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나영 기자= "반도체·이차전지 산업 불황이 지속되면서 국내 대기업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협력 업체는 그 여파로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올해 장비 매출이 부진하고 신규 발주 역시 예년에 비해 크게 줄었다"
최근 만난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 관계자는 국내 반도체와 이차전지 시장의 불황이 장기화되면서 중소기업들이 깊은 위기에 직면했다고 토로했다.
이나영 중기벤처부 기자 |
수출 대기업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소부장 기업들은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국내 대기업의 실적 부진이 지속되면서 협력 업체들의 매출도 동반 감소하기 때문이다. 대기업 의존도가 높은 한 장비 제조사는 지난해 대비 약 63% 매출 감소를 겪으며 역성장을 경험했다.
대기업 의존은 양날의 검과 같다. 안정적인 수익원을 제공받는 동시에, 대기업의 위기가 중소기업들로 확산되는 구조적 취약성을 내포하기 때문이다. 반도체와 이차전지 등 첨단 산업 분야에서는 대기업의 위기가 중소 협력 업체에 연쇄적으로 확산된다. 이는 글로벌 경기 침체와 기술 경쟁 심화가 맞물리면서 국내 산업 생태계 전반에 걸친 구조적 문제로 확대되고 있다.
글로벌 경제 환경의 불확실성은 소부장 기업에게 또 다른 위기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미국의 대(對)중국 반도체 제재가 심화되면서, 중국 시장에 의존하던 국내 소부장 업계는 매출 감소라는 직접적인 타격을 받고 있다.
그동안 국내 소부장 기업들은 해외 매출의 상당 부분을 중국에서 창출해왔다. 하지만 최근 중국이 미국 제재에 대응해 반도체 자급 체제를 강화하면서 한국 기업과의 협력 규모가 축소되고 있다. 이와 함께 반도체 업황 불황까지 겹쳐 중국 내 투자가 줄어든 탓에 국내 소부장 기업들은 매출 감소로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지난달 '반도체 생태계 지원 강화 방안'에서 글로벌 반도체 경쟁에 대응하기 위해 다양한 지원을 마련했다. 이 중 금융 지원에서 내년에 소부장·팹리스·제조 등 반도체 전 분야에 총 14조 원 이상의 정책금융을 공급하고 반도체 펀드 투자를 본격 집행한다.
정부의 지원에도 불구하고 현재 소부장 기업들이 체감하는 효과는 여전히 부족하다. 신규 발주 감소와 매출 하락이 당장의 위협으로 다가오는 상황에서, 단기적으로 체감할 수 있는 현실적인 지원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만, 내년에는 글로벌 경기 회복과 함께 반도체 시장이 점진적으로 반등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주요 기업들의 신규 투자 계획이 가시화되고, 기술 수요가 회복된다면 소부장 업계에도 긍정적인 변화의 바람이 불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이와 같은 변화가 실제 매출 증가로 이어지기 위해선 지금의 위기를 견뎌낼 체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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