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유수 지낸 박기수 후손과 반남박씨 오창공파 종중(宗中) 소장 유물 기증
[수원=뉴스핌] 박노훈 기자 = 조선시대 순조(재위 1800~1834)대 수원유수를 지낸 박기수의 후손과 반남박씨 오창공파 종중(宗中)이 소장 유물을 수원화성박물관에 기증했다.
유물 기증 후 기념촬영 모습. [사진=수원시] |
9일 수원시에 따르면 이탄재(履坦齋) 박기수(朴綺壽, 1774~1845)는 1831년(순조 31) 2월부터 1832년 1월까지 수원유수로 재직한 뒤 대사헌, 경상도관찰사, 이조판서 등을 지냈다.
박기수의 4대 종손 박영서씨는 박기수의 시집인 '이탄재시고(履坦齋詩稿)', 회갑을 맞아 영의정 금릉 남공철 등 조정의 관료·지인들에게 받은 축수시(祝壽詩) 19점, 보첩(譜牒) 등을 기증했다.
반남박씨 오창공파 종중은 1812년 안성군수 박종경(朴宗敬)이 작고한 자신의 조부, 간성군수 박사설(朴師卨)에 대해 직접 글을 짓고, 글씨를 쓴 뒤, 묘에 묻은 묘지석 14점을 기증했다.
박기수는 수원유수로 재임하던 1831년 항미정(杭眉亭)을 창건했고, 수원 유수부의 읍지인 '화성지(華城志)'를 편찬했다.
수원화성박물관 앞에 전시된 수원유수 선정비 중 그의 공덕을 기리기 위해 1844년 건립된 선정비도 있다.
이번에 기증받은 필사본 '이탄재시고'(3책)와 '이탄재문고(履坦齋文稿)'(7책)는 현존하는 유일한 박기수의 문집이라 가치가 높다.
간성군수 박사설은 사도세자의 묘(현륭원)를 수원부로 이장할 것을 처음 건의한 부마 금성위 박명원의 숙부다.
1742년 작고한 뒤 개성시 청교면 묵지동 묘에 안장됐다.
그의 묘에서 도굴된 묘지석 14점이 국외에서 개인소유 박물관으로 반입된 것을 2016년 서울특별시경찰청 광역수사대가 압수한 후 반남박씨 오창공파 종중으로 반환했다.
2022년 경기문화재단의 복원작업을 거쳐 이번에 수원유수 박기수 관련 유물들과 함께 수원화성박물관에 기증했다.
지난달 21일 수원화성박물관에서 열린 유물기증식에는 박기수의 4대 종손인 박영서씨와 그의 두 딸, 오창공 박동량의 종손 박만춘씨와 종부 내외, 연암 박지원의 종손 박찬구씨, 간성군수 박사설의 7대손인 박완서 작가의 유족들, 유튜브 '우물 밖의 개구리'를 운영하는 한국사 전공자 마크 피터슨(Mark Peterson) 미국 브링검영대 명예교수 등이 참석했다.
박영서씨는 "6.25 전쟁 때 생계가 막막해 집안에 소장하고 있던 병풍 등 유물들을 부득이 쌀과 바꿨지만, 작고하신 선친께서는 이 문집만큼은 절대로 지켜야 한다고 누누이 말씀하셨다"며 "모쪼록 기증된 유품들에 대한 학술연구로 가치를 재조명하고, 이를 시민들과 함께 공유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마크 피터슨 교수는 "후손들이 오늘날까지도 선조의 문집, 시, 보첩, 묘지석 등을 보존해 왔다는 것은 전 세계적으로 아주 대단한 일"이라며 "선조를 위해 묘지석에 글을 지어 자기로 굽고 묘에 같이 묻은 한국의 장례문화는 중요한 한국의 전통"이라고 평가했다.
수원화성박물관 관계자는 "기증 유물을 보존하고 연구해 수원시의 문화유산으로써 잘 활용하겠다"고 말했다.
ssamdory75@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