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일시 휴전과 인질 석방에 합의한 15일(현지시간) 닷새 뒤면 물러나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취임을 앞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이번 휴전은 다 내 덕분"이라며 공(功)을 다퉜다.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이날 인질과 이스라엘 내 팔레스타인인 수감자를 교환하는 조건으로 6주 동안 휴전하는 한편 영구적 휴전을 위한 논의를 진행하기로 합의했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트럼프 당선인은 발빠르게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나의 공로'라고 자찬했다.
트럼프는 "이 엄청난 휴전 합의는 오직 우리의 역사적인 (작년) 11월 (대선) 승리로 인해 가능했다"며 "그것(자신의 대선 승리)은 나의 행정부가 평화를 추구하고 모든 미국인과 동맹들의 안전을 위해 합의를 도출할 협상을 할 것이란 신호를 전 세계에 보낸 것"이라고 썼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왼쪽) [사진=로이터 뉴스핌] |
그는 또 "우리는 백악관에 있지 않고서도 많은 성과를 이뤘다. 내가 백악관에 복귀하고 일어날 멋진 일들을 상상해 보라"고 덧붙였다.
바이든 대통령도 지지 않았다.
바이든 대통령은 성명에서 "나의 외교는 이 일을 성사시키기 위해 한 번도 멈춘 적이 없다"며 "하마스가 극심한 압박을 받고, 레바논 휴전과 이란의 약화 이후 지역 정세가 변한 것도 있지만 끈질긴 미국 외교의 결과물이기도 하다"라고 강조했다.
다만 바이든은 트럼프 당선인과 달리 트럼프 측의 역할도 인정했다. 그는 "이 협상이 내 행정부에서 마련되고 진행된 것이지만, 차기 정부에서 대부분 이행될 것"이라며 "지난 며칠 동안 (트럼프 당선인 측과) 우리는 한 팀으로 일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트럼프 당선인의 정권 인수팀은 차기 행정부의 중동특사로 지명된 스티브 위트코프를 카타르 도하로 파견해 바이든 협상팀과 짝을 이뤄 합의를 이끌어내는 데 일조했다.
이후 기자회견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 당선인과 자신 중 '누구의 공으로 역사책에 쓰일 것으로 생각하느냐'고 묻는 기자의 질문에 "농담하냐?"(Is that a joke?)고 다소 날선 반응을 보였다. 자신이 다 차린 밥상에 트럼프가 숟가락을 얹는 게 못마땅하다는 투였다.
전문가들은 이번 휴전 합의가 누구 한 사람의 공이 아닌 두 사람 모두의 역할이 있었다고 평했다.
미국 싱크탱크 애틀랜틱카운슬의 중동 전문가 조너선 패니코프는 "외교 정책을 놓고 당파성이 고조된 시기에 이번 성과는 초당파적으로 임할 때 미국의 외교 정책이 얼마나 더 강력하고 영향력을 발휘하는 보여줬다"며 "퇴임을 앞둔 행정부와 취임할 행정부 모두 이번 합의에 대한 공로를 인정받아야 한다. 두 행정부 모두가 추진하지 않았다면 합의가 이루어질 가능성은 훨씬 낮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AP 통신은 실제 휴전 협상의 틀은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해 5월 발표한 계획을 토대로 진전돼 왔다며 이후 줄곧 협상 중재를 위해 바이든 정부가 노력해 왔다고 짚었다. 트럼프 당선인의 경우 자신의 취임 전까지 하마스가 인질을 석방하지 않으면 "지옥이 닥칠 것"이라는 말로 상대를 위협하고 동시에 위트코프 특사 지명자를 중동에 파견하는 등 바이든 행정부와 긴밀히 협력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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