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대 이상 여성 범죄 피해 221→648건 3배 증가
건당 피해액 1955만→4426만원 2배 급증
[서울=뉴스핌] 박우진 기자 = "검사라는 사람은 고성으로 협박하고, 금융감독원 과장이란 사람은 저를 달래 주면서 빨리 이체해야 한다면서 양쪽에서 저의 정신을 쏙 빼놓아 저도 모르게 시키는 대로 하게 됐습니다." (기관 사칭형 보이스피싱 피해자)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최근 보이스피싱 범죄 조직이 기관 사칭형 수법으로 검찰청과 금융감독원을 사칭해 60대 이상 고령층 여성을 노리고 있다면서 각별한 주의를 당부한다고 23일 밝혔다.
경찰청 보이스피싱 통계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기관 사칭형 보이스피싱 범죄 발생 건수는 6523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8576건보다 23.9% 줄어들었다. 반면 피해액은 같은 기간 1677억원에서 2887억원으로 72.2% 증가했다.
연령대별로는 20대 이하가 3498건으로 전체의 54%로 가장 많았고, 60대가 1014건(16%)으로 뒤를 이었다. 특히 60대 여성의 경우 같은 기간 동안 221건에서 648건으로 3배 가까이 늘어나 주의가 필요해 보인다. 60대 이상이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해 5%에서 올해는 16%로 급증했다.
기관사칭형 보이스피싱 60대 이상 여성 피해자 비율 [자료=경찰청] |
상대적으로 재산이 많은 60대 이상 고령층의 피해가 늘면서 기관 사칭형 범죄 건당 피해액도 1955만원에서 4426만원으로 2배 이상 늘어났다.
60대 이상 여성 피해자 비중이 높은 것은 은퇴로 인해 사회 활동이 감소하면서 발생하는 정보 부족과 고령화에 따라 심리적 압박에 더 민감해지는 경향을 꼽을 수 있다.
범죄 조직은 이러한 점을 이용해 선한 역과 악역으로 역할을 분담해 피해자를 심리적으로 압박하고 세뇌시킨다.
이들의 범죄 수법은 마치 다른 모든 등장인물에 의해 꾸며진 거짓된 삶을 살아가는 내용의 영화 '트루먼 쇼'를 연상시킨다.
전화, 우편, 문자 등 최초 접근하는 방식이 조금씩 다를 뿐 결국 경찰, 검찰, 금융감독원 등 정부 기관을 사칭해 '범죄에 연루됐으니 무혐의를 입증하려면 자산 검수에 협조하라'는 방식으로 속이는 특징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의 휴대전화에 설치하도록 한 악성 앱은 모든 통신을 범죄 조직원과 연결되도록 함으로써 피해자를 사회로부터 고립시키고, 카메라와 녹음, GPS 위치 기능을 탈취해 피해자의 일거수일투족을 24시간 지켜본다.
범죄 조직은 사회·경제적 변화에 맞춰 범행 시나리오를 새로 만들기도 한다.
최근 경찰이 수사 과정에서 투자 리딩방 범죄 조직이 새로운 시나리오를 준비하는 징후를 포착했다. 시나리오에는 실제 올해 5월 경찰청장이 중국 공안부장과 만나 치안 총수 회담을 가졌던 사실을 이용하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기관 사칭형 같은 전형적인 수법은 범죄 시나리오나 키워드를 숙지해 두면 피해를 예방할 수 있다"면서 "잠깐 시간을 내서 경찰청이 공개한 시나리오와 예방 영상을 통해 범죄 수법 및 예방법을 익혀 두고, 가족과 지인에게 공유한다면 평생 모은 소중한 재산을 지킬 수 있다"고 호소했다.
krawjp@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