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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김병호 시집 '슈게이징'...사랑의 불안과 고독

기사입력 : 2024년11월19일 13:00

최종수정 : 2024년11월19일 13:00

몽환적 인디록 스타일로 사랑을 형상화
이별 후 남은 감정의 서늘한 아름다움 그려

[서울 = 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당신이 그랬듯이 꽃이 다 지고서야 봄을 알았지// 싸리비로 꽃잎을 쓸면 겨우 지운 이름에 다시 얼룩이 들고// 누가 오는지도 모른 채 하루 내 기다리는 사람처럼// 무릎을 안고 가만가만, 눈썹을 뜯어 하늘에 붙이지// 그러면 쇠를 부리는 이가 어디 있어 꽃니 자국 같은 섬광을 비춰주지// 당신이 그랬듯이 봄은 다시 오지 않을 테지만 녹슨 철문 닫듯 밤이 오면// 나는 시치미 떼듯 초승을 따다 이마에 붙이겠네// 뒷짐을 진 채 궁리도 없이 안녕을 들여다보겠네// 마음이 묶여 다리가 없는 나는// 구름 너머의 빗소리를 약으로 들으며// 오늘도 빚지는 일만 늘어나겠지만' -'슈게이징- 어제의 정성' 전문.

[서울 = 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김병호 시집 '슈게이징'. [사진 = 시인의일요일 제공] 2024.11.19 oks34@newspim.com

김병호 시인의 시집 '슈게이징'(시인의일요일)은 제목부터가 독특하다. 슈게이징(Shoegazing)은 1980년대 중반 영국에서 시작된 인디록의 한 장르다. 몽환적인 사운드와 내밀하고 폐쇄적인 태도가 특징이다. 신발(Shoe)과 뚫어지게 보다(Gaze)의 합성어가 의미하듯 죽어라 자신의 발만 응시하고 연주하는 무대매너 때문에 붙여졌다.

김병호는 이 시집에서 사랑이라는 감정을 추적하면서 다양한 시각으로 탐구한다. 그가 형상화하는 사랑은 때로는 강렬하고, 때로는 지독하고, 때로는 서늘하다. 사랑이 주는 아픔과 그로 인한 고독은 시인의 숙명이다. 신발만 내려다보고 연주하는 록커처럼 시인은 부질없는 사랑을 끈질기게 추적한다.

'빈방에서 일어난 아침/ 벚꽃 그늘이 창문에 닿아 있습니다// 저 그늘을 어디쯤에 옮겨야 할지를 궁리하다/ 오롯이 남은 정오가 왔습니다// 이기고 싶은 마음은 처음부터 없었습니다/ 그만한 일은 내일에도 없을 테니까요// 벚나무는 보이지 않아도, 수많은 발자국을 껴입은 벚나무를 생각하다 오후를 맞습니다// 배관이 터진 보일러 같은 삼월입니다/ 어쩌자고 다시 스무 살입니다// 망울 속으로 캄캄하게 허공을 폈을 꽃을 생각합니다/ 아무 것도 찾지 않으면서 무엇인가를 찾는 것처럼 마음을 자꾸 내밉니다// 꽃집에서 팔지 않는 꽃들은 이미 떠나기로 한 결심 같다고 언젠가 당신이 이야기했습니다/ 벚나무를 가로수로 심는 마음을 이제 야 짐작합니다// 어제도 없이 나는 이 먼 데까지 왔습니다./ 보람도 없이 조금 더 늙어야 할까 봅니다' -'슈게이징- 벚나무는 보이지 않습니다' 전문.

시인은 사랑을 하면서 통과의례처럼 겪어야 하는 불안과 고독에 대해 천착한다. 익숙한 일상의 풍경 속에서 사랑을 반추한다. 시인이 강조하는 건 특히 이별 후의 정서다. 사랑의 끝, 즉 이별이 가져오는 정서적 혼란과 그리움을 아름답게 서늘하게 노래한다. 격렬한 사랑의 끝에는 고독과 불편, 이별의 아픔이 남는다는 걸 반어적으로 드러낸다. 사랑의 이면에 얼룩처럼 남은 아름다움마저 고요하게 들여다본다.

오직 시선을 바닥에 두고 연주하는 록커를 닮은 시인의 네 번째 시집이다. 1971년 광주에서 태어나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와 동(同) 대학원을 졸업했다. 2003년 '문화일보' 신춘문예로 데뷔했다. 현재 협성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값 12,000원.

oks34@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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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탄핵안 "기각" 47.1% vs "인용" 46.7% [서울=뉴스핌] 신정인 기자 =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지 39일 만에 헌법재판소가 탄핵안을 기각해야 한다는 여론과 인용해야 한다는 여론이 팽팽했다. 이는 보수층의 결집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수사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비호감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미디어리서치가 종합뉴스통신사 뉴스핌의 의뢰로 지난 1월 20~21일 양일간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1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ARS(자동응답시스템) 조사에서 "비상계엄 선포와 내란 혐의 등을 이유로 윤 대통령을 탄핵소추한 국회 측이 탄핵소추안에서 형법상 내란죄를 배제했는데 헌법재판소가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에 대해 어떤 결론을 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 응답자 47.1%는 '기각해야 한다'고 답했다. '인용해야 한다'고 답한 사람은 46.7%, '잘모름'은 6.2%였다. 성별로 보면 남성은 ▲인용해야 한다 44.6% ▲기각해야 한다 50.4% ▲잘모름 5.0% 등이다. 여성은 ▲인용해야 한다 48.8% ▲기각해야 한다 43.8% ▲잘모름 7.4% 등이다. 연령별로 보면 인용해야 한다는 응답은 ▲50대 58.4% ▲40대 56.0% ▲만18~29세 48.5% ▲30대 43.2% ▲60대 42.6% ▲70대 이상 27.1% 순이다. 기각해야 한다는 응답은 ▲30대 54.8% ▲70대 이상 52.5% ▲60대 51.7% ▲만18~29세 49.6% ▲50대 39.3% ▲40대 37.6% 순이다. 지역별로는 광주·전남·전북에서 인용해야 한다는 응답(62.4%)이 가장 높았다. 이어 ▲강원·제주 57.2% ▲경기·인천 48.2% ▲서울 46.3% ▲부산·울산·경남 40.6% ▲대구·경북 40.2% ▲대전·충청·세종 39.5% 등이 뒤를 이었다. 기각해야 한다는 응답은 대전·충청·세종(55.5%)이 가장 높았다. 이어 ▲대구·경북 50.8% ▲부산·울산·경남 49.6% ▲경기·인천 48.4% ▲서울 47.5% ▲강원·제주 31.9% ▲광주·전남·전북 31.3% 순이다. 지지 정당별로 보면 인용해야 한다는 응답은 ▲조국혁신당 지지자 87.6% ▲더불어민주당 지지자 87.4% ▲지지정당 없음 63.5% ▲개혁신당 47.8% ▲기타정당 46.5% ▲진보당 33.9% ▲국민의힘 9.3% ▲잘모름 0% 순이다. 기각해야 한다는 응답은 ▲국민의힘 85.0% ▲개혁신당 36.9% ▲기타정당 36.7% ▲지지정당 없음 26.6% ▲진보당 19.4% ▲더불어민주당 7.8% ▲조국혁신당 5.3% ▲잘모름 0% 순이다. 김대은 미디어리서치 대표는 "조사결과를 보면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기각'이 '인용'보다 한계허용 오차범위 내에서 높게 응답이 나왔다"며 "다만 '기각해야 한다'와 '인용해야 한다'는 답변이 팽팽한 것은 정부·여당과 야당 간의 대립이 극심한 상황에서 발생했기 때문에 탄핵 결정 시 국론 분열 가능성이 더욱 크다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헌법재판소는 이런 정치적 영향과 파급효과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탄핵 심판의 최종 결론을 내려야 한다"며 "단순히 법적 기준만이 아니라 국가와 국민에 미칠 수 있는 정치적 영향까지 균형 있게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정치 전문가들은 이같은 흐름을 '보수 지지층의 과표집'으로 보고 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뉴스핌과의 통화에서 "조기 대선이 다가오면서 극우 성향을 중심으로 '이재명은 안 된다'는 심리가 뭉치고, 이들이 여론조사에도 적극적으로 응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런 상황에서 진보층도 나름대로 뭉쳐있다 보니 '윤석열 대 이재명' 양당 구도가 형성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도 "지금 여론조사 응답자 중의 다수는 보수층으로 보인다. 스스로 보수라고 생각하는 의견들이 의도치 않게 과표집 되면서 윤 대통령 쪽으로 표가 몰리는 상황"이라고 했다. 이어 "중도층에서도 공수처 수사와 이재명에 대한 비호감도가 높은 사람들이 국민의힘을 전략적으로 선택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번 조사는 무선 RDD(무작위전화걸기) 활용 ARS를 통해 진행됐다. 성별, 연령별, 지역별 인구비례할당 후 무작위 추출 방식으로 표집했으며, 2024년 12월 말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통계를 기준으로 성·연령대·지역별 가중치를 부여했다. 신뢰 수준은 95%, 표본 오차는 ±3.1%p, 응답률은 7.8%다. 자세한 조사 개요 및 내용은 미디어리서치 홈페이지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allpass@newspim.com 2025-01-22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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