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박서영 기자 = 실수로 다른 사람의 우산을 가져간 60대 여성을 절도 혐의로 기소유예한 검찰의 처분이 취소됐다.
헌법재판소는 A씨가 서울중앙지검을 상대로 낸 기소유예처분 취소 사건을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인용했다고 8일 밝혔다.
[서울=뉴스핌] 최지환 기자 = 이종석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헌법재판관들이 29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심판정에서 열린 헌법소원·위헌법률 심판에 착석해 있다. 2024.08.29 choipix16@newspim.com |
A씨는 지난 2022년 8월 9일 일행 2명과 함께 거주지 인근에 있는 식당에 방문했다가 자신의 우산과 외관이 비슷한 남의 우산을 가져갔다.
경찰은 피해자의 신고 이후 A씨의 신상을 파악해 우산을 반환받는 등 조사에 나섰고, 당시 A씨는 "식당을 나가면서 피해자의 우산을 내 우산으로 착각하고 잘못 가지고 간 것이고 오늘 연락을 받을 때까지 우산을 잘못 가지고 간 사실 자체를 몰랐다"고 진술했다.
이후 검찰은 A씨에게 절도 혐의를 적용해 기소유예로 처분했다. 피해자의 우산에는 고가의 외제차 브랜드 마크가 부착돼 있었는데, 검찰은 A씨가 이 마크를 보고 우발적·충동적으로 범행을 일으켰다고 판단했다.
이에 A씨는 절도의 고의가 없었음에도 검찰의 자의적인 처분으로 인해 자신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했다며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헌재는 A씨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실제 A씨의 집에 피해자의 우산과 같이 검정색에 손잡이 비닐포장을 벗기지 않은 새 장우산이 많이 있어, A씨가 우산을 착오해 가져갔을 가능성이 있다고 본 것이다.
헌재는 "검찰은 A씨의 우산과 피해자의 우산이 외관상 유사하여 혼동할 가능성이 있는지 등에 관하여 면밀히 수사하지 않은 채 이 사건을 기소유예 처분했다"며 "이 사건의 수사기록만으로는 A씨에게 절도의 고의가 있었다고 단정하기 부족하므로 중대한 수사미진 또는 증거판단의 잘못이 있다"고 판시했다.
또 헌재는 ▲당시 A씨는 62세로 기억력 저하를 호소하는 등 인지기능 검사를 받은 이력이 있다는 점 ▲절도죄뿐만 아니라 다른 범죄 이력이 전무하다는 점 ▲일관되게 절도의 고의성을 부인했다는 점 등도 판단 근거로 내세웠다.
헌재는 "이는 자의적인 검찰권 행사라고 봄이 타당하고 그로 말미암아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이 침해됐다"며 A씨에 대한 기소유예 처분을 취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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