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만원대 초반 등락...외인 지분율 51.07% 연중 최저
업황 침체에 정치 리스크…NH證 "목표가 7만5000원"
[서울=뉴스핌] 송기욱 기자 = 삼성전자 주가가 반등의 기회를 잡지 못한 채 좀처럼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반도체 업황 회복 지연과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에 정치 리스크가 겹쳐 주가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증권가에서는 목표 주가 하향 조정에 나섰다.
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전날과 동일한 5만4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8월 16일 마지막으로 8만원대에 도달한 뒤 하락을 거듭하던 삼성전자는 이달 들어 5만원 초반대 박스권에 갇혀 있다.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의 모습. [사진=뉴스핌DB] |
지난달 14일 4만원대까지 떨어진 주가는 자사주 10조원 매입 결정 이후 일시 반등했으나 여전히 5만5000원 밑에서 동력을 잃어가는 모양새다.
외국인들의 매도세가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8월부터 11월까지 19조원을 팔아치운 외국인은 12월 들어서도 현재까지 약 8000억원을 순매도하며 '팔자'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외국인 비중도 연중 최저 수준에 머물러 있다. 지난 7월 56.55%까지 끌어올렸던 외국인 지분율은 점차 떨어져 11일 마감 기준 51.07%로 올해 최저치를 경신했다.
당초 부진의 이유로 꼽히던 업황 침체와 경쟁력 저하, 대외 규제 등에 더불어 탄핵 정국이라는 정치적 리스크까지 부담으로 안게 됐다. 이에 증권사에서는 삼성전자의 목표 주가를 일제히 하향 조정하고 있다.
NH투자증권은 11일 삼성전자 목표가를 종전 9만원에서 7만5000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류영호 연구원은 "예상보다 가파르게 하락하는 레거시 가격과 고대역폭메모리(HBM) 비중을 고려해 실적을 하향 조정했다"고 설명했다.
류 연구원은 "전방산업 수요 부진, 기술 경쟁력에 대한 의구심, CXMT와 같은 중국 추격에 대한 우려가 상당부분 반영돼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에서 거래 중"이라고 했다. 이어 "수요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은 현재 모멘텀 또한 제한적이고 주가는 당분간 박스권 움직임 예상"한다"며 "중장기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내다봤다.
노무라 증권 역시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를 8만8000원에서 7만2000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유진투자증권도 기존 8만원에서 7만7000원으로 하향했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목표주가 하향 원인으로 정치 리스크와 메모리 가격 하락세, HBM 수출 제한 등 대외적 여건을 꼽았다.
이 연구원은 "반도체 업황은 둔화하고 있으며, 수출 통제 등 부담까지 더해지고 있다"면서 "이런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우리나라는 계엄 발동과 해제, 그리고 지도자 공백이라는 초현실적 상황을 맞이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내외적 리스크를 감안할 때 주요 기업들의 실적 전망 하향과 밸류에이션 조정이 불가피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내년 하반기 전까지는 업황 개선도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백길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중화권 고객들의 메모리반도체 사재기 활동은 내년 1분기까지 기존 메모리반도체 공급업체들의 가격 협상에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있고, HBM 수출 제재에 대한 영향도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다른 익명의 연구원 역시 "수요자들이 재고를 쌓아두고 있는 상황에서 재고가 소진될 것으로 보이는 내년 1분기까지는 가격이 더 떨어질 수 있다"며 "업황 개선 전까지 주가가 드라마틱한 반등을 보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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