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 선도지구 선정 가장 치열…전체 구역 중 70% 참여, 주민 평균 동의률도 90.7%
추가분담금 과소평가, 낙관론 경계 필요…공공기여도 변수, 사업성 악화 가능성
이주 및 철거 문제, 현실적 어려움 산재…정부, 제대로된 정보 제공과 투기과열 선제적 대응 필요
[서울=뉴스핌]김정태 건설부동산 전문기자= 예상대로 치열한 경쟁을 넘어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1기 신도시(분당·일산·평촌·중동·산본)의 선도지구로 선정되기 위한 단지 간 경쟁 얘기다. 오는 11월 공모 결과에 따라 일부 신도시에선 심각한 후유증이 우려된다.
지난달 29일 국토교통부가 경기도, 고양시, 성남시, 부천시, 안양시, 군포시와 함께 공모 접수한 결과, 가장 먼저 재건축을 하겠다고 신청한 가구 수만 15만 3000가구에 달했다. 선정 기준 물량 2만 6000가구의 약 5.9배 규모이다. 또 1기 신도시 전체 주택 수가 29만 가구인 점을 감안하면 53%에 해당되는 수준이다.
공모에 제안서를 제출한 구역 기준으로는 총 99개 구역으로, 총 162개 특별정비예정구역 중 61%가 뛰어든 것이다. 특별정비예정구역은 지자체가 정비기본계획을 통해 재건축이 필요한 단지 2∼4개 가량을 묶어서 지정해 놓은 곳이다.
선도지구로 선정되기 위한 평가 기준 가운데 가장 높은 배점을 차지하는 주민 동의율도 꽤 높은 편이다. 5개 신도시의 주민 평균 동의율이 86.4%에 달한다.
중동 신도시 최초로 주민 동의율 90% 돌파한 은하마을 아파트 모습. [사진=은하마을 재건축추진위원회] |
이들 5개 신도시 가운데서도 분당이 가장 치열하다. 분당은 특별정비예정구역 67곳 중 47곳이 공모에 참여했다. 이는 선정 규모 8000가구 대비 7.4배인 5만 9000가구로, 평균 동의율은 90.7%에 달했다. 1기 신도시 중 평균 동의율이 90%를 넘긴 곳은 분당이 유일하다. 일부 구역의 경우 만점 기준인 95%를 상회하는 95.9%까지 동의율을 기록한 곳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공모 결과 이전부터 분당은 과열 양상을 보여 왔다. 구역으로 묶인 단지들은 저마다 동의율을 높이기 위해 동의하지 않는 세대를 공개하는 등 '무리수'를 쓰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상대방 단지를 견제하기 위한 부동산 카페나 성남시 게시판에서의 비방전도 난무하면서 혼탁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과열 양상은 집값을 밀어 올리는 데도 영향을 미쳤다. 일부 단지는 선도지구 선정이 유력하다는 입소문을 타고 2~3개월 만에 5억 원이나 올랐다는 보도가 나오는가 하면 실제 손바뀜도 활발해지면서 신고가가 속출하고 있다.
이처럼 분당이 유독 과열 양상을 보이는 이유는 뭘까. 이번 선도지구 기회를 잡지 못하면 재건축이 쉽지 않을 수 있다는 분위기가 팽배해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순차적인 재건축을 약속했지만 다음 기회가 언제쯤 돌아올지 불투명한 데다가, 선도지구 일정이 계획대로 진행되지 못하는 경우 계속 뒤로 밀려 재건축 기회마저 사라질 수 있다는 심리가 주민들 사이에 깔려 있는 듯하다.
여기에 바로 붙어 있는 2기 신도시 판교 시세를 뛰어넘을 것이란 '믿음'이 강하기 때문이다. 분당 주민들은 입지적으로 강남과 인접해 있지만 30년 이상 노후화된 구축이어서 판교보다 훨씬 못한 평가를 받고 있다는 인식이 강하다.
현재 봇들마을 8단지 전용면적 84㎡의 실거래 가격이 20억 7000만 원으로 국민 평형에서 가장 높은 가격을 기록하고 있다. 재건축 이후 신축 프리미엄이라는 이점까지 더하면 3.3㎡당(평당) 가격 6272만 원보다 훨씬 높은 시세를 유지할 것으로 주민들이 보고 있다.
'장밋빛 전망' 일색이다 보니 사업성에 대해서도 출처가 불분명한 낙관적 전망을 내놓는 곳들도 있다. 한마디로 "추가 분담금 2억 원이면 충분하다"는 낭설이다. 이를 믿고 참여하거나 투자했다가는 낭패를 볼 가능성이 크다.
우선 재건축 분담금이 포함되면 분담금을 크게 늘릴 수밖에 없다. 강남 재건축 대상지역도 용적률을 높여 고층으로 짓더라도 분담금이 현 기준으로 5억 원에 달할 것이란 분석이 나오는데 분당 재건축 분담금이 유독 낮게 나올 근거는 없어 보인다.
여기에 '공공 기여'도 변수다. 분당의 경우 '1차 관문'인 주민 동의율이 큰 차이가 나지 않아 변별력을 발휘하기 어렵다는 점 때문에 가중치 배점을 받을 수 있는 공공 기여도를 높인다면 사업성은 나빠지고 추가로 부담해야 할 금액은 올라갈 수밖에 없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선도지구로 선정된다 해도 넘어야 할 산은 많아 보인다. 정부가 '패스트트랙'을 약속해 행정적 처리를 빠르게 진행한다 해도 정작 철거와 이주 문제는 간단치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와 성남시는 이주 단지로 임대아파트를 활용하는 방안과 함께 서현동, 오리역 일대 부지를 개발해 대체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시간적으로 가능할지 의문부호가 붙는다. 분당 내 임대아파트를 활용하더라도 이를 철거하고 다시 짓는 데 소요되는 시간 또한 만만찮고, 서현동과 오리역 개발 역시 선도지구 2027년 착공에 맞춰 개발되기에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이러한 문제들이 산적해 있다는 점을 알고 있는 일부 주민들은 집값이 고점일 때 팔고 서울 상급지에 집을 사겠다는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다. 선도지구 경쟁이 자칫 투기 과열로 거품 후유증으로 남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높다.
안정적 주택 공급을 위해 입지가 좋은 곳에 공급을 충분히 해야 한다는 정부의 원칙은 분명 제대로 된 방향이다. 그러나 과열 양상은 항상 '과유불급(過猶不及)'이란 후유증을 가져왔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정부가 흥행에 들떠 장밋빛 전망을 부추기거나 방조하지 말고, 제대로 된 정보를 주민들에게 전달해야 한다. 또 투기적 요소에 대해선 선제적 대응이 필요한 때이다.
분당신도시 선도지구 공모 접수 결과 [자료=국토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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