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시, 코로나19 당시 열흘간 1인 시위만 허용
대법 "예외 두지 않고 옥외집회 전면 금지한 것은 과도한 집회의 자유 제한"
[서울=뉴스핌] 김현구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당시 '1인 시위'만 허용한 원주시의 행정명령을 어긴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벌금형을 선고받은 노동조합원들이 재판을 다시 받게 됐다.
집회 전면 금지 조치는 집회의 자유를 중대하게 제한하기 때문에 행정명령을 내릴 시 구체적 조건을 부과하는 등 집회의 자유를 덜 제한하는 방안을 우선 모색해야 한다는 취지다.
대법원 [사진=뉴스핌 DB] |
대법원 2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 위반, 감염병의예방및관리에관한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 등에게 벌금 50~2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춘천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4일 밝혔다.
앞서 원주시장은 2021년 7월 23일부터 열흘간 '사회적 거리두기'를 3단계로 격상하되, 원주시의 코로나19 확산세의 심각성을 고려해 집회는 4단계 기준인 1인 시위만 허용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을 공고했다. 원주경찰서장은 이 행정명령을 근거로 전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동조합이 신고한 집회에 대해 금지 통고를 했다.
하지만 해당 노조 조합원인 A씨 등은 2021년 7월 30일 간격을 두고 각자 팻말을 들고 서 있는 방식의 미신고 집회를 주최했고, 이에 검찰은 원주시장 명의 감염병 예방 행정명령에 따른 조치를 위반한 혐의로 이들을 재판에 넘겼다.
1심은 A씨에게 벌금 200만원, 나머지 3명에겐 벌금 50만원을 선고했다.
2심도 1심 판단을 유지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행정명령이 원주시 전역에서 집회·시위를 금지하고 있기는 하나 1~4인 시위는 허용하고 있었던 점, 대다수 국민들은 감염병 확산 저지와 피해 방지를 위해 국가 등의 관련 조치와 행정명령을 충실하게 따르며 희생을 감수하고 있었던 점 등을 고려할 때 이 사건 행정명령이 지나치게 과도하다거나 집회·시위의 자유를 본질적으로 침해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이 사건 행정명령이 코로나19의 확산을 방지·차단하기 위해 유효·적절한 수단이라는 점은 수긍할 수 있으나, 그러한 행정 목적을 실현할 수 있는 수단 중 가능한 한 최소한의 침해를 가져오는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어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를 적용해 집회를 전면 금지 조치하는 것이 정당성을 가지기 위해서는 집회가 다른 모임이나 행사와 달리 감염병의 발생·확산 예방에 상당한 위협이 되고, 3단계에서 정한 예방 조치만으로는 감염병의 확산을 차단하는 데 부족하다는 점에 관한 객관적·합리적인 자료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즉 재판부는 당시 원주시에서 모든 집회를 전면적·일률적으로 금지해야 할 정도로 코로나19 확산 상황이 심각하다고 볼만한 객관적·합리적 자료가 없다고 본 것이다.
이에 재판부는 "원주시장은 방역 활동에 따라 축적된 경험과 정보에 따라 단계별 수칙을 세분해 집회의 장소, 시간, 규모, 방법 등을 적절히 제한하거나 참여자 간 간격 유지, 구호 제창·취식 금지 등 코로나19 확산 예방을 위한 구체적인 조건을 부과하는 방식으로 집회의 자유를 덜 제한하는 방안을 모색할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 행정명령은 그러한 충분한 고려 없이 개별적·구체적 사정에 대한 어떠한 예외도 두지 않은 채 원주시 전역에서의 모든 집회를 전면적으로 금지한 것으로서 침해의 최소성을 갖춘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부연했다.
끝으로 재판부는 "이 사건 행정명령은 어떠한 예외도 두지 않고 모든 옥외집회를 전면적으로 금지함으로써 피고인들의 집회의 자유를 중대하게 제한한 것이어서 법익의 균형성을 갖춘 것으로 보기 어렵다"며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hyun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