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문단을 종횡무진 했던 탁월한 평론 10편 수록
페미니즘과 젠더, 포스트모더니즘과 SF까지 섭렵
[서울 = 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지난해 이른 나이에 세상을 떠난 문학평론가 김미현(전 이화여대 교수)의 비평집 '더 나은 실패'(민음사)가 출간됐다. 페미니즘을 바탕으로 한 선명한 논리로 활발히 현장 비평을 했던 고인의 대표작 10편이 수록됐다. 제자인 강지희 한신대 교수가 '한국여성소설과 페미니즘', '판도라 상자 속의 문학', '여성문학을 넘어서', '젠더 프리즘', '그림자의 빛' 등 고인의 저서에서 추려냈다. 한국여성문학사의 축약본이라 할 수 있는 '이브, 잔치는 끝났다'에서부터 1990년대 문학에 대한 개성 넘치는 진단인 '섹스와의 섹스, 슬픈 누드', '불한당들의 문학사' 등 10편을 수록했다.
[서울 = 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문학평론가 고 김미현 1주기 추모선집 ' 더 나은 실패' 표지. [사진 = 민음사 제공] 2024.09.30 oks34@newspim.com |
김미현은 한국 문단에서 가장 활발히 평론을 발표해온 현장 평론가였다. 1995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당선으로 평론을 시작한 그는 그 자체로 하나의 창작물로 인정받는 평론이라는 찬사를 받으면서 문단의 주목을 받았다. 1990년대 포스트모더니즘 담론과 신세대 문학에서 출발해 2020년대 포스트휴머니즘 담론과 SF 소설에 이르기까지 그의 손이 닿지 않은 장르가 없을 정도였다. 선집을 엮은 강지희 교수는 "선생님은 많이 아프셨을 때에도 힘들다는 내색 대신 농담을 던지는 사람이었다"면서 "그 호방한 품성이 어디 가는 게 아니라서, 선생님의 평론 곳곳은 명랑한 지성으로 빛난다"고 썼다.
문학을 사랑하고 재능과 끼가 넘쳤던 평론가가 60세도 채 되기 전에 병환으로 세상을 떴다는 사실이 새삼 안타깝게 느껴진다. 제목으로 쓴 '더 나은 실패'는 고인이 2020년 김환태평론문학상 수상소감에서 한 말에 나오는 구절이다.
"문학에서 성공은 무의미합니다. 그렇다고 실패만을 반복하지도 않습니다. 그래서 사뮈엘 베케트의 '다시 시도하기, 다시 실패하기, 다시 더 잘 실패하기'라는 말을 좋아합니다. '더 나은 실패'는 문학에서 엄청나게 위로가 되는 명제입니다." 384쪽. oks3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