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뮤지컬 '시라노'와 '광화문연가'가 주연배우의 건강 문제로 공연이 중단되는 사태를 겪었다. 110%의 환불 조치가 이루어졌지만 여러 작품에 동시에 출연하는 '겹치기'의 피해가 관객들에게 이어진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지난 22일 서울 디큐브 링크아트센터에서 공연한 '광화문연가'는 '월하' 역을 맡은 차지연의 건강 이상으로 공연이 중단됐다. 당시 차지연은 일시적인 과호흡 상태로 더이상 공연을 이어가지 못했다.
뮤지컬 '시라노'에 출연 중인 최재림 [사진=RG컴퍼니, CJ ENM] |
앞서 20일엔 배우 최재림이 뮤지컬 '시라노' 공연 중 컨디션 난조로 2막 무대에 오르지 못했다. 이후 관객들에겐 티켓값의 110% 환불이 이루어졌으며 그가 동시에 출연 중인 뮤지컬 '킹키부츠' 성남 공연과 '시카고' 부산 공연의 캐스팅이 변경돼 다른 배우가 무대에 올랐다.
'광화문연가' 측은 공연 중단 후 차지연의 상태에 대해 "1막 공연 중 차지연 배우에게 일시적인 과호흡 상태가 발생해 공연이 중단됐다"면서 "배우는 지체 없이 병원으로 이동했으며, 전문의의 소견에 따라 필요한 검사와 조치를 받고 회복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해당 공연의 예매자분들께는 티켓 결제 금액 기준으로 110% 환불이 두 번의 절차로 진행될 예정"이라며 "관객분들께 불편을 드려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배우 차지연 [사진=뉴스핌DB] |
차지연의 컨디션 난조 역시 다른 뮤지컬 일정에 영향을 줬다. 병행 중인 뮤지컬 '명성황후' 부산 공연의 캐스팅이 변경돼 23일과 24일 김소현이 차지연의 자리를 대신한다. 배우들의 갑작스런 건강 이상으로 인한 공연 중단 사태가 반복되자 항간에서는 '겹치기' 출연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흘러나온다.
현재 최재림은 '시카고' '킹키부츠' 지방공연과 함께 '시라노'를 병행하고 있다. 내년 3월부터는 '지킬앤하이드'에도 합류한다. 최재림 소속사 포킥스 엔터테인먼트는 지난 22일 공식 홈페이지에 "빠른 회복 중이며 전문가의 소견을 바탕으로 오는 25일 뮤지컬 시라노 무대 복귀를 준비하고 있다"고 상태를 밝혔다.
그러면서 "약속된 공연을 이행하지 못해 무거운 마음"이라며 "좋은 무대를 보여드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특히나 최재림은 올해 초에도 대형 뮤지컬인 '레미제라블', '오페라의 유령'에 동시에 출연하며 일부 관객들의 원성을 샀다. 무대 도중 음이탈이 나는 등 컨디션 난조가 겹치기 때문이 아니냐는 비판을 피하지 못했다.
겹치기 출연과 관련해 어쩔 수 없는 사정은 있다. 공연 업계 관계자들은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대중에게 뮤지컬을 보는 게 특별한 일이고, 쉽게 있는 기회가 아니다. 이왕이면 유명한 사람을 보고 싶어하고 자연스럽게 티켓 판매를 위해 제작사는 스타마케팅을 하게 되고 몇몇 유명 배우에게 러브콜이 편중된다"고 뉴스핌에 밝혔다.
실제로 무려 4개 작품의 연습과 공연을 동시에 소화하고 있음에도, 최재림의 회차는 확연히 티켓 판매 추이가 높다는 게 관계자의 전언이다.
공연계 한 관계자는 "크게 보면 한국 뮤지컬 시장의 고질적인 문제"라며 씁쓸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대극장 공급 부족으로 인한 대관 문제와 꾸준한 수요가 보장되지 않는 한정된 시장 상황에서 수익을 담보하는 장기 공연이 어렵기 때문에 이같은 문제가 반복된다는 설명이다.
자연히 제작사는 티켓파워가 있는 배우에게 러브콜을 포기할 수 없게 되고, 결국 공연의 질은 고스란히 배우의 선택에 맡길 수밖에 없어졌다. 최재림은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해 다작하는 이유를 "많이 찾아주시는 시간도 지나갈 텐데, 무대에 설 기회와 시간이 있고 할 수 있는 체력과 의지가 있을 때 더 보여드리자는 마음"이라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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