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당선인 '美 국방력 강화, LNG 재수출' 중점
K조선엔 MRO·가스선 수출로 호재
LNG선 기술력 확보나선 국내 조선업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한국 조선업 러브콜'로 한국 조선업계에 화색이 돌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윤석열 대통령과의 첫 통화에서 '꼭 집어' 한국 조선업과의 협력을 거론했다. 이에 HD현대중공업, 한화오션, 삼성중공업 등 조선사들은 한 단계 더 도약할 기회가 왔다며 분주한 모습이다. '물이 들어온' 한국 조선업계의 현재를 살펴보고 향후 전략을 조명해 본다.
[서울=뉴스핌] 조수빈 기자 = 한국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지목한 차세대 조선업 파트너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이 계획하고 있는 국방력 강화, 액화천연가스(LNG) 수출 등 계획을 실행하기에 최적의 조건을 갖췄다는 평가다. 한국 조선업계 역시 트럼프 2기에 맞춰 MRO(유지·보수·정비) 사업 수주와 LNG선 기술력 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국은 중국과 글로벌 조선업계 점유율 1, 2위를 다투고 있는 조선 강국이다. 올해는 연이은 수주로 인해 국내 조선 빅3(HD한국조선해양·한화오션·삼성중공업)가 모두 3분기 흑자를 달성했다. 조선 3사의 올해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HD한국조선해양 9350억원 ▲한화오션 689억원 ▲삼성중공업 3285억원으로 집계됐다. 4분기까지 흑자가 이어진다면 연간으로도 13년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할 전망이다.
◆트럼프의 '국방력 강화'…군함 MRO 시장 기대
조선업 호황에 힘입어 트럼프 당선인이 직접 K-조선과의 협력을 언급한 부분도 신시장 개척 부문에서 시너지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 당선인의 목표는 미국 자체 국방력 강화와 LNG 등 화석연료 수출 재개다.
미국의 국방력이 약해진 상황에서 군함을 신규로 건조하는 것보다는 기존 군함을 보수, 정비해 활용하는 것이 시간과 비용 측면에서 효율적이라는 공감대가 생기면서 MRO 시장이 주목받고 있다. LNG 수출 재개는 글로벌 에너지 지배력 강화 측면에서 강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 1월 미국의 LNG 수출시설의 신규 건설 승인을 잠정 중단한 상태다. LNG 수출이 기후변화와 경제, 국가 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였다. 트럼프 당선인은 이같은 결정을 뒤집어 LNG, 셰일가스 수출을 적극 독려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와 같은 요소가 국내 조선업계에 미치는 영향은 기존 군함의 MRO 사업 수주, LNG 수출에 이용되는 가스선 수출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먼저 MRO 분야에서는 이미 사업 수주가 진행 중이다. 미국은 자국 해군 함정에 대한 MRO 물량을 우방국에 위탁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이 올해 미국 함정 MRO 사업 입찰 자격을 얻으면서 수주 준비에 나섰다.
미 MRO 사업에서 먼저 성과를 올린 것은 한화오션이다. 한화오션은 지난 8월 국내 조선소 최초로 미 해군 군수지원함인 '월리 쉬라(Wally Schirra)'함의 MRO 사업을 따낸 데 이어 지난 13일 미 해군 7함대에 배속된 급유함 '유콘(USNS YUKON)'함의 정기 수리 사업을 수주했다.
HD현대중공업은 내년부터 MRO 수주에 적극 나선다는 전략이다. HD현대중공업 관계자는 "현재 도크가 많이 차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올해는 MRO 사업 입찰에 참여하지 않았다"며 "내년부터는 도크 작업 일정을 고려해 미 해군 MRO 사업에 본격 참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장조사업체 모도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글로벌 해군 함정 MRO 시장 규모는 올해 577억6000만달러(약 78조원)에서 2029년 636억2000만달러(약 88조원)로 커질 전망이다.
현대삼호중공업이 건조해 2024년 인도한 17만 4천 입방미터(㎥)급 LNG 운반선의 시운전 모습. [사진=HD한국조선해양] |
◆고부가가치선 LNG선 수주 대비 기술력 확보 나서
선종 측면에선 LNG 등 가스선의 기술력 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영하 163도의 초저온 액화천연가스를 안전하게 운반할 수 있는 기술력이 뒷받침돼야 하는 LNG선은 올해 국내 조선업계의 호실적을 불러온 대표적인 고부가가치 선박이기도 하다. 트럼프 당선인이 LNG 개발 및 수출에 돌입할 경우 100척 이상의 LNG선 신규 수요가 발생할 수 있다는게 업계 전망이다. 척당 4000억원에 육박하는 LNG선 수주에 성공한다면 실적 호황은 더욱 장기화될 예정이다.
LNG선 기술력은 이미 글로벌 수주로 증명됐다. 올해 국내 조선 3사의 수주 실적을 살펴 보면 HD한국조선해양은 LNG 및 LPG·암모니아운반선만 56척, 한화오션은 전체 42척 가운데 절반이 넘는 24척이 가스 관련 선박이다. 삼성중공업은 총 29척의 수주 물량 중 22척이 LNG선이다.
HD현대는 고효율 친환경 선박 기술 등 엔진, 탱크 관련 기술을 확보하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은 HD한국조선해양, 하이에어코리아와 공동으로 LNG 냉열 활용 HVAC(냉난방 공조) 시스템을 개발했다. LNG를 연료로 사용하는 선박에서 LNG가 기화할 때 발생하는 냉열(冷熱)을 활용해 온실가스와 운영 비용 모두를 줄일 수 있는 기술이다. 계열사 HD현대마린솔루션에서는 노후 LNG운반선을 재활용할 수 있는 부유식 액화천연가스 저장설비를 활용한 수주도 따냈다.
한화오션(대표이사 김희철 사장)은 그리스 최대 해운사인 안젤리쿠시스 그룹 산하 마란가스(Maran Gas Maritime) 사로부터 LNG 운반선 2척을 7135억 원에 수주했다. [사진=한화오션] |
한화오션은 차세대 무탄소 추진 액화천연가스 기술을 확보해 이를 LNG선에 탑재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한 상태다. 고망간강 LNG 연료탱크 맥티브를 연료탱크로 적용해 운반효율을 개선할 수 있는 방안도 마련했다. 한화파워시스템과 협업해 선박에 적용된 화석연료 엔진을 암모니아 가스터빈으로 대체하는 친환경 솔루션도 연구 중이다.
삼성중공업은 고부가가치 선박과 LNG 운반선이나 액화천연가스 생산설비(FLNG) 등 해양플랜트 부문에 특화한 기술력을 가지고 있다. FLNG는 LNG 선박과 해양플랜트 기술 중 하나인 부유식원유생산저장하역설비(FPSO)가 합쳐진 선박으로 트럼프 수혜를 누릴 천연가스 생산 설비 중 하나로 꼽힌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트럼프 재집권시 화석연료의 사용 증가와 미국 내 에너지 산업에 대한 투자 확대로 탱커 및 LPG·LNG 운반선 등의 신조 물량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며 "특히, 트럼프 당선인이 국내 조선업의 군함 건조능력과 MRO 역량을 직접 언급한 만큼, 특수선 사업분야 긍정적 전망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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