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TO감소로 비인기과 업무 부담만 가중
윤신원 교수 "지극히 관료적인 비실효 정책"
[서울=뉴스핌] 조준경 기자 = 정부가 급작스럽게 전공의의 수도권과 비수도권 배정 비율을 '5.5대 4.5'로 조정한 것이 기피과에 대한 기피 현상을 더 악화시키는 등 부작용이 커졌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윤신원 중앙대의대 소아청소년학과 교수는 11일 대한의학회 '인턴 수련제도 및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기자간담회'에서 전공의의 수도권과 비수도권 배정 비율을 무리하게 조정하지 말고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배정을 통해 양질의 수련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며 이같이 발표했다.
[서울=뉴스핌] 조준경 기자 = 윤신원 중앙의대 소아청소년과학 교수가 11일 대한의학회 기자간담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2024.09.11 calebcao@newspim.com |
그동안 전공의 배정 비율은 수도권과 비수도권이 6대 4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정부는 올해 1월부터 지역과 과목별 의료인력 불균형을 지적하며, 필수의료 살리기 일환으로 전공의 배정비율을 5대 5로 조정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의학계의 반발로 인해 우선은 5.5대 4.5로 바꿨다.
정부의 의대 증원으로 인해 2025학년도 정원 배정 이후에는 비수도권의 의대 정원 비율이 전체 대비 현재의 66%에서 72.4%까지 올라갈 것으로 예측된다. 그러나 비수도권 전공의 정원은 전체 정원의 45% 수준이다. 정부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중장기적으로 지역별 의과대학 정원과 연동하는 방향을 검토하고 있는 것이다.
의료계에선 이러한 정부의 일괄적인 비율 조정 강행이 큰 부작용을 낳을 것이라고 경고하고 나섰다.
윤 교수는 인구와 의료 인프라의 불균형 문제와 지방 의대 필수과 기피 문제 등을 집중적으로 조명했다.
2023년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수도권과 비수도권 인구 비율은 '50.6대 49.4'로 보면 정부의 정원 비율 배정 정책이 옳아 보인다. 그러나 2019년을 기점으로 수도권 인구가 비수도권 인구를 역전하며 인구 격차가 점점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윤 교수는 "이에 더해 모든 전문 진료과목의 진료 및 수련 인프라가 수도권과 비수도권이 '6~7:3~4' 수준"이라며 "이것은 비수도권의 환자가 또 수도권으로 몰리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전공의 배정 비율 조정이 필수과 지원율을 끌어올리는 것에 큰 효과가 없는 점도 드러났다. 올해 상반기 내과 전공의 모집 결과를 보면 전체 수련병원의 지원율은 105.6%에 달해 지원율이 초과된 듯 했다.
하지만, 수도권 수련병원 지원율이 113.5%였던데 반해, 비수도권은 95.1%로 오히려 정원에 미달하는 지원율이 나왔다. 수도권 수련병원의 경우 '빅5 병원' 지원율이 128.9%로 쏠림 현상이 목격됐다. 빅5 병원을 제외하면 전체 전공의의 수련병원 지원율은 98.3%로 정원 미달이 나온 것이다.
기피과와 인기과의 희비도 더욱 두드러졌다. 전체 지원자 중 필수의료(내과, 외과,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 분야가 차지하는 비율은 전년도(29%)보다 줄어든 28%로 나타났다. 반면 인기과인 피부과, 안과, 성형외과, 정신건강의학과, 재활의학과, 영상의학과는 비수도권 정원이 늘면서 28%에서 29%로 지원 비율이 올라갔다.
윤 교수는 "기피과의 경우 수도권은 TO가 부족해서 지원을 하고 싶어도 못하고 비수도권은 지원자가 부족해서 TO가 텅 비어 있는 의료 배분의 비효율의 극치를 보여줬다"며 "수도권의 경우 TO가 줄면서 남은 전공의들이 당직을 서는 등 업무 부담이 생기자 비인기과를 더욱 기피하는 현상도 일어났다"고 지적했다.
윤 교수는 "의료 학회들도 정부의 배정안 조정이 수련 여건을 무시한 정책이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모았다"며 "지극히 관료적인 정책이었으며, 수련병원, 전문학회, 수련환경평가위원회 모두 서로 불신하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의료 인력 불균형 해소, 필수의료와 비수도권 지원율 증가 등 모든 측면에서도 실효성이 없었다"며 "특히 올해 심각한 의정 사태 상황을 고려할 때 정책을 재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calebca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