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라씨로
KYD 디데이

감성어사전 7 [ 숨은 꽃 ]

기사입력 : 2024년03월20일 16:14

최종수정 : 2024년03월21일 15:03

복수초, 제비꽃, 산수유 등 작고 소박한 봄꽃들
'제비꽃을 알아도 봄은 오고, 몰라도 봄은 간다'
왜 사냐고 묻거든 웃음으로 화답하는 봄이길

[서울 = 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꽃샘추위로 몸은 움츠러 들지만 마음은 이미 봄이다. 이 땅의 봄은 늘 시끄럽고, 어지러웠지만 봄을 맞이하는 마음 만큼은 변함이 없다. 봄꽃들이 저마다 화사함을 자랑하면서 앞서거니 뒷서거니 피어날 것이다. 그 사이 소박하게 피는 봄꽃들도 있다.

'엄마 엄마 이리와 요것 보셔요/ 병아리떼 뿅뿅뿅뿅 놀고 간 뒤에/ 미나리 파란 싹이 돋아났어요/ 미나리 파란 싹이 돋아났어요'. - 동요 '봄' 중에서.

미나리 파란 싹 사이에 피는 복수초나 제비꽃은 봄이면 수줍게 피어나는 숨은 꽃이다. 모든 꽃들이 나를 봐달라고 화사하게 고개를 들 때도 복수초나 제비꽃은 수줍게 얼굴을 내밀 뿐이다. 

[서울 = 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눈 속에서 피어난다는 복수초. [사진 = 임영자 작가] 2024.03.20 oks34@newspim.com

'눈 녹은 해토에서/ 마늘 싹과 쑥잎이 돋아나면/ 그때부터 꽃들은 시작이다// 2월과 3월 사이/ 복수초 생강나무 산수유/ 진달래 산매화가 피어나고/ 들바람꽃 씀바귀꽃 제비꽃/ 할미꽃 살구꽃이 피고 나면// 3월과 4월 사이/ 수선화 싸리꽃 탱자꽃/ 산벚꽃 배꽃이 피어나고/ 뒤이어 꽃마리 금낭화 토끼풀꽃 모란꽃이 피어나고…중략…꽃은 자기만의 리듬에 맞춰/ 차례대로 피어난다/ 누구도 더 먼저 피겠다고/ 달려가지 않고/ 누구도 더 오래 피겠다고/ 집착하지 않는다….'-박노해 '꽃은 달려가지 않는다' 일부.

시인은 화사한 꽃보다도 숨은 꽃에 더 애틋한 마음을 표현한다. 복수초는 눈 속에 피는 연꽃 같다고 설연화(雪蓮花)라고 부르기도 한다. 추운 산간지방에서는 눈이 채 녹지 않은 상태에서 피어 하얀 눈과 노란 꽃이 대비를 이룬다. 서정의 절정을 보였던 시인 박용래는 딸들에게 "그래도 다행인 것은 시인의 딸로 살 수 있게 한 것"이라면서 "평생 숨은 꽃처럼 살라"고 당부했다. 숨은 꽃처럼 사는 일이 얼핏 쉬워보이지만 결코 만만한 일은 아니라는 걸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서울 = 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자세히 봐야 보이는 제비꽃. [ 사진 = 임영자 작가] 2024.03.20 oks34@newspim.com

'제비꽃을 알아도 봄은 오고/ 제비꽃을 몰라도 봄은 간다// 제비꽃에 대해 알기 위해서/ 따로 책을 뒤적여 공부할 필요는 없지// 연인과 들길을 걸을 때 잊지 않는다면/ 발견할 수 있을 거야// 그래, 허리를 낮출 줄 아는 사람에게만/ 보이는 거야 자줏빛이지….'- 안도현 '제비꽃에 대하여' 일부.

이런 꽃샘추위 속에서 파르르 떨고 있는 작은 제비꽃을 발견하는 일은 각별하다. 조동진은 일찌감치 제비꽃의 아름다움을 발견한 음유시인이었다.
'내가 처음 너를 만났을 때/ 너는 작은 소녀였고/ 머리엔 제비꽃/ 너는 웃으며 내게 말했지/ 아주 멀리 새처럼 날으고 싶어// 내가 다시 너를 만났을 때/ 너는 많이 야위었고/ 이마엔 땀방울/ 너는 웃으며 내게 말했지/ 아주 작은 일에도 눈물이 나와.'

조동진은 자신의 시집 '우리 같이 있을 동안에'(청맥, 1991)에서 '제비꽃'을 쓰게 된 계기에 대해 이야기한 적이 있다. 그는 "아직 찬 기운이 남아 있는 봄바람 속에서 짧게 흔들리고 있는 그 꽃을 발견하게 되면 반가움과 함께 왠지 애처로운 생각도 든다"면서 "그것은 마치 꿈 많은 젊음이 갖는 절망감을 보는 듯해서 더욱 그러하다"고 밝혔다. 크고 화려한 것보다 작고 가냘픈 것을 사랑하는 마음이야말로 이 봄을 사랑할 수 있는 자격이 아닐까.

[서울 = 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어느 어촌마을의 벽화. [ 사진 = 오광수 ] 2024.03.20 oks34@newspim.com

이백은 그 유명한 시 '산중문답(山中問答)'에서 '푸른 산이 왜 사냐고 내게 묻기에(問余何意栖碧山), 웃음으로 대답하고 마음은 절로 한가롭다(笑而不答心自閑)'면서 '복사꽃 흐르는 강물 아득히 흘러가니(桃花流水杳然去), 여기는 별천지 인간 세상이 아니네(別有天地非人間)'라고 노래했다.

이제 곧 온갖 꽃들이 피어나고, 선거에 목숨을 건 후보들의 확성기 소리가 봄을 뒤덮을 것이다. 봄볕 아래 숨은 꽃들을 살피는 하루하루가 되기를. 왜 사냐고 묻거든 웃음으로 화답할 수 있는 여유를 갖는 봄이고 싶다. 

oks34@newspim.com

 

[서울 = 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2024.03.20 oks34@newspim.com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尹 지지율 2.3%p↓, 38.1%…"與 총선참패 '용산 책임론' 영향" [서울=뉴스핌] 박성준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이 소폭 하락해 30%대 후반을 기록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18일 발표됐다. 종합뉴스통신 뉴스핌 의뢰로 여론조사 전문업체 미디어리서치가 지난 15~16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1명에게 물은 결과 윤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한 긍정평가는 38.1%로 집계됐다. 부정평가는 59.3%로 나타났다. '잘 모름'에 답한 비율은 2.5%다. 긍정평가와 부정평가 간 격차는 21.2%포인트(p)다. 긍정평가는 지난 조사 대비 2.3%p 하락했고, 부정평가는 1.6%p 상승했다. 연령별로 보면 40대에서 긍·부정 평가 격차가 극명하게 드러났다. 만 18세~29세에서 '잘함'은 36.0% '잘 못함' 61.0%였고, 30대에서는 '잘함' 30.0% '잘 못함' 65.5%였다. 40대는 '잘함' 23.9% '잘 못함' 74.2%, 50대는 '잘함' 38.1% '잘 못함' 59.8%로 집계됐다. 60대는 '잘함' 51.6% '잘 못함' 45.9%였고, 70대 이상에서는 60대와 같이 '잘함'이 50.4%로 '잘 못함'(48.2%)보다 높게 나타났다. 지역별로는 서울 '잘함' 38.5%, '잘 못함'은 60.1%로 집계됐다. 경기·인천 '잘함' 31.4% '잘 못함' 65.2%, 대전·충청·세종 '잘함' 32.7% '잘 못함' 63.4%, 부산·울산·경남 '잘함' 47.1% '잘 못함' 50.6%로 나타났다. 대구·경북은 '잘함' 58.5% '잘 못함' 38.0%, 전남·광주·전북 '잘함' 31.8% '잘 못함' 68.2%로 나타났다. 강원·제주는 '잘함' 37.1% '잘 못함' 60.5%로 집계됐다. 성별로도 남녀 모두 부정평가가 우세했다. 남성은 '잘함' 34.7% '잘 못함' 63.4%, 여성은 '잘함' 41.6% '잘 못함' 55.3%였다. 김대은 미디어리서치 대표는 윤 대통령 지지율 하락 배경에 대해 "108석에 그친 국민의힘의 총선 참패가 '윤 대통령의 일방적·독선적인 국정 운영 스타일로 일관한 탓이 크다'라는 '용산 책임론'이 대두되며 지지율이 하락했다"고 평가했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선거 결과에 대해 실망한 여론이 반영됐을 것"이라며 "최근 국무회의 발언 등을 국민들이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것도 아니고 경제 상황도 나아지고 있지 않아 추후 지지율은 더 낮아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번 여론조사는 성·연령·지역별 인구비례 할당 추출 방식으로 추출된 표본을 구조화된 설문지를 이용한 무선(100%) ARS 전화조사 방식으로 실시했으며 응답률은 3.9%,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다. 통계보정은 2024년 1월말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통계를 기준으로 성별 연령별 지역별 가중 값을 부여(셀가중)했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parksj@newspim.com 2024-04-18 06:00
사진
이재명 "다 접어두고 尹대통령 만나겠다" [서울=뉴스핌] 윤채영 김윤희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6일 윤석열 대통령과의 영수회담과 관련해 "의제도 정리하고 미리 사전조율도 해야하는데 그조차도 녹록지가 않은 것 같다"며 "다 접어두고 먼저 윤석열 대통령을 만나겠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복잡한 의제들이 미리 정리됐으면 좋았을 텐데 쉽지 않은 것 같다. 그거 정리하느라 시간 보내기 아쉽기 때문에 신속하게 만날 일정을 잡도록 하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4.04.26 pangbin@newspim.com 이 대표는 "윤석열 대통령을 만나서 총선에서 드러난 우리 국민들의 민심을 가감없이 전달하도록 하겠다. 그리고 민생 현장의 참혹한 현실을 제대로 전달하고 또 필요한 조치들을 할 수 있도록 요청드리도록 하겠다"고 했다. 그는 이어 "윤석열 대통령께서도 우리 국민들의 이런 어려운 상황, 총선 민의를 잘 들어주시고 절박한 심정으로 어떻게하면 이 난국을 타개할 수 있을지 함께 고민해주시길 부탁드린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지금 이 위기를 벗어나지 못하면 몰락한다는 각오로 이번 회담에서 반드시 국민이 기대하는 성과, 가능한 조치들을 만들어내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의 영수회담 실무회담은 전날에도 이어졌지만, 민주당은 "대통령실이 의제에 대해 구체적인 검토 결과를 제시하지 않았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이에 대통령실은 "의제 제한을 두지 않고 사전 합의가 필요 없는 자유로운 형식의 회담을 가능한 빠른 시일 내에 개최하자"고 제안했다. 이 대표가 의제 조율이 지지부진하자 이를 접어두고 일단 윤 대통령을 만나겠다며 전향적인 입장을 밝힘에 따라 윤 대통령과 이 대표 간 만남은 금명간 성사될 것으로 전망된다.  ycy1486@newspim.com 2024-04-26 09:38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