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이재명 신속한 재판 압박하며 재판관 임명 '몽니'
野, 재판관 임명 서두르며 이 대표 재판은 고의 지연
李 재판·尹 탄핵 심판 모두 신속히 진행하라는 게 민심
[서울=뉴스핌] 이재창 정치전문기자 = 비상시국에서 여야의 정략이 도를 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재명 대표의 재판을 지연시키면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심판을 신속하게 하라고 압박한다. 여당은 정반대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의 신속한 재판을 요구하면서 헌재의 정상화를 위한 재판관 임명에 딴지를 건다. 정치싸움에 민생은 또 뒷전이다.
양측 다 합리적 근거가 빈약하다. 선례는 자기 입맛대로 해석한다. 과거 거꾸로 얘기했던 말은 까맣게 잊었다. 그저 정치적 이익만 챙기겠다는 정략이 자리하고 있을 뿐이다. 말 그대로 '내로남불'이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4.12.16 mironj19@newspim.com |
헌재는 국회 몫 3인이 공석인 채 '6인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9인 체제로의 정상화를 위해 국민의힘은 조한창 변호사, 민주당은 정계선 서울서부지방법원장과 마은혁 서울서부지법 부장판사를 각각 추천했다. 이 때까지는 순탄했으나 윤 대통령 탄핵으로 꼬였다.
우선 헌재 재판관 임명을 둘러싼 논란이 점입가경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때와는 정반대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17일 "대통령 권한대행은 대통령 '궐위' 시에는 헌법재판관을 임명할 수 있지만 대통령 '직무 정지' 시에는 임명할 수 없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탄핵안이 헌법재판소에서 인용되기 전까지는 한덕수 권한대행의 헌법재판관 임명이 불가능하다는 주장이다.
권 원내대표는 박 전 대통령 탄핵소추위원장이던 2017년엔 지금과 다른 입장이었다. 권 대행은 헌재 결정 전 대법원 몫인 이정미 재판관 후임을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임명하는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했다. 말이 바뀐 것이다.
국민의힘은 오는 23~24일 헌법재판관 후보자 3명의 인사청문회에 불참하기로 했다. 윤 대통령 탄핵 전 헌재 정상화를 민주당이 가로막고 있다고 비판했던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 여러 이유를 대지만 헌재의 결정을 지연시키겠다는 의도라고 볼 수밖에 없다.
그러면서 이 대표의 신속한 재판을 압박한다. 국민의힘 법률자문위원회는 지난 16일 서울고법에 "이 대표가 소송기록접수통지서를 반복적으로 수령하지 않는 방식으로 재판을 지연시키고 있다"는 취지의 탄원서를 제출했다. 주진우 법률자문위원장은 "재판부가 공직선거법에 따른 신속한 재판 원칙을 준수하기 위해 소송지휘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해 주실 것을 탄원한다"고 밝혔다.
민주당도 한 말은 없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 탄핵 전에는 헌재의 정상화에 소극적이었다. 국회 몫 헌법재판관 3명은 통상 여와 야가 1명씩, 다른 1명은 여야 합의로 추천해 왔는데도 민주당이 '의석 수'를 강조하며 자당에서 2인을 추천해야 한다고 주장해 논란을 벌이면서 절차가 지연됐다. 탄핵 사태를 예상했다면 달랐을 것이다.
민주당은 여당이 지연전술을 쓰고 있다며 대통령 대행의 재판관 임명을 강조하지만 박 전 대통령 탄핵 정국 때는 달랐다. 추미애 의원(당시 대표)과 박범계 의원 등은 대통령 권한대행의 헌법재판관 임명권 행사에 반대했다.
추 의원은 "일각에서 황교안 대행이 신임 헌법재판소장을 새롭게 임명해야 한다는 황당한 주장을 펼치고 있다. 한마디로 어불성설"이라며 "대통령이 아닌 권한대행이 헌법재판소장이나 헌법재판관에 대해 임명할 수 없다는 것이 대다수 헌법학자들의 의견"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스핌] 이호형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리는 '대장동 배임 및 성남FC 뇌물 혐의' 1심 속행 공판에 출석 하고 있다. 2024.12.17 leemario@newspim.com |
이 대표의 재판 지연도 비정상적이다. 이 대표는 1심에서 징역1년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된 자신의 선거법 위반 사건 재판을 2심 재판부가 발송한 소송 기록 접수 통지서를 수령하지 않는 방식으로 지연시키고 있다. 이 대표는 대북송금 사건에서도 판사 기피 신청을 했다. 재판을 대선 이후로 지연시키기 위한 의도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 13일 이 대표의 선거법 위반 1심 사건에 대한 검사의 항소장 접수 통지서를 공시 송달했다. 앞서 발송한 통지서가 '폐문부재'로 이 대표에게 전달되지 않자, 법원 인터넷 게시판에 공시해 송달 효과를 발생토록 한 것이다. 이 대표는 항소심 재판부가 지난 9일과 11일 두 차례에 걸쳐 보낸 소송기록 접수통지서도 수령하지 않고 있다. 고의적인 재판 지연이다.
쌍방울 대북 송금 관련 제3자 뇌물 사건을 심리 중인 수원지법 형사11부는 어제 공판준비기일에서 잡으려 했던 재판 일정을 법관 기피 신청에 대한 판단이 나올 때까지 중단했다. 재판이 언제 재개될지도 불투명하다.
여야의 속내는 뻔하다. 국민의힘의 재판관 몽니는 강성 보수 지지층을 결집하면서 이 대표의 선거법 2·3심 재판까지 시간을 벌겠다는 것이다. 거꾸로 민주당이 서두르는 것은 헌재의 탄핵 심판을 빨리 끝내 이 대표 대선 가도의 걸림돌을 치우겠다는 것이다.
여야 모두 틀렸다. 민심과는 거리가 멀다. 대통령에 대한 신속한 탄핵을 압박하면서 자신의 재판을 지연하는 것은 모순이다. 6인 체제의 불완전한 헌재를 9인 체제로 만드는 건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이 대표 재판과 헌재의 탄핵 심판 모두 신속하게 진행해야 한다는 게 민심이다. 이쯤에서 여야 모두 정략을 접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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