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생활 30년 이상이면 국민연금 200만원도 가능
'월배당 ETF'로 은퇴소득 월 300만원…원금은?
슈드'(SCHD)' ETF가 인기몰이 하는 이유는?
상가 인기 뚝...유동성 높은 미국주식 관심 집중
[서울=뉴스핌] 한태봉 전문기자 = 한국의 66세 이상 노인 인구의 소득 빈곤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1위다. 그만큼 노인들의 소득이 적다는 뜻이다. 'OECD'의 '한눈에 보는 연금 2023' 보고서상 한국 노인의 소득 빈곤율은 무려 40.4%다. OECD 회원국 평균(14.2%)과 비교하면 3배에 가깝다.
[사진 = 셔터스톡] |
◆ 은퇴 후 적정 생활비는 평균 369만원
'노인 소득 빈곤율' 통계는 한국 노인들이 OECD 국가 중 가장 가난하다는 오해를 불러 일으킨다. 통계청의 '2023년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 60세 이상 노인들의 평균 순자산액은 4억8630만원이다. 결코 적지 않은 규모다. 자산이 적은 게 아니라 은퇴 후 소득이 적을 뿐이다.
이유는 60세 이상 노인들의 전체 자산 중 부동산 등의 실물자산 비중이 82%로 너무 높기 때문이다. 이자 등의 소득을 만들 수 있는 금융자산 비중은 18%에 불과하다. 현금흐름이 막힐 수밖에 없는 구조다. 고령자는 크게 전기 고령자(65세~74세)와 후기 고령자(75세 이상)로 나눌 수 있다.
전기고령자는 건강과 자산상황이 양호하다. 반면 후기고령자는 건강과 자산상황이 악화된 경우가 많다. 따라서 후기 고령자 나이가 되면 연금처럼 꼬박꼬박 들어오는 현금이 가장 중요해진다. 특히 병원비가 집중적으로 들어가는 시기에 현금이 돌지 않으면 재앙이다.
전국 주요 도시에 거주하는 20~79세 남녀 30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KB골든라이프 보고서(2023년11월)'에 따르면 노후에 필요한 적정 생활비는 월 369만원이었다. 반면 한 가구에서 실제 조달 가능 예상 금액은 월 212만원에 그쳤다. 적정생활비의 57.6%에 불과하다.
이들이 노후 조달가능 생활비를 준비할 때 활용한 방법은 '국민연금(86.8%)', '개인연금(58.7%)', '이자와 금융상품 원금 등 금융소득(55.9%)', '퇴직연금(54.1%)', '사학∙군인∙공무원연금(49.1%)' 순이다. 국민연금 의존도가 가장 높다.
◆ 한국 노인 빈곤…국민연금 만으론 해결 불가능
그런데 지금 꼬박꼬박 붓고 있는 국민연금만으로 노후에 필요한 생활비 충당이 가능할까? 국민연금이 최초로 도입된 시기는 1988년이다. 이후 전국적으로 확대된 건 1999년부터다. 따라서 제대로 국민연금을 납부한 세대는 1960년대생부터다.
그 이전 세대인 1950년대생들은 국민연금 납부기간이 짧아 연금수령액도 작을 수 밖에 없다. 또 영세 자영업자들도 납부금액이 작아 연금수령 금액이 상대적으로 적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23년 기준 만65세 이상의 국민연금 수급자수는 498만명이다. 그런데 최소가입기간(10년) 충족 후에 받는 '노령연금'의 월평균 금액은 62만원에 불과하다. 용돈 연금 수준이다. 이 정도로는 안정적인 노후생활이 불가능하다. 이는 1950년대생들과 영세 자영업자들의 노령연금이 작다 보니 평균이 낮아진 효과다.
반면 직장생활을 30년 이상 하고 은퇴한 1960년생의 경우는 풍족하다. 노령연금을 200만원 이상 받는 것도 가능하다. 2023년말 기준 월 200만원 이상의 노령연금 수급자는 1만7805명으로 집계됐다.
노령연금 200만원 이상 수급자수는 1960~69년생의 정년퇴직과 함께 앞으로 점점 더 늘어나게 된다. 국민연금도 양극화가 극심하다는 뜻이다. 하지만 설사 국민연금으로 200만원을 받게 되더라도 여전히 노후 생활비는 절대적으로 부족한 게 현실이다.
◆ 결국 은퇴 후에도 일하는 노인 넘쳐나
55~64세 취업 경험자 중 가장 오래 근무한 일자리를 그만둘 당시의 평균 연령은 49.4세다. 하지만 이들은 주 직장을 그만둔 뒤에도 계속해서 일하는 경우가 많다. 흥미로운 건 '가장 오래 근무한 일자리'를 그만둔 이유다.
정년퇴직으로 일자리를 그만둔 경우는 채 10%도 되지 않는다. 사업부진 등의 이유가 29.1%로 가장 높다. 또 본인의 건강이 좋지 않아서 그만둔 비율도 19.1%나 된다. 명예퇴직도 11.7%다. 하지만 일찍 은퇴한다고 먹고 사는 문제가 해결되는 건 아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4년 5월 기준 65~79세 노인 인구수는 757만명이다. 이 중 취업자수는 무려 351만명이다. 무려 절반에 가까운 노인들이 은퇴 후에도 소득 부족으로 계속 경제활동을 하고 있다.
현재 50대와 60대는 1970년대생과 1960년대생들이 대부분이다. 이들은 그 이전 세대인 1950년대생 중 상당수가 노후 빈곤에 시달리는 걸 직접 목격한 세대다. 이를 교훈 삼아 노후 준비를 좀 더 체계적으로 해 나가고 있다. 그럼에도 자녀 교육비와 주택마련 등에 목돈이 들어가 풍요로운 은퇴소득을 준비할 여력은 부족하다.
대부분의 근로자는 은퇴 후에 인생을 즐기는 노후를 꿈꾼다. 이게 현실화되려면 안정적인 노후 생활비 확보가 먼저다. 월 300만원의 은퇴소득을 만들어 놓지 못하면 은퇴 후에도 계속해서 일할 수밖에 없다.
◆ 은행예금과 상가 월세…장기적으로는 위험해
은퇴 후에 추가로 월 300만원의 은퇴소득을 만드는 방법으로는 어떤 게 있을까? 가장 쉽게 생각할 수 있는 건 은행 예금이자다. 원금 9억원을 약 4%의 이율로 은행에 예치하면 세전 연 3600만원의 이자를 받게 된다. 이를 12개월로 나누면 월 300만원이 된다.
은행예금의 문제는 인플레이션을 헤지 할 수 없다는 점이다. 지금의 9억원이 10년 뒤에도 가치를 그대로 유지할 리가 없다. 은퇴 후에도 최소 30년 이상을 살아간다는 점에서 좋은 해법이라고 보기 어렵다.
또 다른 방법으로는 상가투자가 있다. 원금 9억원으로 대출 없이 4~5%의 임대수익률이 확보되는 상가를 매수한다고 가정해 보자. 세전 연 3600~4500만원의 임대료가 생겨난다. 이를 12개월로 나누면 월 300~375만원이 된다.
하지만 오프라인 시대가 저물고 있다는 게 문제다. 지금은 '쿠팡'을 중심으로 한 온라인쇼핑과 '배달의민족'을 중심으로 한 음식배달이 대세다. 그만큼 상가 공실의 위험성이 커지고 있다.
수도권과 지방의 공실률 격차는 어마어마하다. 2024년 1분기 기준 서울 오피스 및 상가 공실률은 5.4%에 불과하다. 반면 충북의 공실률은 무려 26.4%다. 서울의 5배다. 공실 기간이 길어지면 새로운 임차인이 구해질 때까지 소득은 0원이다. 또 상가 관리비는 주택보다 비싸다.
유동성도 문제다. 상가는 원한다고 금방 매도되지 않는다. 몇 년 이상 안 팔린 지방 상가들이 넘쳐난다. 그래서 나이 들어 함부로 상가 투자 했다가는 노후가 망가지기 십상이다. 더 중요한 건 현실 세계에서 은퇴 시점에 현금 9억원을 보유한 사람도 흔치 않다.
◆ 대세는 월배당 ETF…300만원 만들려면 원금은?
이런 이유로 요즘은 5060세대뿐 아니라 3040세대까지도 월 배당 ETF를 통한 은퇴준비에 관심이 많다. 같은 투자금이면 상가보다 월배당 ETF가 여러모로 유리하다. 월배당 ETF는 매월 꼬박꼬박 배당금을 받는다. 상가처럼 공실 걱정이나 임차인 관리에도 신경 쓸 필요가 없다.
또 장기 보유 시 주가 상승으로 인한 시세차익도 노릴 수 있다. 미국에 상장된 배당 ETF 중 가장 사랑 받는 건 일명 '슈드'로 불리는 '슈왑 미국 배당주(SCHD)' ETF다. 이 ETF는 '다우존스 미국 배당 100지수' 종목 중심으로 투자한다. 배당 주기는 3개월이다.
SCHD ETF는 7월말 종가인 83달러 기준 배당수익률이 연 4%다. 따라서 월 300만원의 은퇴소득을 얻으려면 원금 9억원이 있어야 된다는 결론이다. 하지만 이 결론은 너무 성급하다. 일찍부터 투자했다면 9억원까지는 필요 없다. 3억원이면 충분하다.
만약 10년 전인 2014년에 SCHD ETF에 3억원을 투자했다면? 10년 뒤인 2024년 7월말에는 평가금액이 9억원으로 대폭 늘어나게 된다. 10년간 누적 수익률은 무려 201%다. 주식 투자의 장점은 장기 보유 시 은행예금과 달리 주가가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더 좋은 건 추가로 연 4% 내외의 배당금을 매년 꼬박꼬박 받아 왔다는 사실이다. SCHD ETF는 지난 10년간 매년 배당금을 늘려 왔다. 한국인 입장에서는 환차익까지 발생했으니 실제 수익률은 더 높아진다. SCHD ETF가 사랑 받는 이유다.
◆ 한국 상장 배당 ETF도 인기 폭발
한국에 상장된 '미국 주식 월 배당 ETF' 투자도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주요 5개 ETF의 순자산 규모 합계액만 벌써 3조원이 넘는다. 이는 그 만큼 은퇴 후의 현금흐름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졌다는 의미다.
특히 한국 상장 월배당 ETF 중 은퇴 준비자들 사이에서 가장 인기 있는 유형은 미국에 상장된 '슈왑 미국 배당주(SCHD) ETF'와 유사한 '미국 배당 다우존스 ETF'다.
한국에서는 대표적으로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미국배당다우존스'가 순자산 1조1900억원, 신한자산운용의 'SOL 미국배당다우존스'가 순자산 7300억원, 한국투신운용의 'ACE 미국배당다우존스' ETF가 순자산 3900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한국에 상장된 각 운용사들의 '미국배당 다우존스 ETF'는 미국 상장 ETF와 달리 개인연금, 퇴직연금, IRP, ISA계좌에 편입이 가능한 게 최대 장점이다. 따라서 소득공제 및 저율과세 혜택 때문에 더 인기다. 은퇴자들 입장에서는 금융소득종합과세를 피하기 위해서라도 세제혜택 계좌 활용은 필수다.
운용사 간 3파전도 치열하다. 운용사들도 앞으로 월배당 ETF의 성장성이 가장 높다고 판단해 총력전이다. 덕분에 연간 총보수는 0.01%까지 내려갔다. 채권형도 아닌 해외 주식형 ETF의 총보수가 고작 0.01%인 건 매우 이례적이다. 예비 은퇴자들에게 앞으로도 인기가 높아질 수 밖에 없는 조건을 모두 갖춘 셈이다.
◆ 배당주도 결국은 주식…변동성 유의해야
과거에는 방어적인 국내 예금이나 상가 투자로 은퇴소득을 확보하려 했지만 지금은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 금리가 낮은 예금이나 유동성 낮고 공실 위험까지 있는 상가보다는 월 배당 ETF 투자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또 상대적으로 체력이 약한 한국주식으로 원화배당을 받기보다는 훨씬 크고 안정적인 미국 우량주식으로 달러배당을 받고자 하는 흐름이 강하다.
하지만 배당주도 결국은 주식이다. 주식의 가장 큰 단점은 높은 변동성이다. 은퇴기간 중에 대세 하락기를 맞게 되면 현직에 있을 때보다 불안감이 훨씬 더 클 수밖에 없다. 따라서 주식형 ETF 외에 채권형 ETF에도 분산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그 보다 더 중요한 건 하루라도 빨리 은퇴 설계를 시작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10년 전에 SCHD ETF에 3억원을 투자한 사람은 지금 평가금액이 9억원으로 늘어났다. 게다가 월평균 300만원의 배당소득도 꼬박꼬박 받아가고 있다. 이미 은퇴준비가 끝난 셈이다.
주식투자의 장점은 장기 투자 시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최선의 은퇴 대비는 빠른 준비다. 미래에 수명이 100살까지 늘어난다면 가장 심각한 문제는 생활비와 병원비다. 빠른 은퇴 준비로 예상보다 오래 살 가능성에 대비하자. 은퇴가 재앙이 아니라 축복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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