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G, FCP의 인삼공사 인수 제안에 '거부' 회신
뉴질랜드 마누카꿀처럼 성장?...업계선 "인삼시장 이해 부족"
1% 미만 지분으로 기업 흔들기...현실성 결여됐다는 지적도
[서울=뉴스핌] 전미옥 기자 = 싱가포르계 행동주의펀드 '플래시라이트 캐피털 파트너스(FCP)'의 KT&G 흔들기가 3년째 지속되고 있다.
당초 KGC인삼공사의 분리상장을 요구했던 FCP는 이번에는 직접 기업을 인수하겠다고 나섰다.
업계에서는 이같은 FCP의 제안을 놓고 "시장 이해가 전무하다"는 지적을 한다. 단기 시세차익 등을 위한 이슈몰이용 아니냐는 의구심이다.
FCP측 제안에 거부 입장을 밝힌 KT&G는 대규모 주주환원책을 공개, 기업가치 제고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방침이다.
◆인삼공사 1.9조 인수안 띄운 FCP...업계선 '진정성 의심'
11일 업계에 따르면 KT&G는 지난 7일 FCP에 KGC인삼공사 매각을 거부하는 내용의 회신문을 발송했다. 지난달 13일 FCP측이 KT&G에 보낸 'KGC인삼공사 지분 100%를 1조 9000억원에 인수하겠다'는 취지의 인수의향서(LOI)에 답변한 것이다.
KT&G는 회신문을 통해 "건강기능식품 등 3대 핵심사업 육성에 최선을 다하겠다"며 에둘러 거절을 표했다. 또한 "FCP는 당사가 인삼공사의 가치를 1조2000억원에서 1조3000억원으로 보고있다고 주장했으나 이는 사실이 아니다"라며 "향후에도 허위사실 주장 및 공표로 당사와 당사 주주들 및 시장에 혼란이 초래되지 않도록 유의해달라"고 당부했다.
플래쉬라이트 캐피탈 파트너스 CI [사진 =플래쉬라이트 캐피탈 파트너스] |
KGC인삼공사에 대한 FCP는 제안은 처음이 아니다. FCP는 지난 2022년부터 지난해까지 KGC인삼공사를 분리 상장할 것을 꾸준히 요구했다. 이번에는 분리상장 요구에 이어 직접 인수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FCP측은 "KGC인삼공사의 고려인삼은 뉴질랜드 마누카꿀, 중국의 마오타이주처럼 초대형 브랜드로 성장할 수 있다"며 이같은 주장을 폈다.
그러나 업계에선 외국계 사모펀드인 FCP가 인삼 시장에 대한 이해를 갖췄는지 의구심이 든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관장은 이미 글로벌 시장에서 마누카꿀과 마오타이주를 뛰어넘는 성과를 기록 중이기 때문이다. FCP가 예시로 든 글로벌 마누카 꿀 시장규모는 2021년 기준 4억 5540만달러(한화 5980억원)이다. 반면 2022년 글로벌 인삼 시장규모는 24억 7000만달러(한화 3조 1390억원)로 이를 상회한다.
중국의 '구이저우 마오타이'는 중국 내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아 글로벌 브랜드로 비교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또 정관장은 2023년 유로모니터가 집계한 전세계 '허브 건강보조식품' 분야에서 3.9% 시장점유율로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세계 인삼 소매시장' 부문에서는 46.6%의 점유율로 10년 연속 1위를 유지했다.
증권가에서는 FCP의 제안이 현실성이 결여됐다는 비판도 나온다. 홍콩계 증권사 CLSA는 지난달 14일 발간한 KT&G 리포트에서 "FCP가 1조9000억원을 지불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한 신용을 보유 중인지 확신하기 어렵다"며 "FCP가 인삼공사 사업을 진심으로 확보하고 싶어하는지도 확신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관련 FCP가 보유한 KT&G 지분은 0.44%로 1%에 못 미친다.
표면상으로 '정관장을 글로벌 브랜드로 키우자'고 내세웠지만 실상은 단기 시세차익을 노린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있다. 지난해 FCP는 차석용 전 LG생활건강 부회장을 대표이사로 추천하면서 이사보수의 한도를 100억원을 책정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100억원은 KGC인삼공사 연간 영업이익의 약 10%에 맞먹는 금액이다.
내년 주주총회를 겨냥해 우호세력을 포섭하기 위한 이슈몰이용 제안이라는 해석도 있다. 그간 FCP는 수년째 연말 직전 KT&G를 향해 주주제안을 제시, 주총 표 대결을 추진했다. KGC인삼공사 분리상장, 대표이사 교체 등 기존 이슈가 소진되자 KGC인삼공사 인수안을 새로운 아젠다로 띄웠다는 평가다.
◆"2027년까지 3조7000억원 배당"...KT&G, 대규모 주주환원 추진
FCP제안을 거부한 KT&G는 '기업가치 제고계획'을 공개하며 대대적인 주주환원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수익성 향상과 자산 효율화, 재무 최적화를 통해 오는 2027년까지 3조7000억원을 배당 등으로 주주들에게 돌려주고 1조원의 현금을 마련해 성장 투자에 투입하는 것이 핵심이다. 또 자기자본이익률(ROE)을 현재 10%에서 15%까지 대폭 끌어올린다.
KGC인삼공사 정관장 등 건강기능식품 사업을 해외 궐련, NGP(궐련형 전자담배)와 함께 3대 핵심사업으로 육성하는 등 사업 고도화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내용도 계획에 담겼다.
KT&G 사옥 전경 [사진=KT&G] |
먼저 KT&G는 부동산과 금융 자산 등 저수익, 비핵심 자산 효율화를 통해 약 1조원의 누적 현금을 확보할 계획이다. 확보한 현금으로는 성장 투자와 주주 환원에 활용해 자본 효율성을 제고할 방침이다.자산 효율화로 창출된 재원을 추가 주주 환원에 활용하는 'KT&G 플러스 알파 프로그램'도 시행한다.
추가 재원은 자사주 매입 및 즉시 소각에 우선적으로 사용할 방침이며, 강화된 주주환원정책에 따라 2027년까지 발행주식총수의 20%를 소각할 계획이다.올해부터 자사주 매입과 소각 규모도 늘린다. KT&G 이사회는 지난 7일 자산 효율화로 확보한 재원 중 1500억원을 활용해 연내 자사주 135만주를 매입·소각하기로 결의했다. 이에 따라 KT&G의 올해 총 주주 환원 규모는 기보유 자사주 소각을 포함해 약 1조4000억원에 육박한다.
이상학 KT&G 수석부사장은 "회사는 ROE를 핵심지표로 한 본원 경쟁력 강화에 기반해 기업가치 성장과 주주가치 극대화를 추진해왔다"며 "앞으로도 글로벌 최고 수준의 기업가치 제고를 통해 주주를 비롯한 이해관계자 모두가 만족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romeo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