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우 상황 공유 목적으로 만들었지만
호우 관련 없는 대화만 오가
카카오 "카톡 정책 따라 운영 중"
[서울=뉴스핌] 노연경 기자 = 전국적으로 집중호우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카카오가 정보 공유를 통해 피해를 예방하자는 목적으로 만든 오픈톡 방이 잡담을 주고받는 용도로 변질됐다.
17일 카카오는 오픈채팅 상단에 '호우' 탭을 열고 이용자들이 기상 상황을 공유할 수 있는 '실시간 전국 기상상황' 오픈채팅 라이트(오픈톡)를 만들었다.
이날 서울시에 올해 첫 호우 긴급재난문자가 발송되고 경기 파주에선 한 달 동안 내릴 비의 양이 1시간 사이 쏟아지는 등 호우 피해가 우려되자 카카오가 안전 목적으로 만든 것이다.
카카오 관계자는 "국가적 재난 재해 상황에서 전 국민의 플랫폼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수행하고, 피해 최소화에 기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카카오 '실시간 전국 기상상황' 오픈 톡에 달린 글.[사진=카카오톡 화면 캡처] |
하지만 카카오의 의도와 다르게 오픈톡 방에선 호우와 전혀 관련 없는 대화만 이어졌다. 이날 오전 오픈톡 방에 직접 참여해 살펴본 결과 스스로를 학생이라고 밝힌 일부 이용자는 자신의 사진을 올리며 소개팅 제안을 하는 등 사담을 나눴고, 점심시간이 되자 음식 사진이 연달아 올라오기도 했다.
가끔 호우 관련 소식을 묻는 질문들이 올라오고, 특정 지역의 호우 상황을 공유하는 글도 올라왔지만 대부분은 호우와 관련 없는 대화였다.
이날은 새벽부터 많은 양의 비가 쏟아져 내리기 시작해 윤석열 대통령도 기존 일정을 뒤로 미루고 호우 피해에 집중할 정도로 피해 우려가 커진 상황이었다.
기상청은 이날 서울시에 올해 첫 호우 긴급재난문자를 보냈다. 파주에선 이날 오전 7시 기준 약 한 달 동안 내릴 비의 양(100.9㎜)이 1시간 만에 쏟아지기도 했다. 집중 호우로 인해 수도권 주요 도로는 물에 잠겼다.
[서울=뉴스핌] 최지환 기자 = 서울 전역에 호우경보가 발령된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사거리에서 우산을 쓴 시민들이 발걸음을 서두르고 있다. 2024.07.17 choipix16@newspim.com |
올 여름 장마는 비구름이 위아래로 좁고 강하게 발달하면서 짧은 시간 동안 많은 비를 쏟아낸다. 갑작스러운 도로 침수나 지반이 약해서 발생하는 산사태 등 작년에 발생한 비 피해가 우려되는 이유다.
지난해 기록적인 폭우로 인해 경북과 전북을 중심으로 산사태 피해 사상자가 잇따랐다. 충북에서는 인근 하천 범람으로 오송 지하차도가 침수되면서 14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처럼 의도가 변질된 채로 오픈톡 방이 운영되고 있는 상황에 대해 카카오 관계자는 "카카오톡 정책에 따라 문제가 되는 내용은 삭제하는 등 오픈톡도 동일하게 관리하고 있다"라며 "현재로선 특별한 특이 사항은 보이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ykno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