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뉴스핌] 우승오 기자 = 첫 공식 반응치고는 퍽이나 고급(?)스럽다. 어쩌면 이다지도 격조 높은 단어를 구사하는지 새삼 '글의 품격'과 '언어의 온도'를 되짚게 한다. 허위 사실을 유포하면 원칙대로 처리할 방침이라는 친절(?)한 안내에 이를라 치면 그 자상함에 감탄마저 절로 나온다.
지난 6일 밑도 끝도 없이 '공공하수도시설 단순 관리 대행 용역' 절차를 중단하면서 '공정성·투명성 확보'라는 말만 남긴 채 표표히 사라진 '용인 씨'가 20여 일 만에 보도자료라는 명품 아웃도어 브랜드를 빌려 입고 공식 석상에 다시 등장했다.
겉치장과는 달리 '용인 씨' 얼굴엔 짜증이 잔뜩 묻어났다. 대놓고 씩씩대는 꼴을 보니 금방이라도 종주먹을 들이댈 기세다. 투명성·공정성·객관성을 보강할 조치를 추가로 하겠다는데, 일부 업체나 언론에서 웬 잡소리가 그리 많냐고 생강짜를 부린다.
경기남부취재본부 우승오 기자 |
설득력은 떨어지다 못해 없다시피 했지만 여하튼 '용인 씨'는 자신의 분노 게이지가 상승한 까닭을 오직 외부 탓으로만 돌렸다.
일각에서 의혹을 제기하는 수준을 넘어 허위 사실까지 유포하면서 음해하는 수준에 이르렀기에 더 이상 참기 힘들다는 판단에 따른 조치라고 강변했다.
기자 역시 A언론사 '카더라 기사'에는 결코 동의하지 않는다. 그토록 중요한 얘길 교차 확인도 없이 마구 써 갈긴 만용은 당장 '수거'해서 '사살'하고 싶을 정도다. 큰 따옴표 안에만 욱여넣으면 무슨 소릴 지껄여도 면피가 된다는 어쭙잖은 확신은 이번 기회에 슬러지 처리시설에나 보내길 정중하게 요청한다.
자, 이제 '오컴의 면도날'을 이용해 곁가지를 모두 잘랐으니 사태 본질은 지극히 명료하고 단순해졌다.
천 번 만 번 양보해 '용인 씨' 얘기가 다 맞다고 치자. 그렇다면 이 사달은 왜 벌어졌고, 잡음은 왜 끊이질 않는가. 시험 당일 나눠줬던 시험지를 모조리 거둬들이고 시험일을 무기한 연기한 연유는 뭔가. 시험지를 유출했다고 자백하는 셈인가. 오직 시험일에 맞춰 모든 컨디션을 조절한 수험생은 안중에도 없다는 뜻인가. 그깟 수험생 따윈 결국 찍소리도 못하리라는 '용인 씨'의 정신 승리에 기인한 오만인가.
기준을 번복하고도 기준 번복은 없다는 궤변은 혀를 내두를 정도다. 처음 계획한 시간표대로 하지 않는 자체가 기준 번복이 아니고 무엇이란 말인가.
당초 절차 중단 명분으로 삼은 공정성·투명성에다 객관성을 슬그머니 끼워 넣는다고 해서, 예비 평가위원을 100명에서 200명으로 늘린다고 해서, 평가위원 추첨 과정에 감사관과 함께 경찰관을 추가로 입회시킨다고 해서 해결할 일이었다면 지금까지 뭐하다 이제서야 야단법석인지 알다가도 모르겠다. 지극히 당연한 신규 사업자 사업기간 3년 보장을 생색이랍시고 내는 꼬락서니 하고는.
시 태도에는 '용인 씨' 자신이 빠졌다. 있지도 않은 허수아비 귀싸대기를 올려붙이며 '저 놈 탓'이라고 애써 시선을 돌리지만 가당찮은 일이다.
여보쇼 용인 씨! 어찌 그 모양이오. 참 딱도 하시오. 이럴거였음 차라리 국으로 있는 편이 낫지 않았겠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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