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 징역 15년→2심 징역 7년 감형
부동산 중개업자 등 공범, 무죄 혹은 집유
[서울=뉴스핌] 홍석희 기자 = 인천 미추홀구 일대에서 수백억원대 전세보증금을 가로챈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60대 건축업자인 이른바 '건축왕'이 징역 7년형을 확정받았다.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은 23일 오전 사기 등 혐의로 기소된 남모 씨에게 징역 7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같은 혐의로 기소된 부동산 중개업자 A씨 등 9명의 공범들도 원심의 무죄 혹은 징역형 집행유예가 확정됐다.
인천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대책위원회 등 관계자들이 지난해 11월 6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인천 미추홀구 건축왕 남씨 일당 엄벌 촉구 및 탄원서 제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핌 DB] |
남씨 등은 2022년 1월부터 같은 해 7월까지 인천 미추홀구에 있는 자신이 소유한 공동주택의 임차인 191명으로부터 전세보증금 약 148억원을 가로챈 혐의로 기소됐다.
1심은 남씨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하고 115억5678만원의 추징을 명령했다. 같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 등 9명의 공범들에게는 징역 각 4~13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나이 어린 사회초년생, 신혼부부, 70대 노인 등과 같이 경제적으로 취약한 대상을 상대로 범행했다. 범행 동기와 수법이 매우 불량하고 피해자 수와 피해 규모에 비춰 결과도 중하다"며 남씨에게 사기죄 법정최고형을 선고했다.
그러나 2심은 2022년 5월27일 이후를 기준으로 신규로 체결된 전세 보증금과 증액된 전세 보증금만을 편취 금액으로 인정하며 남씨에게 징역 7년을 선고했다. 공범들에 대해서도 징역 4∼13년의 실형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무죄나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2022년 5월27일 이후에 공범들 사이에 '남씨의 재정상태가 좋지 못하다'는 인식을 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며 "5월27일 이후 임대차 계약 건수가 급격히 감소했다는 사정이 보이고 실제로 신규 임대차 계약보다는 증액 또는 동액으로 체결된 임대차 계약이 훨씬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어 "이러한 사정을 종합해보면 남씨를 제외한 나머지 피고인들은 5월 이후 임대차 계약에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는 것으로 보인다"며 "남씨에 대해서는 2022년 1월부터 범행을 인정하고 나머지 피고인들에 대해서는 같은해 5월27일 이후로 미필적 고의를 인정해 유죄로 인정하기로 결정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검사가 제출한 공소장에 적시된 범행기간 중에서 신규로 체결된 임대차 계약과 증액이 된 계약금에 한해서 편취금액으로 인정한다"며 "동액으로 체결된 계약에 한해서는 범죄사실 증명이 없는 것으로 봤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원심 판단이 옳다고 봤다.
남씨의 전세사기 혐의 액수는 총 536억원이지만 해당 재판에서는 먼저 기소된 148억원에 대해서만 다뤄졌다. 추가 기소된 388억원의 전세사기 재판은 따로 진행 중이다. 남씨는 인천과 경기 일대에서 약 2700채의 부동산을 보유한 이른바 '건축왕'으로 불렸다.
hong9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