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장환수 스포츠전문기자= 정말 지독한 불운이다. '무관의 제왕'이란 타이틀은 분명 이런 데 쓰라고 만들어진 단어일 것이다.
토트넘 시절 손흥민과 찰떡궁합 브로맨스로 국내 팬에게도 친숙한 해리 케인(잉글랜드)이 유로 2024에서도 딱 한 경기의 벽을 넘지 못하고 고배를 마셨다.
[베를린 로이터=뉴스핌] 장환수 스포츠전문기자= 잉글랜드 축구대표팀 주장 해리 케인이 15일 끝난 유로 2024 스페인과 결승전에서 준우승에 그친 뒤 우승 트로피를 뒤로 한 채 시상대에서 내려오고 있다. 2024.07.15 zangpabo@newspim.com |
잉글랜드는 15일(한국시간) 독일 베를린 올림피아슈타디온에서 끝난 유로 2024 결승전에서 스페인에 1-2로 져 준우승했다. 1966년 자국에서 개최한 월드컵 이후 메이저 대회 우승이 없는 잉글랜드의 반세기에 걸친 도전은 실패로 끝났다.
케인의 혹독한 무관 징크스 역시 계속됐다. 잉글랜드 대표팀 주장이자 A매치 최다 득점(66골)을 기록 중인 케인은 그동안 각종 대회와 리그에서 숱하게 득점왕에 올랐지만, 한 개의 우승컵도 수집하지 못했다.
2009년 프로 데뷔해 토트넘에서 줄곧 뛴 케인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손흥민과 역대 최고의 공격 듀오를 형성하며 세 차례나 득점왕에 올랐다.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도 득점왕(6골)을 차지했다.
그러나 케인은 리그 준우승만 세 차례 경험했고, 2018-2019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에서도 준우승에 머물렀다. 러시아 월드컵에선 4위에 그쳤다.
결국 한 맺힌 우승을 쫓아 2023-2024시즌 독일 분데스리가 명문 바이에른 뮌헨으로 이적했지만 그의 징크스는 깨지지 않았다. 뮌헨은 분데스리가에서 33회, 독일축구협회(DFB) 포칼에서 20회로 역대 최다 우승 기록을 보유했고 UCL에서도 6차례나 우승한 강호이다.
케인은 이적 첫 해에 분데스리가에서 36골을 터뜨려 득점 2위 세루 기라시(28골·슈투트가르트)를 8골차로 멀찌감치 따돌렸다. 그러나 지난 시즌 리그의 주인공은 '무패 우승'에 빛나는 레버쿠젠이었다. 뮌헨은 3위에 그쳤다. 케인은 UCL에서도 8골로 득점 공동 1위에 올랐지만, 뮌헨은 결승에 오르지도 못한 채 탈락했다.
케인은 지난 유로 2020에서도 잉글랜드를 결승에 진출시켰으나 이탈리아에 승부차기 끝에 졌고, 2022 카타르 월드컵 땐 8강에서 발길을 돌려야 했다.
[베를린 로이터=뉴스핌] 장환수 스포츠전문기자= 컨디션 난조로 후반 16분 교체된 해리 케인이 벤치를 지키고 있는 잉글랜드 대표팀 선수들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2024.07.15 zangpabo@newspim.com |
그리고 이번 유로 2024에서 다시 결승에 진출하며 기회를 잡았지만 마지막 관문을 통과하지 못했다. 케인은 이번 대회에서도 3골을 넣어 다니 올모(스페인) 등 5명과 득점 공동 선두에 올랐다.
후반 16분 교체돼 벤치에서 팀 패배를 지켜본 케인은 영국 언론과 인터뷰에서 "기회를 놓쳤다. 이런 결승전은 쉽게 올라오기 어렵다. 기회가 오면 꼭 잡아야 하는데, 우리는 해내지 못했다"면서 "무척 괴롭고, 아픔이 오래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잉글랜드의 개러스 사우스게이트 감독은 케인의 조기 교체에 대해 "그에게 신체적으로 매우 힘든 대회였다. 그는 우리가 기대한 수준에 도달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zangpab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