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세상을 떠난 배우 이선균의 유작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가 올 여름 극장가에 누구도 겪어보지 못한 재난 상황을 펼쳐 놓는다.
오는 12일 개봉하는 영화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가 언론배급시사를 통해 공개됐다. 지난해 칸 국제영화제 공식 초청작으로 공항대교 붕괴 위기라는 초유의 상황 속 비밀 프로젝트가 결합된 독특한 재난 영화다. 사람의 목숨을 '정무적 판단'에 맡겨놓는 정치권에 대한 신랄한 비판의식도 돋보인다.
영화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의 한 장면. [사진=CJ ENM] |
◆ 고 이선균 유작 중 한 편…생전 주특기였던 캐릭터 연기 여전
기상 악화로 한치 앞도 구분할 수 없는 공항대교, 연쇄 추돌 사고와 폭발로 붕괴 위기에 놓인 다리 위에 사람들이 고립된다. 동시에 극비리에 이송 중이던 '프로젝트 사일런스'의 군사용 실험견들이 풀려나고 생존자들은 그들의 타겟이 되어 무차별 공격당하는 통제불능 상황에 빠진다. 누구보다 '정무적 판단'을 중시하던 안보실 행정관 차정원(이선균)는 냉철하게 위기를 타개하려 하지만 결국 상관에게 버림받고 죽음의 위기에 처한다.
'탈출'은 지난해 연말 사망한 이선균이 남긴 유작 두 편 중 하나로 특유의 이성적이면서도 뻔뻔한 캐릭터 연기가 돋보인다. 피랍된 국민을 구출하는 문제를 두고 정무적 판단을 중시하는 차정원은 자신이 피해자가 된 상황에서도 상관의 지지율이 먼저다. 하지만 모든 비극의 시작이 자기 편으로부터 나온 사실을 알게 된 후 생존을 위해 입장을 바꿀 수밖에 없다. 약간은 이율배반적인 인물의 변화를 꼼꼼하고 세심하게 포착해낸다.
영화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의 한 장면. [사진=CJ ENM] |
주지훈은 렉카 운전자인 조박 역으로 강아지 조디와 함께 이 영화의 숨통을 틔운다. 헐렁해보이고 속물적인 인물이지만 중요한 순간에 반드시 필요한 캐릭터로 기능한다. 김희원이 연기한 양 박사는 시종일관 스스로가 만들어낸 살상무기에 대한 두려움과 삶에 대한 회의가 동시에 느껴지는 표정을 짓는다. 그러면서도 누구보다도 삶에 의지가 강한 인물로 그려진다.
◆ '정무적 판단'의 무용함…뜻밖의 액션 스펙타클과 시원함도
'탈출'은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던 재난 상황이 눈 앞에 펼쳐지는 생소한 경험과 함께 영화 속 일들이 생각보다 가까울 수 있음을 상기시킨다. 사람의 목숨이 달린 일에 '정무적 판단'을 운운하고 정치적 유불리를 따지는 집단을 우리는 그간 모든 사회적 재난에서 손쉽게 보아왔다. 그들의 비정함과 내로남불적인 행태를 몇 가지 설정만으로 제대로 들춘다.
영화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의 한 장면. [사진=CJ ENM] |
영화 후반부 이선균이 트레일러 안에서 벌어지는 극한의 상황은 잠시 톰 크루즈의 액션을 보는 듯한 박진감과 리얼리티를 선사한다. 죽음의 위험을 무릅쓰고 그를 향해 힘껏 달려오는 딸의 모습은 핏줄로 이어진 동료를 구하려는 군견의 모습과도 오버랩된다. 상황이 종료된 뒤 안보실장을 향해 내지르는 주먹은 영화 밖 현실 관객들에게 뜻밖의 시원함도 안긴다. 15세 이상 관람가, 오는 12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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