 멕시코 공장 직격탄...현대차그룹, 현지화로 사전 대비
현대차 "美 생산 비중 60%...부정적 효과 크지 않을 것"
[서울=뉴스핌] 김승현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공언해 온 '관세 전쟁'이 본격화되며 우리 자동차 업계에도 긴장감이 돌고 있다.
특히 주요 생산기지로 활용해 온 멕시코 등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기로 하며 주력 수출품 중 하나인 자동차 업계에 끼칠 부정적 영향이 예상된다.
다만 현대차그룹은 이미 미국 내 공장 생산 비중을 60% 수준으로 높이며 어느 정도 대비가 된 상황이며, 지속적으로 유연한 대응을 이어갈 전망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캐나다와 멕시코, 중국에 예고했던 관세부과를 명령했다 [사진=블룸버그] |
◆ 트럼프, 캐나다·멕시코에 25% 관세 결정...캐·멕, '보복 관세' 맞대응 예고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일(현지 시간) 행정명령을 통해 미 동부시간 4일 0시(한국 시간 4일 오후 2시)부터 캐나다와 멕시코에 25% 관세를, 중국에는 기존보다 1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캐나다와 멕시코는 즉각 보복 관세 등 맞대응을 예고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엑스(X·옛 트위터)에 글을 올려 "미국이 4일부터 대부분의 캐나다 제품에 25%, 에너지에 10% 관세를 부과하기로 확정했다"며 "이런 것을 원하지는 않았지만, 캐나다는 준비돼 있다"고 밝혔다.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도 엑스에 올린 글에서 "경제부 장관에게 멕시코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관세 및 비관세 조치를 포함해 플랜 B를 시행할 것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패스케리아 로이터=뉴스핌] 멕시코 누에보레온주 페스케리아시에 위치한 기아자동차 생산 공장에 있는 기아 로고. |
◆ 기아 멕시코 공장 직격탄...현대차그룹, 미국 조지아 공장 등으로 사전 대응 마쳐
지난해 현대차·기아는 미국에서 약 171만 대를 판매해 역대 최다 기록을 세웠다. 이 중 절반이 국내에서 생산해 수출하는 물량이다. 업계는 보편 관세가 실현될 경우 현대차는 월 2000억~4000억원, 기아는 월 1000억~2000억원의 부담이 발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멕시코에 대한 관세 부과로 직접적으로 타격을 받는 것은 기아의 멕시코 몬테레이 공장이다. 기아는 몬테레이 공장에서 K3와 K4를 생산해 수출하고 있고 올해부터는 EV3도 생산 품목에 들어갈 예정이다. 2023년 기준 멕시코에서 생산돼 미국으로 들어간 차량은 15만5000대였다.
완성차에 부품을 공급하는 부품사 역시 보편 관세 실행 시 영향권에 들어간다. 현대차 그룹 계열사인 현대트랜시스와 현대모비스는 차량용 변속기와 자동차 부품을 몬테레이에서 생산 중이다. 부품사 역시 보편 관세 실행 시 미국 생산 물량을 늘리거나 공급망을 일부 변화시키는 등의 변화가 필요하다.
이에 대해 현대차 그룹은 사전 대응으로 예상보다 보편 관세의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면서 지속적으로 유연하게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현대차는 지난달 23일 개최한 2024년 4분기 실적 컨퍼런스 콜에서 "현대차는 미국 내 공장이 있고 미국 내 공장 생산 비중이 60% 가까이 되기 때문에 보편 관세의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며 "보편 관세에 의한 부정적인 효과를 보면 토요타와 혼다보다 크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한다"고 했다.
이어 "혼다나 토요타의 경우, 멕시코와 캐나다에 공장을 많이 갖고 있다. 혼다의 경우 주력 차종이 81%, 50%가량 캐나다와 멕시코 소싱을 하고 있고 토요타의 경우도 캐나다, 멕시코에서 넘어오는 비중이 53%가량 된다"며 "보편 관세에 대한 부정적 효과 측면에서 본다고 하면 경쟁사 대비 영향이 크지는 않을 것이라 예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환율에 따른 손익 부분도 검토 중이며 환율과 보편 관세의 부분이 상반된 효과를 나타내지만 보편 관세가 10% 붙는다는 전제 하에 환율 효과가 어느 정도 받침이 된다면 상당 부분 상쇄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사진=현대차그룹] |
현대차의 대표적인 사전 대응은 지난해 말 조지아주에 건설한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다. HMGMA는 1183만㎡(약 358만 평) 용지에 연간 30만 대를 양산할 수 있는 규모로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가동한다. 기존 전기차 전용 공장으로 지어졌던 HMGMA는 현지 상황을 고려해 하이브리드차 혼류 생산이 가능하도록 생산 라인을 변경했다.
전기차는 올해 보조금 혜택 모델을 확대하면서 한숨 돌렸다. 현대차와 기아는 올해부터 아이오닉5, EV6 등 자사 전동화 모델 5종이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보조금 대상 차종에 처음으로 포함됐다. HMGMA에서 올해 해당 차종들이 양산되기 때문이다. IRA는 보조금 지급 전제 조건으로 자국 내 생산을 규정하고 있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가 캐나다, 멕시코 등의 보복 관세에 대응해 관세율을 더 높이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은 악재다. 관세 전쟁의 흐름이 협상이 아닌 각국의 보호 무역 강화로 귀결될 경우 수출을 기반으로 하는 한국 산업의 부담은 어떤 식으로든 가중되기 때문이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통화에서 "25% 관세라는 것은 (미국에) 들어오지 말라는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우위의 입장에서 협상하려는 협상가이기 때문에 오래 가지는 못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어 "현대차의 경우 국내서 생산해 나가는 제네시스 완성차 등이 문제일 수 있다"면서도 "미국 내 공장 등을 활용해 하이브리드 비율을 늘리는 등 다양한 대응 옵션이 있어 능동적 대처가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김 교수는 "다만 우리는 수출을 기반으로 하는 나라이기에 장기적으로는 아주 좋지 않은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또한 과제는 많은데 지금 국내에 트럼프 행정부와 협상할 카운터파트가 없다. 정부가 나서야 될 일을 기업이 각자도생으로 나서서 하는 건 한계가 분명히 크다"며 조기 정국 안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kims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