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 감독 영화 '미키 17', 2월말 전세계 최초 개봉
박찬욱 감독 '어쩔 수가 없다'도 촬영 마치고 후반 작업
신선하면서도 밀도 있는 스토리, 전 세계 영화계가 주목
[서울 = 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한국 영화가 좀처럼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현빈 주연의 영화 '하얼빈'이 선전하고 있지만 여전히 손익분기점을 넘기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지난해 연말부터 크고 작은 한국 영화들이 개봉했지만 대부분의 영화가 처참한 스코어를 기록하며 흥행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 와중에 한국 영화계의 쌍두마차인 봉준호와 박찬욱의 신작이 모습을 드러내면서 영화계의 기대가 크다. 작품성과 흥행성을 겸비한 두 감독의 영화가 침체한 한국 영화계를 견인하여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서울 = 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봉준호 감독의 신작 '미키 17'. [사진 =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제공] 2025.01.23 oks34@newspim.com |
봉준호 감독의 신작 '미키 17'은 오는 2월 28일 전 세계 최초로 한국에서 개봉을 앞두고 있다. 박찬욱 감독의 영화 '어쩔 수가 없다'도 모든 촬영을 마치고 후반 작업에 돌입했다. 두 작품 모두 감독들이 그 어떤 작품보다도 공을 들인 작품이라고 강조하면서 관객의 기대감이 어느 때보다도 높다.
'미키 17'의 봉준호 감독은 지난 20일 주인공 역을 맡은 로버트 패틴슨과 함께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기자간담회 및 푸티지 시사회를 가졌다. 위험한 일에 투입되는 소모품(익스펜더블)으로, 죽으면 다시 프린트되는 '미키'가 17번째 죽음을 앞두고 '미키 18'이 잘못 프린트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두 미키의 이야기를 통해 엉뚱하면서도 시니컬한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서울 = 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기자간담회에 나선 '미키 17'의 봉준호 감독(왼쪽)과 주인공 로버트 패틴슨. 2025.01.23 oks34@newspim.com |
봉준호 감독은 "미키 17은 인간 냄새 가득한 SF 영화다. 로버트 패틴슨이 연기한 '미키'라는 평범하고 어찌 보면 불쌍한 청년의 이야기이기도 하다"라고 말했다. 봉 감독은 "미키는 죽을 때마다 새롭게 출력되는 극한 직업"이라면서 "인간 사회에 대해 심각하게, 또 유머러스하게 마음껏 풍자할 수 있다는 게 SF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말했다.
미키 역의 로버트 패틴슨은 극 중에서 '미키 17'과 '미키 18', 1인 2역을 소화한다. 봉 감독은 "'미키'라는 캐릭터가 불쌍하고 찌질하면서도 사랑스러운 캐릭터인데, 그런 캐릭터의 매력을 흠뻑 느끼실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봉준호 감독은 '기생충' 이후 약 6년여 만에 관객을 찾는다. 이탈리아 작가 에드워드 애슈턴의 소설 '미키7'을 원작으로 한다.
[서울 = 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박찬욱 감독의 신작영화 '어쩔 수가 없다'의 한 장면. [사진 = CJ ENM 제공] 2025.01.23 oks34@newspim.com |
박찬욱 감독의 신작 '어쩔 수가 없다'도 최근 촬영을 모두 마쳤다. 배급사인 CJ ENM에 따르면 박 감독은 지난해 8월 촬영을 시작한 지 6개월 만에 모든 촬영을 마치고 후반 작업에 돌입했다. 박 감독이 칸국제영화제 감독상 수상작 '헤어질 결심'(2022) 이후 처음으로 선보이는 새 영화다.
'어쩔 수가 없다'는 만족스러운 삶을 살던 만수(이병헌 분)가 덜컥 해고된 뒤 아내 미리(손예진)와 두 아이를 보호하기 위해 재취업을 향한 자신만의 전쟁을 준비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미국 작가 도널드 웨스트레이크가 쓴 '액스'(THE AX)를 뼈대로 한다. 영화 속에서 평생을 다닌 제지 회사에서 정리해고를 당한 만수가 재취업을 위해 인간 사냥에 나선다. 자신보다 젊고 잘생긴 다섯 명의 경쟁자를 제거하기로 한 것이다. 손예진은 남편의 갑작스러운 해고에도 불구하고 가족을 지키기 위해 분투하는 아내 미리 역을 맡았다.
[서울 = 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영화 '어쩔 수가 없다'의 촬영현장에서의 박찬욱 감독. [사진 = CJ ENM 제공] 2025.01.23 oks34@newspim.com |
이병헌은 "감독님과 오랜 친구처럼 아이디어를 주고받은 시간이 오랫동안 생각날 것 같다"면서 "이번만큼 많이 기대한 작품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영화에 대한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손예진은 "박 감독님과 이병헌의 팬으로서 이 작품에 참여하게 됐고, (촬영) 과정을 보며 정말 멋진 작품이 탄생할 것 같다는 생각이 매 순간 들었다"고 밝혔다. 박 감독은 "이 영화의 각본을 쓰기 시작한 게 17년 전쯤인 것 같다"면서 "제가 가장 만들고 싶어 했던 작품을 드디어 촬영까지 마치게 돼 감개무량하다"고 말했다.
어쨌든 한국 영화계뿐 아니라 전 세계가 주목하는 두 감독의 영화를 올해 차례로 만나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극장 문화의 침체로 인한 관객의 감소, 넷플릭스 등 OTT 시장의 확산, 영화 제작사의 경영난까지 겹친 한국 영화 시장에서 이들 구원투수의 역할이 절실하다.
oks3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