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통해 비대면으로 쉽게 구매 가능
판매업자→환전업자→운반책…유통 체계 잡혀
"SNS·해외 거래소 이용 추적 쉽지 않아"
"유통 고리 끊는 게 가장 중요…처벌 수위 높여야"
[서울=뉴스핌] 노연경 기자 = "XX 구매 가능한가요?"
10대·20대 마약사범이 1만명에 육박한 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 은어 몇 개, 구매하고자 하는 마음만 있으면 마약 거래는 마치 중고거래만큼 쉬웠다.
12일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따르면 마약을 상징하는 은어를 검색하면 다수의 마약 판매업자 SNS 아이디가 뜬다.
SNS에서 찾은 마약 판매업자 아이디로 대화를 걸면 그 뒤부터 거래는 일사천리다. 첫 구매라 잘 모른다고 말하자 판매업자는 익숙하다는 듯 단계별로 정리된 설명문을 보내줬다.
가격은 60만원, 거래는 암호화폐인 비트코인으로만 한다고 했다. "비트코인 보내는 방법은 여기서 시키는 대로만 하면 된다"며 판매업자는 비트코인 입금 방법을 알려줄 '환전업자'의 아이디도 공유했다.
암호화폐를 보관해 두는 지갑만 만들면 은행 ATM에서 무통장입금으로도 거래가 가능했다. 암호화폐 환전업자는 지갑을 만들고 ATM 앞에서 현금과 함께 엄지를 들어 올린 사진을 보내면 입금할 계좌를 알려준다고 했다.
입금 확인만 되면 드라퍼(마약 운반책)를 통해 특정 장소에서 마약을 받을 수 있다. 판매업자, 환전업자, 운반책로 나누어진 마약 판매 단계는 체계적이었다.
[서울=뉴스핌]노연경 기자= 2024.08.12 yknoh@newspim.com |
◆ 접근하긴 쉽고 수사는 어려워진 마약거래
마약이 비대면으로 쉽게 유통되기 시작하면서 '마약청정국'이란 수식어도 옛말이 됐다. 이제 10대, 20대도 쉽게 마약에 손을 댄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10대·20대 마약사범은 2023년 9845명에 육박했다. 2019년(3760명) 2.6배나 증가했다.
이들이 전체 마약사범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5.6%에 달한다. 마약사범 10명 중 4명은 10대나 20대인 것이다.
최근에는 수백 명의 회원을 둔 대학교 연합동아리에서 마약을 투약·유통한 일당이 검찰의 수사로 잡히기도 했다.
마약은 추적이 어려운 텔레그램, 암호화폐를 이용하기 때문에 수사가 쉽지 않다. 경찰 관계자는 "암호화폐의 경우 어느 지갑에서 어느 지갑으로 얼마가 갔는지 거래 내역이 다 조사가 가능하다"며 "영장을 청구해 거래소의 협조를 구하면 지갑 주인까지도 특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이러한 업자들은 '믹싱'이라는 일종의 돈세탁 과정을 거치고 대부분 해외 거래소를 이용하기 때문에 추적이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김상운 대구가톨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마약 유통이 진화하다 보니 경찰 수사가 따라가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이전과 달리 불특정 다수 사이에서 광범위하게 마약이 유통되고 있다는 게 단속의 가장 큰 어려운 부분"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특히 학생과 청소년 사이에서 유통되는 마약을 막지 못하면 장기적으로 큰 사회 문제가 될 것"이라며 "마약 유통책에 대한 처벌을 더 강력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ykno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